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뇌 - 뇌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마음 훈련
다니엘 골먼.리처드 J. 데이비드슨 지음, 미산 외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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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처럼 명상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하는 책도 있고, 명상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책도 있다.(예를 들면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크리스 나이바우어, 불광출판사).  진실은 무엇일까? 이른바 "명상과학"의 선구자 정도 되는 저자들이 이 쓴 책이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먹고 살기 힘들 때, 서구에서는 육로로 중동을 거쳐 아시아까지 여행해서, 영적인 탐험을 했던 청년들의 흐름이 있었다고 한다. (국내에 소개된 저자로 스티븐 배철러나 앤디 퍼디컴이 있다.) 저자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서 하버드대 등에서 이런 주제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물론 당시에는 지도교수한테서 그런 걸 연구주제로 했다간 경력이 끝장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자신들이 수행했던 연구들들을 소개하며 그러한 연구들이 가지는 한계점과 함의점 들을 짚어주고 있다. 명상을 연구하는 것은 재현이나 대조군 설정, 데이터 수집 등에서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한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명상은 뇌의 기능적, 구조적 면을 바꾸며 명상을 이용해서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세계의 여러가지 불행들- 전쟁, 폭력, 환경 파괴 등- 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교의 무아를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상식인이라면 여전히 알쏭달쏭하게 여길 만한 무아라는 개념을 저자는 인지과학을 인용하며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서술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여러가지 감각의 결합을 우리가 개념화한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대의 수피들이 손과 발이 잘리면서도 평정을 지켰다는 일화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뇌는 휴식을 취할 때도 일정 수준의 RPM(?)을 기록하는데 자자는 이 시스템(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저자는 부른다.) 이 우리가 자아감을 가지게 하는 뇌의 활동으로 본다. 저자들이 드는 이런 자아감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현존하기"와 고엔카의 보디스캔처럼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다. 이런 내용을 뇌과학 책같이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글자그대로 초보에게 스케치를 보여주는 식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보면 고엔카나 우바킨, 마티유 리카르 같은 익숙한 이름도 나오고 저자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티벳의 수행승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명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유익한 팁들을 얻을 수 있다.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행에 따른 뇌의 변화는 수십년을 해도 계속된다. 아마 해탈로 가는 길을 끝이 없나 보다. 그리고, 코엔카 10일코스 처럼 코치가 있는 집중수행이 매일 조금씩 하는 수행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다 때려치우고 티벳이나 인도에 가서 몇년 정도 처박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에바 일루즈의 <해피 크라시>에는 앤디 퍼디컴이 론칭한 "헤드스페이스"앱이 올리는 엄청난 수익을 서술한다. 서구에서 명상은 이미 거대한 시장이다.  아마 뻥튀기나 과장광고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바라본 명상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달라이라마의 무릎통증은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아직 연구되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마냥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은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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