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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날
리가오펑 지음, 김성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책이다. 정말 이상하다. 너와 헤어진 날이 아니라 너를 만난 날이 제목이고 채색은 형형색색 따뜻하고 아름답고 표정도 밝다. 그런데... 외롭고 쓸쓸해서 보는 동안 힘껏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
“가끔씩 나는 정말 외로울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생각해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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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떠나다니 ‘정말 외로울 때’란 말은 진심이었구나...
외롭지 않을 방법은 잘 모르지만 산에는 뭐든 다 있다는 말이 안심이 된다. 싱가포르의 산들은 아직 그런 존재일까.
“나랑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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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되니 컵도 둘이 되니 화면이 다른 느낌으로 꽉 차는 것 같다.
“비는 그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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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서로 기대앉으니 놀랍게도 컵에서도 손이 나왔다.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는 집에 간다. 외로워지는 방법을 찾지 못한 친구를 두고...
그럴 수 있는데... 나는 왜 충격을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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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더 이어지고... 나는 내내 궁금하던 모래시계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본다. 모래시계는 뭘까, 의미는? 얼마 동안의 시간인 거지...?
외롭지 않을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외로워도 견딜만한 방법은 많을 것 같다...
모두들 외로워도 괜찮을 수 있는 방법들... 한두 개 정도 찾아 갖고 사시나요. 그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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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던 시가 생각났다. 만남에 관한 최고의 환상을 담은, 모두 믿고 싶어 아프던 시.
너를 만난 날 이승훈
너를 만난 날은
날개 달린 날이다
현실이 사라지고
다른 현실이
태어난 날
그러니까 그날은
초현실의 날이다
훨훨 새가 날아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만신창이가 되어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문득 가을이 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필연의 날이다
머리에서 손이 빠져 나오고
다리에서 얼굴이 튀어나오던
허리에서 설탕이 쏟아지던
불안 비참 치욕 따위가
지루하고 맥이 없던 날들이
모조리 일어나 빛이 되던
아아 내 어깨 쭉지에
문득 날개가 돋던 날
너를 만난 날
어디까지가 그리움인지
<너라는 환상>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