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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키와 작은 양
M. B. 고프스타인 지음, 이수지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어쩌면 마법은 실재하고 가끔 현실에 구현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단순한 점 몇 개 선 몇 개로 어떻게 원하는 모든 감정을 담은 그림이 가능하다는 건가.
예전에 양을 그려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나는 양 얼굴을 못 그리는 사람이었다. 어떤 방식 - 세밀화, 크로키, 캐리커처 - 을 택해도 모두 양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그림의 작은 양은 선과 점만으로 생명을 갖추고 못 하는 게 없다. 감정 표현도 자유롭다. 쉽지 않은 인간들의 가치가 담긴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마법은 실재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 상대가 점점 더 ‘자신다워지는’ 일이 되는, 인간들이 하고 싶지만 못해서 온갖 문제를 야기하고 고민에 빠지고 슬픔에 빠지는데, 이 둘은 즐겁게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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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위한 노래 가사는 매애매애, 양을 위한 책의 이야기는 매애매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든다. 상대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접속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믿는데, ‘그래도’도 못지않다.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 건 ‘그래서’일 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행복하고 어려운 책이다.
“그래도 브루키는 어린 양을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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