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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04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아래의 이야기가 있고 위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의 이야기는 가령 이런 것들.
노아의 방주 안에서 깨끗한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분리한 것, 납치된 유람선 안에서 국적에 따라 분리된 관광객들, 난파선에서 나온 보트와 뗏목에 분리되어 피신한 사람들..
분리된 이편이 아니라 저편, 즉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위의 이야기는 이런 것들.
1장에서 노아의 방주에 승선했었다고 주장하는 나무좀의 이야기, 홀로 핵폭발에서 탈출했다고 말하는 여인/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주장의 격돌, 마지막 장에서의 이런 말. 원하는 것을 항상 얻게 되면 잠시 후에는 원하는 것을 항상 얻지 못하는 것과 매우 유사해지죠.
인간사가 돌아가는 이치, 일종의 부조리, 그리고 쓰여진 역사에 대한 회의..
분리로 인해 소외되고 고통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운이 좋거나 얕은 꾀를 내어 살아난 이들에 의한 허구의 역사.
아래의 이야기는 아픈 현실, 위의 이야기는 허망한 메타현실.
10장으로 구성된 세계의 역사는 이렇다. 라고, 베일을 걷어내어 인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삽입 장(1/2장)에서 진실, 사랑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는 문장 문장들이 그렇게나 사람을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