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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저녁 식사 - 1977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M. B. 고프스타인 지음, 이수지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일까, 노년의 일상이란... 나이가 들어 점점 더 겸손해지는 것은 참 마음에 드는 변화이다. 흔한 말이지만 모르는 일들이 많구나, 그러니 남의 마음과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구나 싶은 경험이 늘어난다.
작년에 오랜 병원 입원 치료와 수술을 반복하던 친구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밤 10시에 울리는 전화에 짐작한 소식이지만, 그 밤에 아파트 벤치에 나와 무슨 마음으로 연락을 했을까... 싶은 상주를 두고 서럽게 울어서 미안했다.
그땐 나도 고령의 기저질환을 아슬아슬하게 관리하는 부모님이 계시니 짐작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올 해 두 달 동안 임종 전 마지막 시간이구나 싶게 아버지 상태가 악화되어 이별이 더 가깝게 피부에 닿을 때마다 견딜 수가 없었다. 걷다가도 마스크 위로 눈물이 흐르고 냉동실을 열면서도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다.
괜히 제목에 휘둘려 하소연이 되었다. 내 부모... 타인의 부모 구분 없이, 무엇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노년을 맞은 우리 모두의 언젠가를 차분히 가만히 보면 되는 책이다. 이런 시절이라 이토록 평온한 노년은 확실한 특권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고야의 동판화 전시회 이후로 아주 오랜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펜화!
이 문장에 할머니에게 시기 질투를 느끼는 나... 좋겠다, 부럽다.
“노란 창고는 물가에서 까만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봐 주었지.”
너무 말끔해서 채색조차 군더더기일 작품이다. 나도 삶을 더 간명하게 간추리고 싶다. 물질이든 정신이든 넘치는 것도 불필요한 것도 없이, ‘어김없이’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해치우며 살다가 몸도 정신도 주변도 정리된 채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일단 정리와 청소부터...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