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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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강연록으로 버지니아 울프가 대학 강의실에서 여성 청중들을 향해 전달한 메시지를 글로 엮었는데 그녀의 소설에 비해 이해가 쉬운 작품으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어느 가을 날,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뇌하다가 소설처럼 '나'라는 여성 화자를 설정하여 그녀의 행적을 쫒는 이야기를 허구로 만들어 낸 글로, 잔디밭과 도서관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당시에 여성들이 겪었던 차별적 내용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일을 당한 나는 예배당 앞에서 들어갈 마음이 사라져버렸다는 것......'나'는 곧 버지니아 울프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에게 열려 있지 않는 교육의 기회, 그리고 여성의 빈곤에 대해서도 지적해 나간다. 당시 이렇게 여성이 차별 받고 배제되는 모습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별. 한쪽 성별의 안전과 유복함. 다른 성별의 궁핍함과 불안전함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그녀.

100년 전의 서양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9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 '아들과 딸'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가치관이 현대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이 지금까지 받아왔던 차별을 냉철한 인식을 갖고 이 책을 읽어나가려고 노력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뜨거운 울림으로 깊이 번져나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여성에 관해 주로 남성들이 쓴 글을 보며 남성들의 뿌리깊은 편견에 대한 생각을 썼는데, 남성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열등함을 강조한다는 내용에서는 나 역시도 화가 날 수밖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뿌리깊은 가부장제 지배하고 있던 것이다. 모든 남성중심의 권위주의 바탕에는 자기가 가진 걸 하나라도 빼앗기지 싫은 치졸한 기득권 의식이 깔려 있으며, 그 권위주의 아래에서 여성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눈치를 봐야하는지 말할 것도 없다.

한 개인이 최소한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500 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울프. 500 파운드의 돈이 왜 필요할까? 고정된 수입이 없다면 원하지도 않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해야 하고, 그렇게 재능이 소멸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500 파운드의 돈이 단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거 역사 속의 가난하고 이름을 남기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 이제는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최소한의 경제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미래나 과거를 사유하고 책을 보면서 꿈꾸고 길모퉁이를 배회하고 생각의 낚시줄을 강물 깊이 드리울 수 있는데 필요한 500 파운드의 돈을 말이다.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자기만의 방은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홀로 사색하면서 완전한 자신만의 문장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역사속에서 지워지고, 시와 소설에서 찬미의 대상으로만 그려질 뿐 역사 속의 주체로 그려지지 못한 여성들이 이제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여성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100년 지난 지금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한다. 100년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재도 남성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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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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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서 코넌 도일의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최고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냉철하면서 번뜩이는 두뇌의 소유자이며,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 셜록 홈즈. 바로 셜록 홈즈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탐정을 만든 작가가 아서 코넌 도일이다. 셜록 홈즈는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그가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착각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간 곳에 셜록 홈즈가 있다. 책보다는 외화를 통해서였다. 어렸을 때였지만 텔레비전에서 셜록 홈즈 외화 시리즈에 등장한 그가 냉철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넋을 놓고 보았다. 그 뒤에 친구 집에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빌려 밤을 새우고 그 내용에 몰입하며 읽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영향에서인지 지금 내가 즐겨 읽고 좋아하는 장르가 추리소설이다.

셜록 홈즈의 추리는 세심한 관찰력에서 시작된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그만의 추리력은 과히 놀라울 따름이다.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추리할 수 있을까? 늘 새롭고 놀랍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보헤미아 왕국'은 의뢰인인 보헤미아의 대공은 과거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이 갖고 있는 사진을 돌려받기를 원한다. 홈즈를 유일하게 놀라게 한 여인. 여성을 현명하지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비웃던 홈즈가 그녀 즉 아일린애들러를 '그 여자'라고 지칭하는데... 홈즈에게는 아마도 최대의 경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바로 여자였다는 것. 홈즈, 당신도 당할 때가 있군. 너무 잘난 척 하지 말기를....

작은 전당포를 운영하는 빨간 머리 소유자 윌슨. 신문 광고를 보고 연맹 사무소에 간 그는 매주 4파운드를 받는 대신 명목상 봉사의 개념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베껴 쓰는 일을 한다. 세상에 어느누가 말도 안되는 일을 시키고 돈을 주겠는가? 8주가 지나자 빨간 머리 연맹이 해체되었다는 공고가 붙고.... 그러면 끝이지, 윌슨은 홈즈에게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달라고 의뢰를 하네... 딱 봐도 윌슨이 농락당했는데.... 이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금괴를 훔치기 위해 땅굴을 판 던컨 로즈를 붙잡게 된다. 빵 터지는 단편소설 '빨강 머리 연맹'이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오펀쇼' 가와 관련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부에게 배달된 편지. KKK라는 글자가 적혔고, 봉투에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들어있었다. 백부의 죽음과 형의 재산을 물려받은 존의 아버지의 역시 KKK 글자가 적힌 편지와 오렌지 씨앗 5개를 받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문제는 그 편지가 자신 앞으로 배달된 것이다. 이들 죽음 뒤에는 '오렌지 씨앗 5개'가 존재한다. 오렌지 씨앗은 불길한 물건이다. 심지어 론 스타호 선장 앞으로 오렌지 씨앗을 보냈는데 그 배마저도 강풍으로 산산이 부서졌으니까..... 보통의 사건과는 다르게 의뢰인이 죽게 되는 설정. 오렌지 씨앗은 불길한 물건임을 확실하게 증명해보이는 론 스타호의 난파....오렌지 씨앗을 절대 받지 말지어다...

셜록 홈즈의 놀랍고도 예리한 관찰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비록 그가 아일린 애들러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자신의 의뢰인 죽고, 자신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으로 살인범을 없애버렸지만 말이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은 늘 흥미진진하다. 매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면서 냉철한 추리력과 완벽한 논리로 사건을 해결해나는 셜록 홈즈. 우리는 그를 명탐정이라 부른다.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독자 여러분도 명탐정 셜록 홈즈의 매력에 빠져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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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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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푸시킨의 '벨낀 이야기'로, 이 소설에는 '마지막 한 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아가씨'의 총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내가 푸시킨을 처음 대했던 것은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였다. 고등학교 시절 외웠던 그의 시구절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고등학생의 삶이 뭘 그리 슬프고 힘들었다고 그의 시를 읊조렸는지..... 러시아의 대표적인 국민 시인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의 기초를 만든 작가이지만 안타깝게 소설 '마지막 한 발'에서처럼 자신의 사랑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벌인 결투 끝에 38세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낯선 용어이지만 유럽의 신사들에게서 결투는 명예회복과 용기 그 자체였다.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살았던 그들. 모욕을 당한 자가 결투를 신청하지 않으면 비겁자 취급을 당했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 정도로 명예는 남자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사회문화적 모습이 반영된 단편 '마지막 한 발'. 실비오라는 명사수의 이야기로 그는 남들에게 칭송받았던 남성다움을 신입이 들어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그를 증오하고 결국 결투를 하게 된다. 결과론적으로 실비오는 그 남성(백작)을 죽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한 뒤 떠난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결코 남성다움은 아니다. 살인을 결투라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미화하지 않았던 실비오. 진정한 결투의 승자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가난한 장교 '블라지미르'와 사랑에 빠져 몰래 비밀 결혼을 약속하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난다. 바로 눈보라.... 결국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두 사람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한다. 그러나 마리야의 진짜 인연은 블라지미르가 아니었다. 단편 '눈보라'는 간략한 문장으로 내용을 집약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전혀 지루함이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은 마리야의 이야기. 결국 눈보라가 그녀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셈이다.

'역참지기'는 열네 번째 관등에 속한 자로 완벽한 수난자로 설명하고 있다. 계급사회에서 역참지기는 온몸으로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존재였던 것이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딸 두냐가 있어 행복했다. 역참에는 '돌아온 탕아' 그림이 걸려있다. 복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림일까? 어느날 역참에 들른 장교가 두냐를 납치하듯 데리고 떠났고, 그는 딸을 데리러 장교를 찾아갔지만 결국 혼자 돌아온 그는 술만 마시다가 죽게 된다. 훗날 '돌아온 탕아'처럼 두냐도 귀부인이 되어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이다. 딸을 그리워하다 죽은 역참지기. 그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두냐. 조금 일찍 아버지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것을....

두 지주의 불화. 그들의 자식 리자와 알렉세이. 리자는 시골 처녀로 변장해 알렉세이를 만나 사랑을 가꿔나간다. 알렉세이는 시골 처녀 아꿀리나로 변장한 리자에게 글을 가르치고 편지까지 주고 받게 되는데... 두 지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결국 절칠한 관계가 되었다. 아꿀리나를 사랑하는 알렉세이는 결코 리자와 결혼할 수 없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리자를 찾아가는 알렉세이.... 푸시킨은 글의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 굳이 쓰지 않더라도 뒷이야기는 독자가 뻔히 알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필체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푸시킨을 흔히들 낭만주의 문학가인 동시에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한다. '벨낀 이야기'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군인, 역참지기, 장교, 장의사, 귀족... 이런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는 당시 러시아의 소외 계층이나 서민층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사실주의 문학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시초를 마련하였다. 간결하면서 독특한 구조로 다양한 계층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벨낀 이야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처럼 노하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소설을 읽는내내 38세의 한창 나이에 결투로 목숨을 잃은 푸시킨의 삶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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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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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로 여기에는 가톨릭 신부 브라운이 등장한다. 브라운 신부는 탐정 셜록 홈즈, 괴도 뤼팽과는 색다르게 어리숙해 보이는 인물로 범인의 허점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한다. 이 책에는 푸른 십자가 이외에도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실려 있다.

유달리 큰 키의 거물 범죄자 플랑보를 잡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 발랑탱. 발랑탱의 눈에 비친 브라운 신부는 우습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는 촌스럽고 천진함이 어우러진 어리숙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발랑탱의 시선을 따라 독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신부들을 뒤쫒게 된다. 그러나 천진한 촌뜨기 신부인줄만 알았던 그는 처음부터 자신과 동행한 키 큰 신부가 가짜임을 알고, 뒤를 쫒도록 단서를 남긴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브라운 신부는 독자의 궁금증을 모두 풀어준다. 범죄자의 수법과 심리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브라운.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들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인간의 악을 전혀 모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설마 브라운 신부가 그것을 이용할 줄은.....

'참된 어부 열두 명' 클럽 연례만찬이 열리는 호텔에서 종업원이 쓰러져 그곳에 간 브라운 신부. 밀실에서 기묘한 발소리를 듣게 된다. 의문을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두뇌의 소유자인 브라운. 기묘한 발걸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클럽 회원들이 사용하는 귀중한 은접시가 사라지는데 과연 누가 가져간 것일까? 브라운 신부는 열두 명의 회원에게 일침을 날린다. "부유하고 안락하면서도 신이나 인간을 위해 아무런 결실도 내지 않고 하찮게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데, 도둑놈과 부랑자는 회개를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브라운 신부는 범인 플랑보에 대한 애정을 있는 듯 보인다.

성직자 탐정. 탐정이 신부라는 것만으로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흥미를 끌기 충분한 소설이다. 겉으로 어리숙해 보이는, 작은 키의 성직자 브라운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고 관찰해 나간다. 무엇보다 그는 성직자라는 신분에 걸맞게 인간을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인을 이해하며, 범인에 대한 애정까지 보이는 따뜻한 인간미가 지니고 있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데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결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편 추리소설이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브라운 신부의 깊이 있는 생각에 빠져들면서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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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살아 생전 1952년 마지막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 스스로 "'노인과 바다'는 평생을 바쳐 쓴 글이자 내가 가진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대문학의 개척자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1953년 퓰리처 상과 1954년 노벨문학상을 안긴 늙은 어부 산티아고의 이야기 '노인과 바다'. 나는 '노인과 바다'를 영화로 먼저 만났고, 그 후 책을 읽었다. 이번에 다시 읽어 본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의 명대사는 나의 가슴에 다시한 번 울림을 주었다.

84일간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매번 빈손으로 돌아와야했던 어부 산티아고. 40일 간은 소년 마누엘과 함께 나갔었다. 가난한 노인이 안쓰러워 고기잡이 준비를 도와주는 착한 소년 마누엘. 드디어 85일 되던 날 그의 낚시대에 거대한 물고기가 걸리게 되고, 산티아고는 말 그대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인 끝에 물고기를 잡는다. 물고기가 너무 커서 배 옆에 붙들어 매어 둔 것을 상어 떼가 습격해 오고 노인은 이번에는 상어와 사투를 벌인다. 항구에 도착한 노인의 배에는 뼈만 앙상한 고기만 매어져있을 뿐이다. 잠이 깬 노인은 다시 소년과 고기를 잡으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소년이 지켜보는 옆에서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어 사자 꿈을 꾼다.

특유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제로, 꼭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하여 글을 썼던 헤밍웨이는 자신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묵직하게 전달해준다. 쿠바에서 21년 정착했던 헤밍웨이. 불운과 고난에 맞서는 인간의 내면을 강렬하게 보여 준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평생 몸을 담고 일했던 바다는 그에게 삶의 터전이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낚시줄에 걸린 고기와의 사투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도전 그 자체였다. 심지어 노인은 고기가 상어에게 공격당했을 때 마치 자신이 공격당한 느낌까지 받는다.

산티아고가 잡은 물고기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닌 노인 자신이었다. 그의 긍지이며 자부심이며 불굴의 의지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살점이 뜯겨가는 고기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산티아고. 그는 유명한 말을 하며 죽을 때까지 상어와 싸울 결심을 한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거야(p101)".... 비록 항구로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갖고 오지만 그는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음을 안다. "아무 것도 날 패배시키지 못했어"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야(p101)"라고 말했던 산티아고. 바다라는 삶의 현장에서 시련에 굴하지 않고 견뎌나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 해답은 1952년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는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심을 다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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