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유영일 옮김 / 양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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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왓츠의 에고에 대한 비유: 밤중에 줄을 매단 깡통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면 둥근 원이 생긴다. 하지만, 이건 착시현상이다. 빙빙 돌리던 것을 멈추면 둥근 원은 사라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이런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다.(<알아차림 확립에 관한 경>이라는 경전이 따로 있을 정도다.) 마이클 싱어부터 이 책의 저자인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감정, 생각, 욕구 등에 동화되지(톨레는 이런 상태를 "무의식"이라고 표현한다.) 말고 관찰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들은 감정,욕구, 생각-에고가 내가 아니라 그걸 관찰하는 내가 진정한 나라고 말한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알아차림과 평정"이지만, 톨레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심리적 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아마 "자서전적인 자아"가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연료로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고"라는 단어가 느낌이 오지 않으면 "에고는 드라마를 연출한다"라는 문장을 느껴보자. 저자는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에고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일부라고 밝힌다. 문명이 발전할 수록 인간은 추상화된 환상,생각을 만들고 실재를 외면한다. 직접 대상을 보는 대신 더 실제같은 TV 화면을 통해 대상을 보고, 그것에 더 의존한다.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기회비용"을 톨레는 어떻게 생각할까? 인간에게 지금은 한번뿐이지만 마치 또다른 지금이 실재하는 것처럼 가정하고 거기에 관해 실재하지 않는 비용까지  산출해낸다. 지금의 문명은 에고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다. 메타버스는 그런 가상현실성격이 극단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이 가상 현실은 "자연"이라는 연료로 움직인다.  저자가 "현존"(예민하게 현재에 깨어 있는 것)하기 위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위빠사나명상 수행과 비슷하다. 이 책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는 스티븐 배철러가 불교무신론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무신론과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힌두교의 세계관-우주의 본질은 의식이고, 물질세계는 그 의식의 현현-이라는 까지 차용해서 신비주의로 나아가고,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마이클 싱어의 <될일은 된다> 같은 지금 눈 앞의 순간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심리적인 저항을 버리는 삶의 태도를 주문한다. 아마 위빠사나 명상에서 말하는 평정심인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인 단어와 "톱다운식 설명"에 책이 진짜 안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꾸역꾸역 읽으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나 무아,깨달음의 이미지와 분위기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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