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출근하지 않는다 - 번아웃과 이직 없는 일터의 비밀
앤 헬렌 피터슨.찰리 워절 지음, 이승연 옮김 / 반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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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과 출퇴근 보장이 선결되지 않으면 다시 하지 않겠다고 반발한 재택근무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세부사항을 점검하듯 제대로 된 방식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어 속이 시원했다. ‘그냥 재택근무‘말고 업무와 조직과 구성원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친절 네비게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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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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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각각 수상한 부부 저자가 인구 위기를 주제로 삼은 1934년 출간서이다. 낯설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분석을 만나게 될 거란 기대가 오히려 컸다. 덕분에 검색해본 인구관련 정보를 보고 놀랐다. 세계 인구는 80억을 넘어 81을 향하고 있고, 인구수 1위 국가는 중국이 아닌 인도였다.


 

세계 인구가 현재 소비수준으로는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이미 넘은 시절에, 한국의 인구감소는 지역적인 문제일까 고민이 잠시 되었다. 어쩌면 이미 방법은 알지만 실행하지 않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니 책을 통해 찬찬히 배우는 방법이 더 필요했다.

 

적어도 사회학자이고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들이 여성의 이기심 등등 기가 막힌 원인을 들먹이진 않을 거라는 것, 인구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사회 개혁을 위한 다른 문제들의 해법도 함께 고민될 거란 기대를 했다. 정치나 정책 영역에 직접 활용되는 길이 최선일 것이다.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매우 급진적으로 분배정책 및 사회정책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 변화는 기술의 가능성 안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된 급진적인 생산정책의 변화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출산율(혹은 출생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그로 인한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늘어나는 일이 기쁨과 행복이 아닌 회복하기 힘든 단절과 감당하기 어려운 괴로움이라면 피하고자 하는 현상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럽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의 상황이라, 비록 거의 100년 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시도된 적 없는 진보적 정책들을 만날 거란 짐작은 맞았다. 여성을 비난하고 책임을 떠맡기는 방식은 없다.

 

- 출산/양육비용의 대부분은 사회의 부담

- 기혼 취업 여성의 직장/가정생활 양립을 위한 사회의 적극적 지원

 

내가 몰랐던 스웨덴의 현대사에는 이들 부부가 1930-40년대에 제안하고 바꾼 정책들이 단단한 토대로 사회를 떠받치고 있었다. 학자의 연구 결과가 의도와 의지대로 사회에 반영되어 시행된 결과가 내가 만난 복지국가 스웨덴이었다. 한 때 유럽 최빈국으로 최악의 인구 감소를 겪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장 자연스러운 국가 보장 보육제도는 가장의 직업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그가 실업을 했든 안 했든, 소득이 근소하든, 나아가 가장이 있든 없든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금액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한국의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율은 2.1명이지만,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출생율) 0.78이다. 전쟁이나 사회적 급변으로 충격 상태에서나 가능한 수치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소멸국가인 한국사회의 정책적 대안을 무엇일까. 있기는 할까. 있다면 약자들을 차례로 겁박하는 이 정부에서 시행될 수는 있을까.

 

모든 사회계층에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며, 질병 예방의 범위가 더 확대되어야 하며, 이것들은 가능한 한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적절한 건강관리가 가정의 경제적 자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곧 의료의 사회화라고 불리는 요구다.”

 

이 책은 분명하게 제안한다. ‘충분히 큰 정부의 재원 투입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구문제는 분배, 사회, 생산 정책 전반의 개혁을 통해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0.78로 가장 확실한 경고를 전하는 지금 우리가 못하면 다른 기회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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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하타노 도모미 지음, 임희선 옮김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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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택이 그리운 걸까. 표지 일러스트를 보면 그리움이 번진다. 셰어하우스라는 정보만 가지고 책을 펼쳤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겠구나, 그래도 조금은 말랑하고 다정하지 않을까 하는 앞선 짐작도 있었다. 그런데...!

 

팬데믹이다. 어떻게 지냈는지 충분히 묻지 못한 시절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연령 제한으로 구직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사회에서는 학력불문 콜센터 말곤 갈 데가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40세 이상 독신 여성 전용이라는 조건이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것은.

 

팬데믹 이전의 어떤 삶의 풍경은 정말 잃어 버렸다. 다시는 무방비할 정도로 안심하고, 다 같이 어울리고 즐거울 시간은 없을 것도 같으니까. 각자의 상처는 깊고, 아직 흉터로 변하지 못한 부분이 몹시 아프기도 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미래는 보이지 않아. 열심히 노력한다고 꿈을 이뤄 줄 정도로 신은 자상하지 않기 때문에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사나 생각하면 누구나 불안해지는 거야.”

 

백세 시대가, 장수가 정말 좋기 만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헷갈린다. 복지 인프라가 엉망인 사회에서 오래 산다는 건 어떤 의미, 아니 현실일까. 결국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도 결국엔 혼자가 되어 죽음을 맞는 가능성이 더 확실해진다는 걸까. 젠더에 따른 빈부 격차와 노인빈곤은 더 심각해서 두렵다.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고 완벽하지 않아도 힘껏 대비해보려고 애써도, 고용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가난 역시 개인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무겁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대화로 환기시켜보는 작품이 한편 대단하고 다른 한편 차려진 식사 한 끼 같다.

 

읽기엔 참 편한 번역이지만, 일본어를 알면, 여러 명칭들이 더 의미 깊게 다가올 것 같아 부럽고 아쉬웠다. 40대의 마지막을 살며, 다사다난하고 시난고난한 세월을 살아온 40대 여성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기분에 공감했다.

 

우리는 마흔이 넘은 사람들이다.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아 버린 나이였다. 기적이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기에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지겹도록 망설임이 긴 나와는 달리 미치루는 더 현명하고 시선이 똑바르다. 행동은 곧 용기다. 나는 행동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용기가 모자란 사람이다. 망설일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

 

“‘그럼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를 끝까지 파 보는 게 중요해.”

 

어떤 문장들은 잘 녹지 않는 사탕인 양 입 안 가득 물고, 천천히 돌돌 돌리며 다시,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에서 살 것인지이런 고민을 해보고 싶다. 다정한 위로와 격려는 좋은데, 살아온 관성이 고집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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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수학 좀 대신 해 줬으면! - SF 작가의 수학 생각
고호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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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아이들이 열광할 제목에, SF장르를 좋아하는 내게 더없이 흥미로울 SF 작가가 들려주는 수학이라서 책을 만나기까지 무척 궁금했다. SF는 판타지와는 달리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논리적 전개가 필요하다. 당연히 수학 언어와 수학적 사고법과도 밀접하다.

 

가장 기대하는 점은 십 대 아이들이 수학과 과학을 격렬하게 미워하고 다 포기하는 대신에 재미와 흥미를 조금이라도 느끼는 것이다. 현행 입시체제를 그대로 두고 학과목이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배움의 방식과 학문 자체를 구분해서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수학 공식, 개념, 관련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주는 내용일까 했던 짐작은 크게 어긋났다. 작가의 창작 아이디어 노트를 펼쳐본 기분이다. 역시! 과학적 상상력에 집중하는 SF 작가가 생각할 법한 수학 소재들이다. 어떤 질문들은 낯설고 엉뚱해서 재밌고, 다른 질문들은 진지하고 묵직해서 흥미롭다.



 

신기하고 즐겁게 읽다가 문득 저자가 실은 수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수학 생각만 하는 일상이라면 분명 관련 전공이나 특별한 애정이 있을 테니까. 검색 결과는 내 짐작보다 방대했다. 이 책은 재미있지만, 재미로만 읽을 책이 아니라는 감탄을 새롭게 한다.



 

나는 물리학 전공자이고, 학창시절 동안 수학이 편했다. 게으른 편이라서 열심히 외워야하는 과목들보다, 한 챕터에 하나의 공식만 이해하면 되는 수학과 물리학이 편했다. 교과서 한 권당, 열 서너 개의 공식만 알면 끝. 물론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비난과 거부반응이 돌아오곤 했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이해가 깊거나 수학과 과학을 특별하게 일상에 잘 활용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문제나 생각거리에 직면했을 때 가능한 뜨겁지 않게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고 이해해보려 애는 쓴다. 사기를 당하거나 광고에 잘 속지 않는 것은 그 덕분인지도. 비법이나 특효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반백년 가까이 살다보니 진심으로 세상에는 수학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다고 믿게 되었다. 동일한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조차 수학문제풀이보다 더 헷갈리고 오답이 많으니까. 그러니 수험점수에 미래를 저당 잡힌 수험생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어른들은 수학에 더 이상 겁먹지 말자.

 

저자처럼 다정한 시선과 설명으로 수학을 새롭게 만나게 해주는 이도 있고 대중과학서도 점점 더 친절해지고 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이언스북스 블로그를 찾아가서, 아름다운 오일러 공식이 담긴 - PC와 테블릿 버전에서 보입니다 - 배경화면 파일 선물을 얻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개인적 불안인 나의 노후를 수학적으로 대비할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고, 전지구적 위기인 전쟁과 지구 가열(warming 대신 주체가 선명한 heating을 사용하기로 함), 인간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기후에 대한 수학적 해법은 무엇일지 무겁게 읽었다. 함께 고민하는 이가 있다는 것이 뾰족했던 기분을 다독여준다.


 

한탕주의가 기세인 사회이지만, 몸의 근력을 키우듯 뇌의 근육도 꾸준히 키우는 공부가 가장 단단하고 가장 빠른 학습법이다. 물론 내내 어렵고 힘이 든다.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가 그래서 동기부여를 돕기 위해, 때론 기꺼이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도우려고 이 책을 채워나갔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니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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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벽 - 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냉전의 유산
김려실 외 지음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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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의 연령폭이 한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의미있고, 전공을 하거나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표면과 현상만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문제를 탐구하는 내용이 반갑고 귀하다. 작은 책이 거대한 비극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겼다.

 

일상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냉전의 산물이라는 것은 개안 같은 가르침이자, 서글픈 깨달음이다. 모르고 행하는 말과 행동에 세계사가 묻어 있다. 누구도 개별 존재가 아니고,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기억한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간, 공동체와 공동체, 그리고 문화와 문화의 마주침이기 때문에.”


 

명칭은 익숙하지만, 나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전쟁의 풍경들이 많다. 한국현대사에 무지하고, 사회에 대한 관심이 참 부족한 상태로 살았나보다. 그러는 사이, 온갖 냉전의 산물들이 전쟁의 부작용이 모습을 감추고 우리 일상에 숨어들었다.

 

“6.25 전사자는 찾는데, 살아 있는 전쟁고아는 왜 안 찾아요.”


 

문제는, 숨어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습관, 사고, 개인의 일상, 사회의 분위기, 정치수단으로 오용되고 국가 이데올로기와 집단 사고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 뭐 그렇게 좋은 것일까. 부작용과 해악이 너무나 크다. 한번 고착된 후 사라질 줄 모르고 끈질기게 소환되고 거듭 악용된다.

 

한반도는 대치 상황이지만, 정전 70주년이라는 건, 지금 생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1년 냉전 구도가 해체되면서, 전 세계도 정전 혹은 종전으로 향한다고도 믿었다.

 

그러나 남아도는 무기와 냉전 사고에 익숙한 이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는 동안, 크고 작은 침략과 전쟁은 이어져왔다.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면 내전의 형태로. 한국도 마찬가지다.

 

외세의 침략이 아닌, 갈라진 민족이 싸우고, 남한 내부에서의 권력 지형에 따른 학살이 이어졌다. 갈등과 폭력의 해악은 동일하다. 이모든 공동체적 경험이 개개인을 형성한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자연스러워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전쟁이 단일 요소로 모두의 삶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고, 모든 개인의 문제가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 문제로 분류되고 통계 조사되는 문제의 큰 틀이 냉전 구도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분단선이 갑갑하고 3.8선 남쪽에서만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것도 숨이 막힌다. 다 같이 어딘가 갇혀서 아등바등 왁자지껄 너무 뜨겁고 소란하다. 그 스트레스를 완화할 인프라와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면 좀 낫겠지만,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방식의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만 요란하다.

 

모두 불행하고 불만이고 불안한. 이기고 죽이는 방법만 배우다 황폐해지는. 결국 나를 죽이거나 남을 죽이거나 하는 비극으로 치닫는.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기에 한반도는 평화를 모른다. 평화롭게 살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70년 동안 냉전을 차곡차곡 일상화시켰다.

 

“‘신냉점이라는 이름 속에서 어떤 여성들이 사라지고 폭력 속에 있는지를 감각할 수 있는 것은 냉전의 젠더화된 역사를 폭로하여 다시 기록하고 기억하는 속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무지하고 몰상식하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 모든 언행들과 정치전술들이 실은 예외가 아닌 일상이었다는 생각을 덕분에 해본다. 왜 저럴까, 했던 질문은 인식하지 못한 기저에 원인이 있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불안은 더 일상화되고, 편견과 선입견과 차별과 혐오와 폭력은 더 빠르고 강하게 재생산을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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