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동물 우화 - 해학으로 가득 찬 스피노자의 철학 동물원 철학 스케치 1
아리엘 수아미 지음, 강희경 옮김, 알리아 다발 삽화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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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에 끌렸다.

거미로 있음과 거미가 뭔가를 할 수 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한 개체의 본성은 바로 그 개체의 역량이다.

이러한 문장 뒤 <이성>, <상상>이라는 낱말들이 나오고 뒤이어 <언어적 존재>라는 개념도 따라 나온다.

인간의 역량. 다른 동물과 다른 역량은 어디서 나올까? 딱 생각나는 것이 ‘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호몬쿨루스(homunculus)라 불리는 혀와 손만 엄청 큰 사람을 그린 이미지가 생각났다.

얼른 검색해 보니,, 역시 다들 생각하고 있던 거였군. 심지어 그 옛날 칸트조차 손가락이 대뇌의 파견기관 이라는 말을 했단다. 나름 신선하게 연결하려고 했더니 전혀..

그런데 ‘혀’는 어디로 쏙 빼고 ‘손’에 대해서 말하는 글들만 넘쳐난다. 검색되는 글들도 불균형적이다. 손의 우월성만을 얼마나 강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새삼스럽다.

만들고 맛보고.

인간의 역량이 이렇게 진화되어 왔다는 사실이.. 전 같으면 우습게 보였을 텐데 이젠 그렇게 못하겠다. 이 단순하다면 단순한 역량을 통해 사람들이 이룩한 것들을 보자. 많은 것들이 실망스럽지만 정말 경이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글 자체. 한글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인터넷, 전기는 또 어떻고? 나 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통 속에 누워있는 사람들만 득실거렸겠지.

갑자기 연필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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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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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세가지 방법. 이라는 챕터를 본다.
첫 번째는 제거. 부수적인 가치의 제거.
둘째는 분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기.
셋째는 변형. 제품이 아닌 컨셉의 변형. 인식의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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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104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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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가 있고 위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의 이야기는 가령 이런 것들.
노아의 방주 안에서 깨끗한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분리한 것, 납치된 유람선 안에서 국적에 따라 분리된 관광객들, 난파선에서 나온 보트와 뗏목에 분리되어 피신한 사람들..
분리된 이편이 아니라 저편, 즉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위의 이야기는 이런 것들.
1장에서 노아의 방주에 승선했었다고 주장하는 나무좀의 이야기, 홀로 핵폭발에서 탈출했다고 말하는 여인/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주장의 격돌, 마지막 장에서의 이런 말. 원하는 것을 항상 얻게 되면 잠시 후에는 원하는 것을 항상 얻지 못하는 것과 매우 유사해지죠.
인간사가 돌아가는 이치, 일종의 부조리, 그리고 쓰여진 역사에 대한 회의..

분리로 인해 소외되고 고통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운이 좋거나 얕은 꾀를 내어 살아난 이들에 의한 허구의 역사.
아래의 이야기는 아픈 현실, 위의 이야기는 허망한 메타현실.

10장으로 구성된 세계의 역사는 이렇다. 라고, 베일을 걷어내어 인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삽입 장(1/2장)에서 진실, 사랑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는 문장 문장들이 그렇게나 사람을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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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340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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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낮의 삶에서 좋지 않게 체험된 정념들로 여전히 과부하 상태에 있다. 밤의 꿈에서 고독은 언제나 적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낯설다. 그것은 진정으로 우리의 고독이 아니다.



꿈은 아주 드물게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사람은 늘 꿈을 꾸지만, 꿈 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리바이가 없는 꿈은 내겐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다.

아주 드물게 꾸는 꿈은 거의 비슷했다. 몇 년에 한 번 꾸는 꿈에서 나는 늘 높은 곳에서 저 아래로 추락하며 그 추락의 무서움을 겪으며 가슴으로 저 바닥에 부딪혔다. 그러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떨어지는 꿈은 키가 자라는 것이라는 해몽은 정말이지 꿈보다 해몽이었다. 요즘 나는 그 떨어지는 꿈이 진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꿈은 나에게 아주 가끔 나타나는 현실이며, 같은 추락의 꿈을 꾼다 해도 그 상황은 매번 다르기에 낯설고,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몽상. 그것은 일부러 내가 찾는 것이다. 마주 본 사람의 어깨너머 배경에 시선을 돌릴 때, 나는 스윽.. 하고 다른 차원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목적지를 향해 걷다가 문제 없는 실마리가 머리에 떠오르면 어느새 발은 보도블록으로부터 10센티미터쯤 공중으로 뜨고 만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몽상의 언덕’을 따라 의식은 이완되고, 흩어지며, 그 결과 흐려진다. 고 말한다. 몽상은 아니마가 자아를 매혹시킨 상태다. 맞는 말이지 모르겠지만 몽상은, 아니마는 자궁의 양수 속 태아의 상태와 비슷한 것인 듯 하다. 온천에 몸을 담가 데울 때의 안락함.

그런 몽상. 점점 더 빠져 들기가 힘들다. 점점 더.. 점점 더..진실한 삶도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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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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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본주의 시대, 아니 그보다는 소비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태도를 몇몇 철학자들의 논리에 기대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가 소비주의 시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다루고 있는 ‘아케이드’의 구조를 이 작품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4개의 큰 주제. 하나의 주제별로 문학가와 철학가를 한 조로 엮어놨는데 여기서 문학가는 얼굴마담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철학가는 뒷돈을 대는 주인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그림과 사진들은 마치 아케이드에 속해 있는 점포들의 쇼윈도처럼 손님들을 호객하고 있다. 그 쇼윈도 안에는 얼굴마담인 이상, 보들레르, 유하 등이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적을 비판하다가 그 적을 닮게 된 꼴인데, 저자가 그걸 생각 안 했을 리는 없을 테고..
기막힌 아이러니. 나도 내가 싫어하는 그들의 전략을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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