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국의 조건 - 소득 10만 달러를 향한 도전
김세형 외 지음 / 시공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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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에서 살 때에는 국제적 위상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고 진지한 관심사도 아니었다. 첫 실감은 유학을 가면서 영국에 장학금 신청을 할 때였는데, 한국은 OECD 가입 국가라서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려나기 일쑤였다.

 

내 문제가 아니라면 정의로운 기준이라 할 법도 한데, 문제는 수치로 평가되는 국가의 위상과 개인의 상황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아프리카 어느 국가의 왕족, 콜롬비아 쿠데타 장군의 딸, 미얀마 부호의 손녀 등등.

 

또한 그건 제대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저평가받는 기준이기도 했다. 한국(South Korea)Industrially advanced country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선진국은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

 

한국은 이후 2005,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기록된다. 평가 기준은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는 Index들이다. GDP, GNP, 1인당 소득, 산업화 정도, 인프라, 국민 교육수준, 건강 및 수명, 삶의 질 등으로 비교 평가된다. 당시 평가서에는 한국이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없다고 적혔다.

 

한국의 1인당 소득 5만 달러 돌파 2031, 10만 달러 돌파 2054년을 예측하는 기본 전제는 잠재성장률, 환율, 물가, 노동인구 투입, 기술 수준(총요소생산성) 등이 추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남북통일 같은 큰 부담을 주는 돌연변수도 발생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인한 미중 간 전쟁 발발과 이에 따라 한국도 전쟁에 이끌려 들어가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2020년 대 지표들은 한국사회 현실을 충격적으로 반영했다. 팬데믹은 이미 존재한 문제점들을 더 선명하게 했지 없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지 않았다. 경제 성장과 부스러기 배분의 고약한 이어달리기는 출산율 OECD 꼴지, 자살률 OECD 1, 행복지수 세계 60위로 지표화되었다.


 

그리고 수출국인 한국은 214일자 모일간지에 이런 순위로 보도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그저 심리적 유행일 뿐인가. 당장의 성과가 비가시적이라도 방향에 확신하면 불안하지 않다. 한국사회의 지향점은 어디를 향하는가.

 



재벌 구조의 산업은 거대한 덩치만큼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저하되고, 노동력은 심각하게 감소되고, 미중 대립은 악화 일로다. 부패지수가 높고 주가조작과 뇌물 로비가 만연하면 제대로 된 해외 투자가 늘어날리 없고 급격한 철수도 가능하다.

 

소위 사회지도자라고 불리던 직군의 종사자들은 제 몫을 하고 있을까. 특히 법률가, 학자, 언론인은. 오늘 216일가 경제기사 제목 중에 강국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선진국은 너무 복잡한 개념인 걸까. 약육강식 논리의 회귀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둔화된다는 표현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선진국은 성장률이 적을 수밖에 없다. 투자성공과 수익창출보다 사회안전망은 탄탄하게 하고, 복지인프라를 늘리고 공생 경제에 수익을 투자해야 한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선진국 순위만 봐도 명백한 일이다.


 

국고를 남기는 것이 유능한 일일까. 매년 세금을 내는 납세자, 유권자, 시민으로서 생명과 안전과 행복을 위한 권리에 대한 요구를 국가 경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긴급생계비를 고금리로 대출해 주는 당국이 선진국의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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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23.1 - Vol.817
현대문학 편집부 지음 / 현대문학(월간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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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만난 사람, 낯선 이들 음성을 잘 못 듣는다.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빨리 친해지는 유형은 아닌 듯하다. 문예지는 그런 의미로 낯설고 그래서 재밌기도 하다. 비유가 넘 일차원적이지만 새로운 메뉴들을 시식하듯 조금은 두렵고 기대된다.

 

25일부터 한 두 작품씩 읽기 시작했다. 순서도 자유롭게 끌리는 대로, 아무 이유나 이유로 삼아서. 즐거웠다. 문해가 형편없어서 어떤 작품은 메시지는 차치하고 문장의 의미조차 헷갈렸지만. 속도와 몰입의 깊이를 달리하며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겼다.

 

새해에 징징거림과 하소연에 너무 자주 써서 미안하기도 부끄럽기도 한 단어 침잠. 그 한 단어가 제목으로 된 작품이 있어서 못난 점을 들킨 듯 혼자 놀라며 추리하듯 읽었다. 어떤 의미로 차용하셨는 지가 궁금했다.



 

그러니까...... 망망대해라는 건 무엇일까요?”

 

월간지에 실릴 분량인가 싶게 적지 않은 분량의 작품이라 한참을 침잠할 수 있었다. 작품 세계에 푹 잠겨보는 것을 좋아한다. ‘육지라거나 대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액체 위에 뜬 판 위에 사는, 그것도 전체 표면의 30%가 겨우 되는 얇은 판상, 섬 위에서 사는 존재이다. 처음에는 점점 잠식되는 환경의 섬이 설정된 특수한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인류 전체의 운명이 이와 다르지 않다.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눈길을 잡은 시를 두 편 만났고, 시 전체의 의미는 곧 사라지고 매일 더 줄어드는 시구들만 잠시 머물고 있다. 산책을 가기 전에 시를 한 편 읽으면 걸으면서 되새김을 해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주위 풍경을 덜 보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월요일부터 피로가 통증처럼 아픈 날이 어제였다. 이런 날엔 달력에 X라도 그으면서 한 주를 빠져나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친 생각이 뭉게뭉게 하다. 늘 표지에 속아서 읽고 마는, 그러나 은밀하게 그 반전을 또 기대하는 이기호 작가의 소설 11호는 아끼다가 마지막에 꺼냈다.


 

짧은 피드글만으로도 이미 친구들과 엄청 웃고 즐거웠는데, 새 식구를 맞는 상황을 투명인간이 되어 옆에서 보듯,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현실인지 창작세계인지, 엉망으로 헷갈리며 그게 또 미친 듯 재밌어서 후딱 읽었다. 침잠에서 떠오르고 싶다면 읽으시길. 웃음치료효과확실!

 

누군가 나쁜 맘을 먹으면 설득? 가스라이팅! 하기 가장 쉬울 듯한 필자를 응원하게 된다. 물론 뭘 모르고 하는 오만한 생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그런 여지를 주는 것일 테니! 이상적으로 화목한 가족이다. 식구가 느는 건 행복한 일이고 그리운 풍경이다. 개새인간 구성이라면 더구나.

 

2월호는 21일에 출간되었다. 늦었지만 아직 2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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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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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의 ‘stuck’은 무서워하는 단어이다. 무척 흔한 상황이니 별나게 두려워하는 게 별스럽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이건 발걸음 가볍게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들은 삶의 단면들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에 더해 더 막막한 다른 것들로 스트레스가 고조될 때이다.

 

심리학서 읽기는 심리상담 받기와 비슷해서 저자가 궁금하다. 독서란 일방적인 행위지만, 집중하려면 어떤 식의 라포rapport 형성이 필요하다. 20대 대부분을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는데 어떻게 임상 심리학자와 심리 치료사가 되었을까.

 

우울증, 불안, 무기력한 기분이 낯설지 않지만, 내 탓으로만 돌리거나 음식, 약물, 관계로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살아남기staying alive위한 일이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은 다하지만 무기력하다. 동일한 상황이란 없겠지만 유효한 설명을 기대하며 읽었다.


 

정신건강은 정신이 작용하는 과정이 아니다. 정신건강은 신체가 작용하는 과정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끔찍한 심리 증상들도 실제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신체반응이다. 내 인생의 모든 궤적은 내가 신체 반응을 이해하고, 배우고 나서 바뀌었다.”

 

순서가 좀 헷갈리는데, 나로서는 불안감이 무기력감보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못 판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자는 불안감을 동력으로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불안은 생존반응이며 남은 힘이 있다는 신호이니 도피하지 말라고.

 

경고등은 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불안감은 감정의 경고등이다. 불안감을 없애려는시도는 차의 엔진 경고등을 고장 내려는 시도 못지않게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공황 발작은 공격이 아니다. 공황 발작은 우리의 뇌가 데이터를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의 생존과 안정을 지키려고 일어나는 신체 반응이다.”


 

제시된 내용 중 자신의 행동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가장 정확하게 사람을 설명한다고 늘 믿었다. 무기력과 행동 비판, 한탄, 하소연의 상관을 열심히 읽었다. 정확히 명명하는 힘과 중요성.

 

우리의 뇌는 행복이 아닌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의 신경계는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목표가 생존일 경우, 무기력 상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선택이다.”

 

계속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인간은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일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두려움과 대등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계속 무기력한 상태로 남으려 한다.”


 

무기력이 트라우마 반응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는 데에서 심호흡을 했다.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다. 유사 트라우마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중이기도 하다. 상태를 짚어줄 언어가 있다는 건 늘 힘이 된다.

 

나한테 그림자가 없다면 어떻게 현실적일 수 있겠는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20년도 더 전에 배웠는데 여전히 숙지가 안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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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 긴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전략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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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익숙한 사람은 일반화의 오류나 성급한 논리적(라고 믿는) 귀결이 잦다. 월요일 오전, 뭐하는 건가 싶게 업무 우선순위 결정이 너무 오래 걸렸다. 세부 조건들을 비교하고 삭제를 하든 포인트를 매기든 하면 선명할 것을. 노후인가, 2의 인생 강제 시작인가 하는 생각.

 

덕분에 여러 수만 가지 이유로 학업이든, 업무든, 살림이든, 어떤 일이든 헷갈리고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심정을 잠시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직접 경험에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다는 건 아쉽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인지와 이해의 폭이 느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미래를 생각하고 기대하고 얘기해도 되는 건가 싶은 시절이란 느낌 도 있지만, 삭제해버리면 포기해버리면 더 절망일 것이다. 이 책은 30년도 아닌 3, 이론도 주장이 강하지 않고, 분석과 해설에 충실한 기본서여서 차분하게 읽었다.


 

최근 주가조작이 위법이 아닌 국가라는 아주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판결로 인해, 투자 시장은 내 불안보다 더 불안하다. 국내자본 이외에 해외 투자는 경쟁이 의미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그 빈자리를 투기 자본이 들어와 법망을 더 어지럽힐 것이다.

 

국가경제에 위협적인 신호가 울리는 시절, 과거 한국의 시장이 부진했던 원인과 변화와 이후 다양한 상황들을 통시적으로 단계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을 읽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견디자는 메시지를 본다.(오독 가능성 주의)



 

주가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지 말라

 

행운과 우연이 겹치면 손해를 보거나 망하는 수가 있다. 주식 구매한 이들 중 위 문장처럼 해서 후회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부동산 구입 스케일은 아닌 약간의 여윳돈, 부수입, 기타 등등 자금이 생겼을 때 오르고 있는 주식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해서 사는 경우가 아주 많다.

 

상한선을 정하지 않고 고점을 기다리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오를 거라 기다리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저점에서 판다. 가치 투자로 스타트업 기업을 응원하려 구매한 주식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순탄하게 성장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선행과 기부가 아니라면, 여전히 판단의 시기가 있고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


 

2장은 작년과 올 해의 상황과 밀접하다. 금리 관련 상황 분석과 인플레 저지 정책, 그 모든 상황에서의 주식시장의 유동성. 저자는 2024년 이후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건 저자가 분석한 이전의 주식시장 흐름의 역사를 기초로 한 것이다.

 

시장 안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성향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변할 뿐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시장 참여자를 통해 해당 시장 고유의 특징이 DNA처럼 잘 유지되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내년 성장주 분야인데 설명을 읽다보면 벌써 좀 늦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무모하게 출처 불명 전언을 듣고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는 마시길. 실제 적용 사례들을 분석한 책을 공부하시고 입장을 정하시길 바란다. 원하는 것이 위험관리인지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인지.


 

단편적이거나 도움 안 되는 결과 보고거나 불성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부 경제 뉴스들보다 훨씬 더 성실한 경제학습서이자 분석서이다. 머리말을 잊지 말고 읽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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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의 영화비평
홍은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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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문득 변화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서점 방문보다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사는 횟수가 오래 전에 많아졌다고. 유학 중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확실한 예외였는데, 예외가 일상이 된 셈이다.

 

또 하나, 나는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을 본래적인 영화감상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OTT는 여전히 예외적인 상황이거나 의미나 가치가 덜한 작품을 구경하는 용도랄까. 물론 현실에서 도저히 다른 방법으로 만날 수 없는 영화를 찾으면 기쁘고 감사하다.

 

매일 점점 더 짧아지는 생과 매번 아쉬운 주말에 영화를 보러 나가는 일은 다소 낭비적일 만큼 호사스럽게 시간을 향유하는 행위다. 그래서 관련된 모든 시간 - 준비, 이동, 감상, 귀가 -을 최대한 즐기려 노력한다.

 

어제 반드시 봐야할 영화를 보았고, 오늘은 책을 읽다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보았다. <플로르의 연인Les amants du Flore>인데 음... 바로 감상이 어려워 헤매다 영화비평 책으로 옮겨왔다. 10부터 좋아한 천재작가 메리셸리의 캐릭터 이름이니 반갑기도 했다.

 

영화 비평이 필요한가

 

영화 리뷰와 비평의 차이를 배우며, 책이든 영화든 비평을 대체로 거부하거나 외면해 온 것을 기억해낸다. 감상자의 의견인 리뷰는 무해하나, 수강신청하지 않은 강의 같은 비평은 불편했다. 특히 구매 옵션 없이 작품과 묶여 한 책에 실린 비평, 누가 시작한 걸까.


 

스토리와 내러티브에 관심이 많은 영상 감상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지만,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엉망인 좋은 영화는 있을 수 없다. 이 책의 내용 중 고전적 내러티브와 관련된 설명이 영화학에 지식이 없음에도 재미있었다.


 

장르 구분이 있어도 무방하나 위계적 시선은 불편하다.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 중에도 자기모순적인 이도 없지 않다. 순문학에 대해 자신이 한 찬사를 모두 잊은 것인지, 스티븐 킹이 팬이라고 하는 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인간적이긴 했다.

 

어쨌든 이 책에서 나라면 공포/호러 장르에 분류할 생각을 못한 감독들이 보여서 놀랍고 흥미로웠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하긴, 그 영화를 보고 어찌나 단단하게 사로잡혔던지 한참을 괴로웠다. 지금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논문 주제로까지 잡았던 시간’, 저자는 영화적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시간에 대한 사유는 물리학의 영역을 피해갈 수는 없다. 21세기에 천착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들이 불러오는 기억 속 장면들에 정신이 잠시 우주로 날아갈 듯하다.

 

문학서사의 종적 시간을 흐트러뜨리고 중력의 시간성을 벗어나 기억, , 우주의 영역을 영화적 시간과 유비시켰다.”


 

조금 후회가 된다. 주말 저녁에 현실의 시간을 살지 말고, 시간의 순서를 흐트러뜨리는 영화 속 세계에 머물 것을. 심지어 영화는 아무도 이해 못한다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체험하게도 해주지 않는가. 그만 쓰고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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