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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
크리스 버터워스 지음, 샬롯 보아케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9년 4월
평점 :
경고로 시작해볼까요. 이 책에서 만난 놀랍고 사랑스럽고 기뻤던 장면들은 거의 다 소개하지 않을 겁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반가운 목소리로 멋진 소식을 전해 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소개해서 망치면 안 되겠지요.
좋아하는 나무와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나오는 완벽한 그림책입니다. 나무는 크고 오래되면 더 멋져지지만 사람은 꼭 그렇지는 않지요. 저는 어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가 늘 궁금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인가요?
하나 혹은 여러 나무가 떠오르시나요?
나무의 계절은 언제일까요?
저는 지금 연둣빛으로 빛나는 나무가 가장 좋지만,
나무의 계절은 모든 계절이지요.
오래 전 독일의 검은 숲Schwarzwald 지역을 지나가다 완전히 흰 눈으로 덮여 빛나던 나무들을 여전히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자제하지 말고 티티제Titisee (titi: 지역 방언, '아기'란 의미, see: 호수)에서 갖고 싶던 나무 공예 다 사둘 것 그랬단 후회가 막급입니다.
관련 없는 내용을 쓰는 이유는
이 그림책이 글이 필요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림만 봐도 직관적으로 다 알고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무처럼 전면적이고 직접적이고
존재만으로 빛나고 충분하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일이라던데
어떤 인간들이 하는 어떤 행동들은 참담합니다.
인간도 다시 나무의 계절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 산책길에도
쩝쩝대거나 큰 소리로 고약하게 떠드는 인간들 옆에서
모든 나무가 완벽하게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