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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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오랜만에 기억나는 꿈을 꾸었다. 현실의 기상 시간이 다가오는 걸 꿈에서도 알고 깨기 싫어 눈물이 났다. 언제 다시 만나냐고 우는 나를 달래던 할머니는 개학 전 헤어지기 싫어 울던 어린 나를 달래시던 생전과 같았다.

 

울면서 깨었지만, 그리움이 통증처럼 박힌 느낌이지만, 행복했다. 집도 세상도 흐리고 어두워 다행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세상의 삶과 죽음이 분간하기 더 어려워진다. 탄생도 소멸도 그 사이의 무수한 감정도 모두모두 찰나의 빛.

 

젊은 작가들 글로 채워진 작품집에서... 고모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가 시작되었지,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다시 살아보자고 했다가 그렇게 어이 없이 죽었지, 그런 내용들이 줄줄 기억난다. 죽음은 일상의 사건처럼 닥치고. 누군가는 죽은 이의 이름과 나이를 물려받아 평생을 살기도 하고.

 

이렇게 요약하면 작가들이 애써 복원한 서사들이 다시 납작해지니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잠이 덜 깨고 꿈에서 못 벗어난 채로 다시 졸리는 시간에 읽은 것을 헷갈리며 쓰는 내 탓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몰라서 나무로 만든 종이책들을 중독자처럼 읽고 기록하는 일상은, 연필로 만든 샌드위치를 씹고 삼키는 식이장애와 너무 닮아 있다. 뭐가 더 악몽인가. 매일 밥상을 차리는 일만이 경건한 지옥이다.

 

뭐라도 먹어야지.”

 

내 조상들은 본가를 달갑게 물려받으려 하지 않고, 제 삶 추스르며 살기도 종종 버거워하는 후손들 생각에, 짐만 될 자개장을 모두 처분하셨다. 기억 속 자개장들이 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줄 단 한 번도 시험을 못해봐서 원통하다.

 

이런저런 계산도 말고, 존재하지 않는 과거나 아무도 모를 미래도 염려하지 말고, 현재의 삶을 활짝 펼치고 바삭하게 말리며 호쾌하게 웃으며, 그렇게 살았던 시간들이 세대를 이어온 아무개 여성들의 풍경이기도 했으면. 박완서 작가님이 묘사한 그 유쾌한 한 때의 정경이 그립다.

 

사는 일 자체가 모든 혼란인 와중에 어린 나를 사랑해준 할머니께서 바스락 밝은 한복을 입고 다정하게 쓰담쓰담 해주셔서 지난 밤 꿈속에서 완벽하게 행복했다. “이상하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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