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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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인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에서 실망. 두 번째 단편인 <폐허에 바라다>를 읽다가 이런 문장이 눈에 띈다. ‘스산함이 감도는 주택가를 빠져나가자, 탄광시설의 폐허가 나타났다. 수갱탑과 선탄장이 보인다.’ 이 작품집은 3인칭 작가 시점이지만 자주 주인공인 센토 타카시의 시선과 오버랩 되는데.. 수갱탑과 선탄장. 이라는 아주 일반적인 단어인 듯 하지만 일반인은 알기 힘든 낱말 때문에, 형사인 주인공의 처지에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소설읽기가 즐거워졌다. 그렇게 <오빠 마음>과 <사라진 딸>까지 좋았는데, <바쿠로자와의 살인>에서 퉁.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마지막 <복귀하는 아침>에서 가까스로 평균점 회복.

소설은 북해도의 추위처럼, 폐허가 된 탄광처럼 쓸쓸한.. 기조를 잘 이어나갔고 형상화했다.
작품들마다 기복이 커서, 몰입은 자꾸 흐트러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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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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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하고, <청춘의 문장들>만 읽어 봤다. 소설가는 소설로 먼저 만나야 하는구나. 또 다시 절감. 이문열도 그랬는데..

마음산책의 이런 북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도 이런 판형에 이런 재질의 표지, 속지인데. 실용적이어서 젠체하지 않는 맛이라고 할까. 민음사 세계문학이 이런 디자인으로 나온다면 벌써 한 100권은 샀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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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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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는 혼란의 시기였고 전쟁의 시기였다.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인류를 위한 전과 다른 새로운 통찰이 꽃피었다.
외부 보다는 내부, 영웅 보다는 사제, 집단 보다는 개인의 철학, 종교였다.
공통되는 통찰은 아힘사(불살생), 공감, 자비의 마음 등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는 그때와 하등 다를 바 없는 혼란의 시기. 저자는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축의 시대의 놀라운 통찰들이 여기서 온전하게 꽃 피우기를. 그러기 위해서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그때 발생된 종교와 철학의 핵심사상을 알아야 한다며 나를 종용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는 섣불리 하나의 이미지로 그 이상향을 그리지는 않는다. 이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자기비판과 실천적 행동만을 강조할 뿐.

모세오경의 저자가 크게 4계열로 구분되어 있다면서 그 저자들을 각각 J, E, D, P라고 부르는 학계의 연구를 설명하는 장(章)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런 것이다. 층층이 쌓여있는 시루떡 같은. 중층의 구조로서의 세계.

그런 세계 구조에서의 인간의 이상(理想)은, 전 인류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확률로서의 일부에게만 생겨났다가 소멸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인류가 계속되는 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저자는 말한다. 장소도 중요하고 시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 그래도 해 보겠다는 마음가짐. 인류의 지혜 중 최고의 것 한 두 가지만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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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온 2016-07-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해 보겠다는 마음가짐.˝ 울림이 큰 말이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더블린 사람들 펭귄클래식 96
제임스 조이스 지음, 한일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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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어떤 책으로 시작할까.. 그때 그때 쪼가리로 이 책 저 책 읽고 있어서 딱히 시작으로 삼은 책이 어떤 것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첫 글을 첫 책으로 여긴다면.. 아무 책이나 그 첫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고종석이 그의 어떤 책에선가 얘기했듯, 굳이 전체의 순서를 따질 건 없지만 처음은, 처음이라서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으니깐.

그렇다고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선택한 이유가 별달리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읽다 보니.. 그리고 읽고 나니, 첫 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아마 이름값이 컸겠지. 조이스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난다.  



전반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이류 또는 삼류의식. 변방의식이라고 불러야 할지.. 런던, 파리. 라는 중심에 있지 않은.. 변방에 있다는 느낌이 15편의 단편 곳곳에 녹아있다. 두 번째는 애정.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 더블린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애정은 무조건적인 끈끈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서울에서 대학졸업까지 마친 자식이 시골 부모를 볼 때의.. 그런 애증과 닮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내 개인적 경험(나 아니라 그 누구라도 내 경험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한)을 떠올리게 만든 소설 속의.. 어떤 드러남.

<우연한 만남>에서의 둑에서의 경험은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애러비>에서 호감을 갖은 이성을 위해 한 일은 초등학교 4,5학년 때. 그때의 내 웃긴 모습을 추억하게 만들었으며, <작은 구름 한 점>과 <분풀이>는 지금의 나, 또는 내 친구들의 상황의 그것과 어쩌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 아픈 사건>은 이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다시 생각나게도 했고..

굳이 테렌스 브라운의 서문(펭귄클래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런 건 별로 안 읽지만 어쩌다 우연히 이 서문은 눈에 들어왔다.)이 아니더라도 작년에 읽은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에서 주의 깊게 읽었던, 에피파니(현현)의 순간은 각각의 단편들이 내 가슴에 팍팍 박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중 에피파니의 순간. 나도 모르게 다른 것들과 링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마지막 작품인 <죽은 사람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걸. 교훈적이지도 마술적이지도 않은. 조금은 따스함과 조금은 애잔함. 내 딱딱한 심장 속. 그 어딘가 아직 남은 부드럽고 말랑하고 탱탱한 푸딩 같은 것을 꿈틀거리게 한. 그 어떤 것을 느꼈다.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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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는 날 - 평창동 576번지, 그 남자의 Room Talk
양진석 글 사진 / 소모(SOMO)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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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심장부에서]보다 [폐허에 바라다]를 먼저 읽었는데도 먼저 글을 쓴 것은, [나라의 심장부]가 비교할 수 없이 좋았고 아직 전율이 멈추지 않을 때 몇 글자라도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사하는 날]보다 [몽상의 시학]과 [우리가 보낸 순간-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이렇게 리뷰를 더 일찍 올리는 이유는 전혀 다른데 있다. 저자가 지인들을 초청해 하우스 워밍 파티를 한 날이 2009년 12월 27일. 바로 딱 일 년 전 오늘이라는 사실을 그가 직접 만든 초대장을 찍은 사진을 보고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과 오늘. 올해 못 사용한 여름휴가를 리프레쉬로 사용 중이어서 내내 좀 미뤘던 독서를 했는데, 우연히 오늘 고른 책이 바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광대 샬리마르]와 관련한 우연을 경험한 이후에 두 번째!

이런 것들만 따로 모아볼까? 재미있는 독서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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