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공산당이라는 명목으로 1965년 수백만이 학살당했다고 한다. 그 때 직접 사람을 죽인 학살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 그 사실을 어떻게 회고 할까? 감독은 대략 수백명 또는 천명(?을 죽였다는 안와르 콩고라는 노인에게 당시 자신이 했던 그 살인을 연기(액트)로 재연해보자고 제안한다. 가끔씩 트라우마를 호소하지만, 손자들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던 안와르 콩고는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국내관객수가 만명이 채 되지 않는, 70개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이 다큐멘터리는 명불허전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통에 이 백인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제대로 살아남을까 하는 걱정이 들고, 실제로 엔딩 크레딧의 공동감독 중 한명은 익명이다. 초반 학살자들이 웃으면서 살인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동시에,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학살자들 중 한명은 그렇게 따지면 아메리카원주민 학살을 미국인은 사과했냐고 따진다. 보고 나면 우리나라 5.18도 떠오르고 어쩌면 지금 이스라엘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도 저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란 원래 저런 존재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살육을 저지르고도 웃음을 지으면서도 오리들을 괴롭히는 손주들을 야단치기도 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관객을 깊은 침묵에 빠뜨리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