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찬가 - 나를 온전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
프란체스카 비아세톤 지음, 이예린 옮김 / 항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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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 베리의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를 보면 워드 프로세서가 나온 후 작가들의 역량이 하락했다고 저자가 투덜대는 대목이 나온다. 손글씨와 신체성, 신체성과 글쓰기,사유와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캘리그래피 소개 내지는 찬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ps 영화 "서치"에는 메신저 창에 글을 썼다 지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를 포함해 아마 모든 사람의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반드시 손글씨가 아니라도 어떤 아우라가 들어가는 것 아닐까. 


아마 "황천의 개"에 나왔던 내용같은데 TV를 처음 본 티벳 승려들이 일본사람들은 아마 해탈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해석은 TV 화면이 아마 만다라 같은 소용돌이 같이 티벳 승려들에게 보였을 것이라는 거다. 저자는 컴퓨터화면이 "물질성"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만다라 같이 볼수 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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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유영일 옮김 / 양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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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왓츠의 에고에 대한 비유: 밤중에 줄을 매단 깡통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면 둥근 원이 생긴다. 하지만, 이건 착시현상이다. 빙빙 돌리던 것을 멈추면 둥근 원은 사라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이런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다.(<알아차림 확립에 관한 경>이라는 경전이 따로 있을 정도다.) 마이클 싱어부터 이 책의 저자인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감정, 생각, 욕구 등에 동화되지(톨레는 이런 상태를 "무의식"이라고 표현한다.) 말고 관찰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들은 감정,욕구, 생각-에고가 내가 아니라 그걸 관찰하는 내가 진정한 나라고 말한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알아차림과 평정"이지만, 톨레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심리적 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아마 "자서전적인 자아"가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연료로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고"라는 단어가 느낌이 오지 않으면 "에고는 드라마를 연출한다"라는 문장을 느껴보자. 저자는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에고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일부라고 밝힌다. 문명이 발전할 수록 인간은 추상화된 환상,생각을 만들고 실재를 외면한다. 직접 대상을 보는 대신 더 실제같은 TV 화면을 통해 대상을 보고, 그것에 더 의존한다.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기회비용"을 톨레는 어떻게 생각할까? 인간에게 지금은 한번뿐이지만 마치 또다른 지금이 실재하는 것처럼 가정하고 거기에 관해 실재하지 않는 비용까지  산출해낸다. 지금의 문명은 에고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다. 메타버스는 그런 가상현실성격이 극단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이 가상 현실은 "자연"이라는 연료로 움직인다.  저자가 "현존"(예민하게 현재에 깨어 있는 것)하기 위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위빠사나명상 수행과 비슷하다. 이 책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는 스티븐 배철러가 불교무신론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무신론과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힌두교의 세계관-우주의 본질은 의식이고, 물질세계는 그 의식의 현현-이라는 까지 차용해서 신비주의로 나아가고,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마이클 싱어의 <될일은 된다> 같은 지금 눈 앞의 순간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심리적인 저항을 버리는 삶의 태도를 주문한다. 아마 위빠사나 명상에서 말하는 평정심인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인 단어와 "톱다운식 설명"에 책이 진짜 안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꾸역꾸역 읽으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나 무아,깨달음의 이미지와 분위기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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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뇌 - 뇌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마음 훈련
다니엘 골먼.리처드 J. 데이비드슨 지음, 미산 외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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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처럼 명상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하는 책도 있고, 명상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책도 있다.(예를 들면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크리스 나이바우어, 불광출판사).  진실은 무엇일까? 이른바 "명상과학"의 선구자 정도 되는 저자들이 이 쓴 책이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먹고 살기 힘들 때, 서구에서는 육로로 중동을 거쳐 아시아까지 여행해서, 영적인 탐험을 했던 청년들의 흐름이 있었다고 한다. (국내에 소개된 저자로 스티븐 배철러나 앤디 퍼디컴이 있다.) 저자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서 하버드대 등에서 이런 주제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물론 당시에는 지도교수한테서 그런 걸 연구주제로 했다간 경력이 끝장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자신들이 수행했던 연구들들을 소개하며 그러한 연구들이 가지는 한계점과 함의점 들을 짚어주고 있다. 명상을 연구하는 것은 재현이나 대조군 설정, 데이터 수집 등에서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한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명상은 뇌의 기능적, 구조적 면을 바꾸며 명상을 이용해서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세계의 여러가지 불행들- 전쟁, 폭력, 환경 파괴 등- 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교의 무아를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상식인이라면 여전히 알쏭달쏭하게 여길 만한 무아라는 개념을 저자는 인지과학을 인용하며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서술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여러가지 감각의 결합을 우리가 개념화한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대의 수피들이 손과 발이 잘리면서도 평정을 지켰다는 일화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뇌는 휴식을 취할 때도 일정 수준의 RPM(?)을 기록하는데 자자는 이 시스템(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저자는 부른다.) 이 우리가 자아감을 가지게 하는 뇌의 활동으로 본다. 저자들이 드는 이런 자아감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현존하기"와 고엔카의 보디스캔처럼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다. 이런 내용을 뇌과학 책같이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글자그대로 초보에게 스케치를 보여주는 식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보면 고엔카나 우바킨, 마티유 리카르 같은 익숙한 이름도 나오고 저자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티벳의 수행승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명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유익한 팁들을 얻을 수 있다.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행에 따른 뇌의 변화는 수십년을 해도 계속된다. 아마 해탈로 가는 길을 끝이 없나 보다. 그리고, 코엔카 10일코스 처럼 코치가 있는 집중수행이 매일 조금씩 하는 수행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다 때려치우고 티벳이나 인도에 가서 몇년 정도 처박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에바 일루즈의 <해피 크라시>에는 앤디 퍼디컴이 론칭한 "헤드스페이스"앱이 올리는 엄청난 수익을 서술한다. 서구에서 명상은 이미 거대한 시장이다.  아마 뻥튀기나 과장광고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바라본 명상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달라이라마의 무릎통증은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아직 연구되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마냥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은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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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생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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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의 전성기를 볼 수 있는 <미술관 옆 동물원>에는 심은하가 손흥민의 찰칵세레모니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의미가 있어 보여" . 평범한 일상도 기록하고, 파인더를 통해보면 왠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애절함과 작은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전작에도 매력을 더해주던 이런 기법이 이 책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단, 저자도 밝혔듯 인터뷰 원문을 거의 수정없이 실었기 때문에, 잘 씹어먹어야 한다.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먼저 결정된 상황에 내던져집니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필사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지를 택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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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우주 - 인간.삶.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마이클 탤보트 지음, 이균형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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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힌두의 세계관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모두의 본질이 브라흐만이고 세계가 환상(마야)라는 모티프가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탄력을 받고 있나 보다. 그러고 보니 한 법사님이 "위빠사나 명상은 자신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 뉴턴물리학의 범위를 벗어난 첨단 양자물리학을 고대불교나 힌두교같은 세계관과 링크시키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도 양자역학과 뇌과학부터 시작해서  세계가 홀로그램이라는 모델을 내놓는데 저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과학자들은 회의적'이다. 일단 저자가 근거로 언급하는 양자역학을 일반독자들이 이해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저자가 등판시키는 과학자들과 해당사례들의 진위와 과학계에서의 평가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설득력에 관해선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저자는 이후 책의 전개에서 여러가지 컬트나 초상현상들을 소개하며 이를 해석하는 도구로 홀로그램 이론을 드는데 기실 저자가 내세우는 것은 이런 현상들을 홀로그램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하나뿐이다.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근거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예를 들어 종교 역시 모든 초상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은가)  '컬트대백과'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관련사례들과 주장들을 모아놓아서 재미있긴 하다. 인용사례나 참고서적이 많아서 이 책을 첫출발로 잡을 수도 있다. 99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 이론이 지금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인상적인 대목 하나.

 

" 우주가 하나의 원시폭발,즉 빅뱅에 의해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만일 임사체험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임사체험자들이 여행하는 빛의 세계가 사실은 현실의 다른 차원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는 증명할 수 없는 말을 함부로 한다고 비난받을 것이다. 이것 또한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똑같이 강력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이미 과학은 아주 중요한 문제와 관련된 어떤 가능성을 '만일' 그 문제가 믿어도 '시류를 벗어나지 않는 일'의 범주에 든다면 받아들이고, 그것을 믿는 것이 '시류를 벗어나는 일'이라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중적인 기준은 과학이 심령적,영적 현상에 대한 연구라는 의미 깊은 탐사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과학은 객관성-자연을 연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초연하고 분석적이며 무자비할 정도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생각-과의 밀월을 좀더 참여적인 접근법으로 대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자의 의식이 아원자입자의 현실을 바꾸어놓는 우주,의사의 태도가 플라세보효과를 좌우하는 우주,실험자의 마음이 기계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우주,상상속의 경험이 물질적 현실속으로 넘쳐들어올 수 있는 우주에서는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 우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가 없다. .....홀로그램적이고 통관적인 우주에서는 엄밀한 객관성이란 발디딜 곳이 없다. "

 

ps 더불어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하는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세계가 홀로그램이라는게  '현실'을 바꾸지는 않지 않은가. 아무리 마야라도...나는 이 마야 때문에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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