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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23.1 - Vol.817
현대문학 편집부 지음 / 현대문학(월간지)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새롭게 만난 사람, 낯선 이들 음성을 잘 못 듣는다.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빨리 친해지는 유형은 아닌 듯하다. 문예지는 그런 의미로 낯설고 그래서 재밌기도 하다. 비유가 넘 일차원적이지만 새로운 메뉴들을 시식하듯 조금은 두렵고 기대된다.
2월 5일부터 한 두 작품씩 읽기 시작했다. 순서도 자유롭게 끌리는 대로, 아무 이유나 이유로 삼아서. 즐거웠다. 문해가 형편없어서 어떤 작품은 메시지는 차치하고 문장의 의미조차 헷갈렸지만. 속도와 몰입의 깊이를 달리하며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겼다.
새해에 징징거림과 하소연에 너무 자주 써서 미안하기도 부끄럽기도 한 단어 침잠. 그 한 단어가 제목으로 된 작품이 있어서 못난 점을 들킨 듯 혼자 놀라며 추리하듯 읽었다. 어떤 의미로 차용하셨는 지가 궁금했다.
“그러니까...... 망망대해라는 건 무엇일까요?”
월간지에 실릴 분량인가 싶게 적지 않은 분량의 작품이라 한참을 침잠할 수 있었다. 작품 세계에 푹 잠겨보는 것을 좋아한다. ‘육지’라거나 ‘대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액체 위에 뜬 판 위에 사는, 그것도 전체 표면의 30%가 겨우 되는 얇은 판상, 섬 위에서 사는 존재이다. 처음에는 점점 잠식되는 환경의 섬이 설정된 특수한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인류 전체의 운명이 이와 다르지 않다.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눈길을 잡은 시를 두 편 만났고, 시 전체의 의미는 곧 사라지고 매일 더 줄어드는 시구들만 잠시 머물고 있다. 산책을 가기 전에 시를 한 편 읽으면 걸으면서 되새김을 해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주위 풍경을 덜 보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월요일부터 피로가 통증처럼 아픈 날이 어제였다. 이런 날엔 달력에 X라도 그으면서 한 주를 빠져나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친 생각이 뭉게뭉게 하다. 늘 표지에 속아서 읽고 마는, 그러나 은밀하게 그 반전을 또 기대하는 이기호 작가의 소설 11호는 아끼다가 마지막에 꺼냈다.
짧은 피드글만으로도 이미 친구들과 엄청 웃고 즐거웠는데, 새 식구를 맞는 상황을 투명인간이 되어 옆에서 보듯,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현실인지 창작세계인지, 엉망으로 헷갈리며 그게 또 미친 듯 재밌어서 후딱 읽었다. 침잠에서 떠오르고 싶다면 읽으시길. 웃음치료효과확실!
누군가 나쁜 맘을 먹으면 설득? 가스라이팅! 하기 가장 쉬울 듯한 필자를 응원하게 된다. 물론 뭘 모르고 하는 오만한 생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그런 여지를 주는 것일 테니! 이상적으로 화목한 가족이다. 식구가 느는 건 행복한 일이고 그리운 풍경이다. 개새인간 구성이라면 더구나.
2월호는 2월 1일에 출간되었다. 늦었지만 아직 2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