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오키나와
기시 마사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한뼘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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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 오키나와에 관심이 생겼다. 여행에세이 같기도 하고  사회학 서적같기도 하고 전후기록을 담은 역사물 같기도 하다. 사색적이고 차분하면서도 재밌는 글이다. (자기보다 약한 )타자를 대한다는 것에 대한 예의를 고민하게 하는 책.   

“어떻게 이야기하든 정치적이 되어버린다는 것 즉 바꿔 말하면 우리가 오키나와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늘 정치적인 장으로 끌려 들어오며 거기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 이는 고스란히 일본과 오키나와의 사회적 관계의 한 가지 표현이다. …일본과 오키나와에 비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키나와에 대해 ‘그저 올바른 말’을 하는것이 아주 어렵다. ..단순히 올바를 수는 없다고 해서 우리는 올바름 자체를 놓아버려도 될까? 우리는 오키나와 자체를 이야기하는 일을 포기해야만 할까? “

“ ….우리는 갑자기 투명하고 차가운 벽과 소리없이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실체화된 사회라는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은 말이라는 건 교환할 수 없는 이들 사이에서밖에 생겨나지 않는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오키나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오키나와를 가로지르는 경계선 바로 위에서 경계선과 함께 그 경계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아직 발명되지 않은, 오키나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이 분명 존재할 터이다. “



Ps 아마도 지금 우크라이나 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일…

“ …인간이 이렇게 돼버려. 어쨌든 인간이 인간이 아니야. 생각하는 거라고는 나도 아파, 살려달라는 소리를 내지 말고 한 방에 죽어주라, 이런 식으로밖에 생각 안 했어. 죽는 것도 하나도 안 무서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숨만 쉬고 있었구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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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명 > 인공의 생태계는 언제 끝장이 날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아니 더 절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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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 - 온라인 ‘관종’은 어떻게 TV를 뒤흔들고 새로운 스타 계급이 되었나
크리스 스토클-워커 지음, 엄창호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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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이렇게 거대한 공룡인 줄 몰랐다. 요새 오프라인에서 사이버렉카니 브이제이자살이니 해서 들춰봤더니 도시에 갓 올라온 시골사람이 된 기분이다. 책의 표현대로 10년 전에 태어났으면 저임금노동자를 전전했을 청년이 유투브 덕에 수백억대의 부자가 된다. 

  유튜브는 민주적인 미디어다. 이 대목에서 약간의 통쾌함이 느껴진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 등으로 스크럼을 짜고 있는 방송 연예계에 머리를 조아릴 필요없이 내가 만든다는 식이니까.(어째 수십년전 본 코미디가 생각난다. 재미없는 방송에 부아가 치민 시민이 자체 방송을 제작한다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우리끼리 재밌게 놀자는 식으로 시작했던 유튜브는 거대한 산업이 되고 유튜버는  할리웃 스타들처럼 변한다. 관련해서 팝업스토어,굿즈 판매 등 부가 비즈니스 가 생기고 매니저, 변호사, 에이전시, 유튜버 학교가 등장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유튜버의 수입원은 크게 두가지인데 구글에서 받는 광고수입과 유튜버가 사업다각화를 시도해서 생기는 수입, 후원금 등이다. 이들 수입의 본질은 "인기"이다.  그런데 좀 짠한 것이 이들의 인기의 본질이 수려한 외모나 특기같은 것이 아니라 친밀함, "준사회적 관계"이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방송하는 유튜브는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유튜버는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친밀함을 바탕으로 후원자들을 확보한다. 이들에게 친밀함과 진정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외로운 것 아닐까?(뭐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 이들은 유튜버의 진정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정도로 프로고,  간접광고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순진하다. 책에는 꼬마 팬들을 유튜브 행사장에 데려온 부모가 지루해 하는 모습이 묘사되곤 하는데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티비를 보지 않으며 본방사수도 안한다고 한다. 유튜브는 이미 티비, 영화와 힘을 겨루는 주류다. 19년도 출판된 책인데 지금 유튜브는, 소셜미디어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단점은 소개되는 유튜버들이 전부 외국사례라 느낌이 좀 잘 안온다는 것. 유튜브의 현황을 묘사한 책답게 읽기는 정말 편하다. 유튜브 보는 느낌이다.

 

ps. 근데 이렇게 수백억 버는 자기와 별다를바 없는 스타들을 보면 질투심은 안 생길까? 환경미화원이 방송에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하자 시청자들이 항의 전화를 지자체에 했다고 한다. 그럴 정도의 패기라면 괜한 클릭질로 남 좋은 일은 안 시킬 것 같은데.. 당신의 무심한 클릭질이 상대방을 호의호식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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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여행자 - 그는 왜 미친 듯이 세상을 돌아다녔는가?
이언 해킹 지음, 최보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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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목과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상 차리는 게 산만하다는 느낌. 가볍게 읽을 만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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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씽킹 - 행복을 끌어들이는 심리 법칙
리처드 칼슨 지음, 박산호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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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문외한이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이 현재의 히스테리 같은 증상을 치료하려면 과거의 트라우마와 직면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심리치료사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어둠을 연구한다고 해서 빛이 찾아지지 않는다."  저자의 대안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은 우울한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생각은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괴로와하는 것은 "자기에게 스스로 고약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읽으며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건강한 정신작용'을 유지하는 것이다.(불교식으로 표현하면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균형감각,평정이란 말로 "건강한 정신작용"을 묘사하는데, 명상의 기법까지는 아니고 알아차림 정도의 단어는 사용한다. 책을 읽고 나면 '중체서용'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이 책은 불교의 담론을 차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계발서답게 시키는 대로 하면 희망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뽐뿌질(?)을 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몇가지 팁들도 있다. 불교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부정성'이 있는데 지혜는 절대 불안, 우울같은 부정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그 문제를 분석하지 말고 '건강한 정신작용'으로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감사'와 '용서'도 강조한다. 감사는 자기기만이 아니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택하는 삶의 태도이다. 그리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든 일들은 왔다가 간다'라는 사실은 '용서'를 정당화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책 마지막에 "지금 이순간을 살고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라"는 말로 지침을 요약한다.
 "자기계발서는 사기극"이라는 선입관을 믿는 편이지만,  이 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비유를 자주 드는데, 니체의 낙타,사자,어린아이의 비유가 떠오르기도 한다. 경험으로 말하면 니체가 말하는 어린아이의 삶을 살기는 정말 힘들다) 단,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기법이 중증의 우울증같은 질환에는 적용이 되지 않으니 다른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라고 한다. 재미있는게 위빠사나 명상 고엔카센터의 홈피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위빠사나 명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익하지만 의학적 치료나 정신병 치료의 대안은 아니며..) 또 이런 '중체서용'의 태도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을까. 아마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기법은 결국 그런 욕망조차 , 아니 그런 욕망을 품는 자아조차 '공'하다는 불교의 논리 아닌가.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그런 불교의 최종결론에 동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짤막하게 실은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정도로 끝낸다. 원서는 93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불교와 정신치료의 결합도 하나의 트렌드같다. 결국 모든 것이 무상(아니짜)이라는 불교의 사상이 책에 깔려 있다.  경험상 이걸 머리로는 알아도 체감하기는,실천하기는 정말 힘들다.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와 감사, 머리를 비우고 '컴퓨터같은 삶을 버리는' 지침들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좋다는데 뭐, 손해보는 일도 아니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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