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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전세 사기 범죄 피해자들 중 인천 지역 청년들의 사망 소식들... 여러 해 전부터 부동산 조사할 때마다 어떻게 한 개인이 백여 채나 수백 여 채가 넘는 부동산 소유주일 수 있는지 문제 제기는 있었고 포괄적으로 다룰 법은 없었다.
피해가 본격 가시화되고도 발의된 ‘전세사기 방지법’은 상임위원회도 통과 못했다. 응급 처방이 어떤 실질적 구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부디 뭐라도 조금이라도.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 피해자들이 2차 가해 여부와 상관없이 자책에 시달리고 전 과정을 계속 복기하며 자신을 원망하고 자신을 벌한다고 한다. 자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피해로 인한 현재 상황까지 수치심이 개입한다고 한다. 고통에 괴로움을 더한 지옥일 것이다.
“수치심은 언어나 종교처럼 내면에 깊게 자리 잡는다. 또한 머릿속에도 장벽을 세운다. (...) 어떤 기회나 즐거움, 사랑이 와도 몸을 움츠린다. 수치심은 그렇게 삶을 잠식한다.”
사정을 잘 아는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더 나을까. 차마 읽기가 두려운 기사를 열어보니 한 명은 부모에게도 괜찮다고만 했다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수치심이 반응한 것도 같았고, 해결 방법이 없다고 느낀 절망도 있었다.
“문제를 숨기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수치심 때문에 생기며, 상황을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종류의 재능이 있고 수완이 뛰어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남을 돕거나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하지 않고, 타인을 이용해 이익을 갈취하려하면,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용당한다. 피해자 다수가 20-30대...
착취에 약탈도 가능하고 방치되는 사회경제구조, 이 책에서 선명하게 설명된 수치심 머신이 약자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방식으로 범죄 사건을 찬찬히 보니, 견고함과 무자비함에,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를 비보에 두렵다.
개인으로서 나는 가해에 동참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다. 수치심을 그런 경계와 주의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다. 단 이런 구조적인 범죄 해결에는 정부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많이 늦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