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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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찾으면 무수하지만, 어쨌든 현실에 늘 지고 지치는 자신이 별로다. 현실감 없는 책 속으로 오늘도 도피한다. 언제까지 이럴까 싶었는데 계속 소설만 읽힌다. 이 따위 현실 다 사라져... 심정.

 

? 낯선 곳이다. 불륜의 세계네. 무척이나 정성스러운 설정과 감각적인 묘사에 첫사랑이니 설렘도 한 가득이다. 소재도 문화도 무척 일본적(?)이라, 민속학 같기도 하고 일본 근대 소설을 읽는 듯도 하다. 그런 점이 흥미롭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만나고 가까워지는 사람들 이야기라 계절감이 화려하다. 문득 보고 싶어지는 꽃들 이름이 반갑고 - 매화, 벚꽃, 울금, 달리아, 치자, 물옥잠, 연꽃, 모란 등등 - 음식들의 향연도 즐겁다. 특히 말차와 유부.

 

홍차를 우려 레몬즙을 넣어 마시며 읽었는데, 슬그머니 일어나 술을 따르고 싶다. 먹방 보며 식사 하듯, 책 읽다 식욕이 동하는 건가. 여러 의미로 내 생명은 종이에 기록한 활자로 겨우겨우 이어나가는 것 같네...

 

봄에 만나 다시 봄을 맞는 설정이지만 나는 역시 겨울이 가장 좋다. 겨울을 묘사한 문장이 아름다워 행복했다. 쪽빛 염료를 탄 것 같은 짙은 감색 하늘 아래 겨울밤이 고요히 번지고 있었다.”

 

이제 오지 마요.”

 

일본이라서, 소설이라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2023년 한국에서는 헤어지자했다가 운 좋으면 폭행당하고 운 나쁘면 살해당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족들도 함께 살해당하기도 한다. 책을 덮자 바로 현실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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