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키와 작은 양
M. B. 고프스타인 지음, 이수지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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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법은 실재하고 가끔 현실에 구현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단순한 점 몇 개 선 몇 개로 어떻게 원하는 모든 감정을 담은 그림이 가능하다는 건가.

 

예전에 양을 그려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나는 양 얼굴을 못 그리는 사람이었다. 어떤 방식 - 세밀화, 크로키, 캐리커처 - 을 택해도 모두 양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그림의 작은 양은 선과 점만으로 생명을 갖추고 못 하는 게 없다. 감정 표현도 자유롭다. 쉽지 않은 인간들의 가치가 담긴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마법은 실재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 상대가 점점 더 자신다워지는일이 되는, 인간들이 하고 싶지만 못해서 온갖 문제를 야기하고 고민에 빠지고 슬픔에 빠지는데, 이 둘은 즐겁게 해치운다.



 

양을 위한 노래 가사는 매애매애, 양을 위한 책의 이야기는 매애매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든다. 상대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접속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믿는데, ‘그래도도 못지않다.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 건 그래서일 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행복하고 어려운 책이다.

 

그래도 브루키는 어린 양을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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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저녁 식사 - 1977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M. B. 고프스타인 지음, 이수지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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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일까노년의 일상이란... 나이가 들어 점점 더 겸손해지는 것은 참 마음에 드는 변화이다흔한 말이지만 모르는 일들이 많구나그러니 남의 마음과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구나 싶은 경험이 늘어난다.

 

작년에 오랜 병원 입원 치료와 수술을 반복하던 친구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밤 10시에 울리는 전화에 짐작한 소식이지만그 밤에 아파트 벤치에 나와 무슨 마음으로 연락을 했을까... 싶은 상주를 두고 서럽게 울어서 미안했다.

 

그땐 나도 고령의 기저질환을 아슬아슬하게 관리하는 부모님이 계시니 짐작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그게 아니었다올 해 두 달 동안 임종 전 마지막 시간이구나 싶게 아버지 상태가 악화되어 이별이 더 가깝게 피부에 닿을 때마다 견딜 수가 없었다걷다가도 마스크 위로 눈물이 흐르고 냉동실을 열면서도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다.

 

괜히 제목에 휘둘려 하소연이 되었다내 부모... 타인의 부모 구분 없이무엇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노년을 맞은 우리 모두의 언젠가를 차분히 가만히 보면 되는 책이다이런 시절이라 이토록 평온한 노년은 확실한 특권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고야의 동판화 전시회 이후로 아주 오랜만이다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펜화!



 

이 문장에 할머니에게 시기 질투를 느끼는 나... 좋겠다부럽다.

 

노란 창고는 물가에서 까만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봐 주었지.”


 

너무 말끔해서 채색조차 군더더기일 작품이다나도 삶을 더 간명하게 간추리고 싶다물질이든 정신이든 넘치는 것도 불필요한 것도 없이, ‘어김없이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해치우며 살다가 몸도 정신도 주변도 정리된 채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일단 정리와 청소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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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날
리가오펑 지음, 김성희 옮김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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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이다정말 이상하다너와 헤어진 날이 아니라 너를 만난 날이 제목이고 채색은 형형색색 따뜻하고 아름답고 표정도 밝다그런데... 외롭고 쓸쓸해서 보는 동안 힘껏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

 

가끔씩 나는 정말 외로울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생각해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까?”


 

혼자 여행을 떠나다니 정말 외로울 때란 말은 진심이었구나...

 

외롭지 않을 방법은 잘 모르지만 산에는 뭐든 다 있다는 말이 안심이 된다싱가포르의 산들은 아직 그런 존재일까.

 

나랑 같이 가자


 

둘이 되니 컵도 둘이 되니 화면이 다른 느낌으로 꽉 차는 것 같다.

 

비는 그칠 거야


 

둘이 서로 기대앉으니 놀랍게도 컵에서도 손이 나왔다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는 집에 간다외로워지는 방법을 찾지 못한 친구를 두고...

 

그럴 수 있는데... 나는 왜 충격을 받은 걸까...


 

이야기는 더 이어지고... 나는 내내 궁금하던 모래시계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본다모래시계는 뭘까의미는얼마 동안의 시간인 거지...?

 

외롭지 않을 방법은 없을 것 같다외로워도 견딜만한 방법은 많을 것 같다...

 

모두들 외로워도 괜찮을 수 있는 방법들... 한두 개 정도 찾아 갖고 사시나요그러시길...



.

.

.

잊고 살던 시가 생각났다만남에 관한 최고의 환상을 담은모두 믿고 싶어 아프던 시.

 

 

너를 만난 날            이승훈

 

너를 만난 날은

날개 달린 날이다

현실이 사라지고

다른 현실이

태어난 날

그러니까 그날은

초현실의 날이다

훨훨 새가 날아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만신창이가 되어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문득 가을이 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필연의 날이다

머리에서 손이 빠져 나오고

다리에서 얼굴이 튀어나오던

허리에서 설탕이 쏟아지던

불안 비참 치욕 따위가

지루하고 맥이 없던 날들이

모조리 일어나 빛이 되던

아아 내 어깨 쭉지에

문득 날개가 돋던 날

너를 만난 날

어디까지가 그리움인지

 

<너라는 환상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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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3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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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떠올리거나 보거나 책에서 이렇게 만나면 마음이 먼저 따끔거린다. 드물지 않게 학대와 살해 소식을 접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일로 인한 트라우마이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은 온라인 청원에 힘을 보태거나 성토하는 일 밖에 없어서 속상하다.

 

인구 중 4%는 그냥 공감도 이해도 불가능한 폭력성향을 지녔다는 통계를 보고 그래서 그런 거라고 진정해 보려 해도 약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이런 흉악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 운용이 못마땅하다. 잘 먹고 잘 살자, 란 목표는 인간성과 문명사회와 생명에 대한 고민 없이 어디로 달려온 것인가.

 

고양이 집사로 살아본 적이 없어 매력적인 생명체라고만 느꼈던 고양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길냥이들의 현실에 민감해진 것은 부모님의 결정 덕분이다. 학대당해 꼬리가 잘린 어린 고양이를 입양하셨다. 무탈하게 살기만 바랐는데 무척 건강하고 애교 많은 막내로 산다. 인간 자식들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며 지낸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고 고양이가 너무한 면도 없진 않지만, 너무나 쓸쓸하고 슬프다. 인간의 반려도 집 안에서 사는 고양이의 삶도 길냥이의 삶도 다른 야생 동물들의 삶도 속상한 것 투성이다. 다 인간이 초래한 상황이다. 무척 사랑하지만 무수한 잘못을 한 나의 종.

 

너무한 건 고양이가 아니란 생각을 하며 찡해서 아픈 코를 한참 잡고 호흡을 골랐다.

 

- 대단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약한 동물 학대하지 말고 삽시다.

- 못하게 법도 만들고 사회 분위기도 만듭시다.

- 생명을 상품처럼 구입하고 쓰다 버리지 맙시다.

- 내 고양이나 개만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팔리고 버려지고 폐기물처럼 처리되는 지에도 관심을 가집시다.

- 그래서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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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가자 한국사 2 : 남북국~후삼국 시대 가자가자 한국사 2
구완회 지음, 신민재 그림, 강종훈 감수, 신명환 캐릭터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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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스토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사회과 과목도 좋아한다지금보다는 험악한(?) 학창시절 암기와 시험에 거의 전부였던 수업을 생각하니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역사를 전공하겠다던 어릴 적 친구들이 새삼 신기하고 대단하다.

 

덕분에 나는 성인이 되어 통사도 주제별 역사서도 꾸준히 읽었지만 흐름을 이해하는 것 이외에 기억에 남은 지식 정보들은 무척 적다이 책의 배경인 남북국후삼국 시대를 아무리 혼자 떠올려 보려 해도 단 몇 줄 이상의 내용은 소환되지 않는다.

 

1권에서 위트 가득한 구성과 내용을 경험했던 지라 안심하고 펼쳐본다초등 사회과 교육 과정의 내용을 아주 충실히 담은 통사 시리즈이다정치경제사회문화일상이라는 분류에 구체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상적인 편성을 했다.

 

부족권력에서 국가권력으로의 변화와 각국 간의 세력다툼이 본격화되니 사건이 풍성하다인류 문명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 해서인지지난 역사를 만나는 일이 애틋하다이렇게 애써왔는데 우리는 왜 여기 도착했을까이런 내 우울과는 별개로 흥미진진한 역사의 파노라마는 펼쳐진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상식 정도는 잘 기억하며 외교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 살짝 울컥한다정확한 정세 판단과 행정력이 도무지 근거 없는 의리맹약 기타 등등의 이유보다 중요하다국민이 불행해지는 결정은 부디 말기를.



 

절 안에 있는 불상 목에 십자가발해의 국제 무역이 활발했다는 건 알았지만 짐작 이상이었나 보다쇄국과 폐쇄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사를 살아볼 수도 있었을 것인데이 뒤늦은 아쉬움은 쓸모가 없어도 한참을 머물렀다기독교가 이때 이미 발해까지 전파되었구나.


 

! <토끼전>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간다김춘추와의 관련 내용이 흥미롭다.



 

1장에서 소개했던 구름름드봇킥스 눈스스마토리 친구들이 함께 하고현장 체험 코너도 풍부하다사진으로 역사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참 멋진 일이다막바지에 확진된 십대가 해제되면 동선을 생각해봐야겠다. 2권도 재밌고 유익했다(는 가족의 총평).


 

전쟁기념관발해역사관속초시립박물관동궁과 월지국립경주박물관장보고기념관청해진국립전주박물관태볼국철원성철원평화전망대경주나정포석정금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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