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수학으로 배우는 인공지능 4 - 수학아, 인공지능을 알려 줘! 교과서 수학으로 배우는 인공지능 4
박만구 외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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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알고리즘, 인공지능AI, 딥러닝Deep Learning, gpt... 몇 권을 책을 통해 원리와 개념을 배웠다. 문제는 버전에 따른 기능 변화 간극이 있고, 기능 해석과 미래 예측에 있어 의견이 상이해서 성인독자임에도 상당히 혼란스럽다.

 

gpt는 활용이 비교적 쉽고, 빅데이터를 재구성해서 객관화하는 기능이 가장 긍정적으로 보이니, 학습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을 것 같다. 그래도 초등교과 과정에서 인공 지능의 원리를 소개하는 책을 이렇게 빨리 만날 줄 몰랐다.

 

2025년부터 초중고에서 인공 지능 교육이 강화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가장 쉽고 간명한 방식으로 정리된 설명일 듯해서, 초등 6학년 아이와 함께 살펴보았다. 공저/참여한 이들은 수학과 인공 지능을 전공한 교수/교사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건물/사물/기계/시스템/프로그램의 원리는 수학이고,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는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의 원리로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구성이다.

 

- 인공지능의 원리

- 인공지능과 수학

- 플랫폼 체험과 윤리적인 문제 고민

- 교사와 양육자를 위한 지도 가이드북


 

새로운 과학 기술이 일상까지 확대되는 속도는 이제 지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고민할 시간이 충분한지 불안할 정도이다. 양자역학을 몰라도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듯이, 인공지능도 그 정도의 활용 용이성이 있어야 상품 가치가 확보될 것이다. 그러니 수학공부를 다시 한다거나 하는 걱정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 된다면, 인터넷이 그랬듯이 관련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취직을 위해 원리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기술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과 관리, 오류 해결과 보안 모두 원리 이해부터 시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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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그래프 : 하나의 대상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 생각 그물 형태로 표현

- 하나를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연결되어 그물망 형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

- 지식 그래프를 이용하면 정보 간 관련성을 쉽게 파악

- 정보 간 관계 추론 가능

- 추론을 통한 새로운 정보 획득

- 일상 정보와 학습 정보 탐색 모두에 도움


 

사례 : 각기둥, 직육면체, 각뿔, 원기둥, 원뿔, 구에 대한 정보

 

- 점과 선으로 표현

- 관련 특징들이 선으로 연결 표시

- 차이점과 공통점을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

- 기본 정보 + 추론 -> 새로운 정보 획득

 

체험 결과 : 초등 6학년 아이는 수학언어로 계산하여 답을 구하는 방식에서 그래프 해석을 통해 찾는 방식으로 변하거나 추가하는 기능이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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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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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이라고? 더 오래된 것 같다. 두꺼운 장편 한 작품도 좋고, 아쉽지 않을 아홉 편도 좋다. ‘하루 한편 즐겁게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예감했듯 실패했다. ‘무조건 놀자주말을 보낼 굳은 결심, 같이 놀기 좋은 소설들.

 

유희는 문득 희열을 느꼈다.”

 

첫 문장부터 너무 웃긴다. 이렇게 웃을 일인가 싶게 웃다 보면 작가가 웃기려고 작정하고 쓴 작품들인 것 같기도. 코드가 맞는 것도 있겠지만 나의 오독 탓에 웃는 거라도 뭐... 괜찮다. 갑갑한 심정이 책 속 우주에서 팡팡 터진다.

 

답답한 심정에 존윅4를 보러간다는 친구... 이 책을 추천한다. 당분간 더 잊고 싶은 팬데믹을 떠올리는 내용은 건너뛰고 싶었지만, 음성 언어와 연결한 설정은 기발하고 흥미롭다. 물론 미칠 듯 웃프다.

 

읽은 작품 수가 더해갈수록 작가가 팬데믹에 책상 앞에서 몸부림(?)치며 견디며 쓴 이야기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뭉게뭉게... 돈 쓰는 이야기, .,.파 비말 분사 열망, 이건 뭔가 싶게 상상 너머 특이한 존재인 로봇과 소통 형식...

 

여봐라, 대통령아.”


 

이게 현실인가, 맞는 건가, 꿈이 아닌 건가, 산다는 게 뭔가, 이제껏 믿었던 세계의 실체는, 문명이란... 기타 등등 온갖 것들을 의심하고 회환에 시달리고 출렁이는 감정과 흐려지는 정신 둔해지는 몸... 팬데믹 일상이 자꾸 기억난다.

 

물론 작가의 세상은 내가 다 빠져 나오지 못한 거기에 머물러 있지도 잡혀 있지도 않다. 시공간도 언어도 사유도 천재 작가가 원래 자유롭게 활용하던 수단이자 장치일 뿐이다. 이론 활용에 더 집중하는 것만 같았던 근래 SF에 대한 불만을 쏙 들어가게 하는 상상력이다.

 

생각만 해도, 꿈속에 잠깐 얼굴이 비치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던 딱 한 사람. (...) 마침내 그의 시간에 이르렀다.”

 

과학전공자라서일까 평생 좋아한 SF문학의 쓸모와 기대를 먼저 생각하면서 읽은 적은 없다. 읽으면서 배운 점이 있을 뿐이다. SF가 가장 큰 공동체를 상상한다는 것, 때론 고공관찰이 사뭇 냉정하기도 하지만, 인류 공동체를 고민하고 경고하고 비판하는 기능은 유효하다.

 

그래서... 실컷 웃으며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슬프다.

 

우리는 아직 지치지 않았고, 여전히 진실이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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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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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추리 소설 서평은 어렵다. 장르 특성이 강한 작품을 아무 것도 스포일링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개할지가 늘 막막하다. 일단 시리즈의 첫 작품을 만난 것이 반가운데 그래서 괴롭다. 언제 다음 권을 읽을 수 있나.

 

초대장을 받아 간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일단 정지한 기분이랄까. 인사와 소개 정도를 나눈 상태랄까. 표지에 다 타버린 성냥개비들이 있는데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노출한 것이었다. 한국판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전직 형사나 듀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설정은 익숙한 기대감을 준다. 영국추리문학의 고유명사 같은 셜록과 왓슨의 영향일 지도. 이 작품에서도 둘의 콤비가 매력적이다. 이후의 관계 변화도 궁금하다.

 

근데 뭘 기다려요? 가서 연쇄살인범 잡읍시다.”

 

영국식(?) 웃음 포인트들이 반가웠고, 틸리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다. 굳이 다른 사람 흉내도 안 내고 억지로 사회성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점이 속시원한 대리 만족이랄까. 할 말 다하는 포도 좋다.

 

어떻게든 사건이 해결되고 결론에 이르는 범죄,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도 새삼 다시 깨닫고 - 그래서 무더위에 읽는 게 가장 좋다 - 이 작품의 듀오 캐릭터가 선호하는 인간 유형이라 즐거웠다. 다음편 빨리...

 

아직 스포일링 안 한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쓰자면 읽기가 쉽다. 거의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고, 안내표시 기능은 잘 배치되고 이어지는 증거들이다. 읽다보면 범인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찾는 재미보다 범행 동기를 알게 되는 지점이 더 큰 재미였다.

 

어쉬움은... 완결이 완결이 아닌 시리즈물이라는 것, 이제 시작이고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가 당연히 중요하다. 엔딩이 훌륭한 드라마 1화랄까. 덕분에 휴일 같은 토요일을 시작했다. 역시 노는 게 제일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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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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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움은 참 늦다.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시키는 대로 잘 따라 배웠지만, 살다보면 무엇을 왜 어떻게 언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막막해지곤 한다. 역사의식 역시 거의 부재한 상태로 살다가 차츰차츰 여리게 자라나는 형편이다.

 

특히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여전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현재의 무엇이건 과거의 선택이고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깨달으니, 몰라도 좋을 역사란 없었다. 새해 책모임에서 역사서 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의 나라 전쟁사는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우리의 역사는 참 아프고 무겁다. 저자가 제공하는 새로운 문제의식도 대단하고, 시선의 중심을 전쟁을 피할 도리가 없는 백성들의 피해 사료를 근거로 삼은 기록이 너무나 귀하다.

 

전란 중에 벌어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파헤쳤을 뿐만 아니라 모든 내용을 조, 청 양국의 1차 사료를 토대로 기술했다.”


 

단편 지식과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해석으로 모자이크된 이 시기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톺아보았다. 추리나 르포와 같이 선명하게 고통과 피해자들로부터 출발해서 가해의 원인을 추적하는 흐름이 내내 벅찼다.

 

남의 헛간 구석에서 쥐 죽은 듯 숨어 있던 이괄은 이경(9~11) 무렵 (...) 도성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80여 명의 도성 백성들이 참살 당했다.”

 

너무 쉽고 경망한 지적과 비난과 후련한 욕설을 모두 배제하고, 촘촘하게 결과물을 도출한 배경과 정책과 판단오류와 결정적인 실책들을 짚어간다. 조사범위는 당대 철학과 세계관, 외교의 모든 범위를 아우르는 작업이었다.

 

개성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손을 내밀기 시작한 조사는 서울에 도착한 이후에는 엄두도 못 낼만치 많은 뇌물을 요구했다. (...) 고심하던 조정에서는 없이 백성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었고, 이래저래 백성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갔다.”


 

지각변동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바뀐 게 아니고, 주위의 강대국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면, 이 책에서 전란들을 분석한 역학 관계는 오늘날 분단으로 더욱 복잡해진 대한민국의 처지를 가늠해보는데도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불안과 두려움 없이 사는 시절이 아니라서, 의식은 자꾸만 책에서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저자도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안목을 키우라고 이 책을 전달해 주신 거라 그렇게 믿는다.

 

특히 폭력적인 언사가 노골적이고 더 이상 주저하지도 않는 혐오 강화 시절이라 차분한 성찰과 현실 적용은 더 중요하다. 이 역시도 우리 역사에 깊이 새겨진 커다란 상흔이라고 생각하며 똑같이 맞서지는 않으려 매일 애쓴다.

 

모든 경험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지만, 그냥 사라져도 무방한 사연과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 흔적을 따라 온전치 못한 기억도 마땅히 배우고 추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책의 어떤 현장성은 지금도 너무 가슴 아프고 개별적인 슬픔으로 가득한 듯했다.

 

임진강의 방어를 맡고 있던 어영사 이귀는 군사들보다도 먼저 달아났다. 당시 조정의 여론은 이귀의 처형을 주장했으나, 인조는 끝까지 그를 감쌌다. 그후에도 이귀는 여전히 인조의 총애를 받았고(...).”


 

나는 애초에 큰 뜻을 품은 큰 사람이 못되지만, 살면서 희생이나 헌신이 부족해서 큰 재난이 일어나는 경우는 자주 못 보았다. 그보다는 각자가 책임과 직업윤리를 안 지켰을 때 세상살이가 험해지는 건 안타까울 정도로 자주 본다.

 

당시 인조가 그들(후금)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그의 용기라기보다는 평소에 지녔던 숭명 사상이 그 척도였다. 그러나 (...) 그 무렵 조선의 재정 상태는 파탄 직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악이었다.”


 

당시 인조 정권에서 행한 모든 정치적 행동은 조선 측에 전혀 득이 없을뿐더러 후금 측을 자극하는 무모한 행동이었다고밖에는 볼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 곳곳에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누구도 측정해주지 않아도 자기 몫 이상을 하며 사시는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덕분에 세상은 이만큼이나 작동하고 이어져 온 것이다.

 

역사서를 읽고 배우고 나면 늘 감당할 도리가 없는 감정이 일렁인다. 진상 규명과 사과가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모욕, 애도와 추모가 간절한 이들에게 돈 더 벌게 해주겠다는 모욕을 근래에 목격해서 심정은 더욱 복잡하다.

 

왕조 시대에도 공화정 시절에도 공동체를 운영하고 경영하려는 이들은 무지해서도 무능해서도 안 된다. 조롱하고 욕하는 것으로는 변화도 안전도 불가능하다.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망치는 것은 쉽고 빠르다는 걸 알아서 무섭고 두렵다.

 

삼가 원하건대 신의 처지를 굽어 살피시어 신이 안심하고 귀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소서.”

 

병자호란의 참패 원인은 당시 군왕인 인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으나, 이 밖에도 (...) 당시 도원수 직책을 맡았던 김자점과 심기원이 벌인 행동을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외부에서 가해진 굴욕에 무력한 리더와 권력이 어떤 참담한 위기를 초래했는지 역사는 거기 버티고 서서 거듭 경고한다. 불편에는 쉽게 발끈하면서도 불의는 잘만 참아온 내 몫도 역사의 풍경을 어둡게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억울하고 많이 부끄럽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큰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으면서도 복잡한 기분이었다. 내가 놀랐듯이 아이도 이런 혼군이 존재했고, 그로인한 참화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공부이길 바라며 기성세대로서 혼곤한 한국현대사를 설명할 책무가 묵직하다.




#인조1636리뷰대회 #인조1636 #인조仁祖1636 #혼군의전쟁 #유근표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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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가 - SF 보는 법, 읽는 법, 만드는 법
곽재식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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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씨가 변덕스럽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옷도 난방 연료도 있으니 어떻게 버틸 것이다. 그 외 모든 다른 생명들이 걱정이 되는 찬 공기 하강기류다. 피로 핑계 대고 게으르기 좋은 목요일, 집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맞춤이다.



파벨만스(The Fablemans) : 왓챠 영화

 

오늘 본 영화는 해당 장르라 할 순 없지만, SF 영화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감독은 이 책을 펼치라고 손을 잡아끈다. 제목을 보니 어릴 적 탁, , , 돌리던 TV채널 느낌이 생생하다. 치이이익... 사이 몇 개 없었던 화면들.

 

재밌는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걸 좋아하는 작가는 글도 그러하다. 부담도 지루함도 없는 재밌는 이야기를 계속 즐기다보면 페이지가 줄어들고 후련함 대신 아쉬움이 커진다. SF 문학과 영화 모두의 오랜 팬인 나는 읽기를 아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딜레마 경험.


 

고전 영화들 중에는 아직도(?) 안 본 작품이 있다. 근래 SF가 상상력보다 이론의 구현에 더 집중하는 듯도 해서(상상의 여지가 많이 줄었기 때문일까) 조금 지친 나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반가웠다.


 

SF 영화가 그리는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까봐 무섭지는 않다. 문화 예술이 전하는 경고를 무시할까봐 겁난다. 책에 빠져 현실을 잊고 싶은데 요즘은 계속 실패다. 누가 끄집어내는 것처럼 너무 빨리 너무 자주 현실 귀환.

 

나는 그런 실패한 영화 속에서도 처음에는 뭔가 잘해보려고 했던 야심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게 어쩌다 실패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 추측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이 영화는 이런 장면을 찍어보려고 출발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대충 찍다 보니까 엉성해져서 망했구나.' 그런 추측을 하면서 못 만든 영화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괴상한 결과물 사이에서 엿보이는 노력이라든가, 애환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참신한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과 실패해서 잘못 돌아가는 현실이 뒤엉켜 전혀 상상하기 힘든 엉뚱하고 황당한 장면이 튀어나올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런 장면을 발견하게 되면 정말로 즐거웠다.”

 

이 문단을 읽고 나서 무척 느긋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졸리기 전에 눕지 말라고,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라는 등등 의사의 조언을 모두 무시하고 등을 대고 누워 보았다.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든 피하며 사는 매일이 지겹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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