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심리학 -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 처방전
브릿 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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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의 ‘stuck’은 무서워하는 단어이다. 무척 흔한 상황이니 별나게 두려워하는 게 별스럽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이건 발걸음 가볍게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들은 삶의 단면들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그에 더해 더 막막한 다른 것들로 스트레스가 고조될 때이다.

 

심리학서 읽기는 심리상담 받기와 비슷해서 저자가 궁금하다. 독서란 일방적인 행위지만, 집중하려면 어떤 식의 라포rapport 형성이 필요하다. 20대 대부분을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는데 어떻게 임상 심리학자와 심리 치료사가 되었을까.

 

우울증, 불안, 무기력한 기분이 낯설지 않지만, 내 탓으로만 돌리거나 음식, 약물, 관계로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살아남기staying alive위한 일이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은 다하지만 무기력하다. 동일한 상황이란 없겠지만 유효한 설명을 기대하며 읽었다.


 

정신건강은 정신이 작용하는 과정이 아니다. 정신건강은 신체가 작용하는 과정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끔찍한 심리 증상들도 실제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신체반응이다. 내 인생의 모든 궤적은 내가 신체 반응을 이해하고, 배우고 나서 바뀌었다.”

 

순서가 좀 헷갈리는데, 나로서는 불안감이 무기력감보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못 판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자는 불안감을 동력으로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불안은 생존반응이며 남은 힘이 있다는 신호이니 도피하지 말라고.

 

경고등은 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불안감은 감정의 경고등이다. 불안감을 없애려는시도는 차의 엔진 경고등을 고장 내려는 시도 못지않게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공황 발작은 공격이 아니다. 공황 발작은 우리의 뇌가 데이터를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의 생존과 안정을 지키려고 일어나는 신체 반응이다.”


 

제시된 내용 중 자신의 행동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말보다 글보다 행동이 가장 정확하게 사람을 설명한다고 늘 믿었다. 무기력과 행동 비판, 한탄, 하소연의 상관을 열심히 읽었다. 정확히 명명하는 힘과 중요성.

 

우리의 뇌는 행복이 아닌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의 신경계는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목표가 생존일 경우, 무기력 상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선택이다.”

 

계속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인간은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일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두려움과 대등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계속 무기력한 상태로 남으려 한다.”


 

무기력이 트라우마 반응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는 데에서 심호흡을 했다.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다. 유사 트라우마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중이기도 하다. 상태를 짚어줄 언어가 있다는 건 늘 힘이 된다.

 

나한테 그림자가 없다면 어떻게 현실적일 수 있겠는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20년도 더 전에 배웠는데 여전히 숙지가 안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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