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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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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1884년 발표된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중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주인공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 작품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특히 이반이 죽음을 맞는 과정과 그에 따른 태도가 자세하게 묘사된 작품으로, 성공만을 향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왔던 이반 일리치가 자기 삶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죽는 과정이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잘나가는 판사로, 새로 이사할 집에 커튼을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대수롭지않게 여긴 이 사고는 점점 그에게 통증을 안기고, 결국 자신이 죽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반은 죽음을 앞두고 많은 것을 생각한다. 결국 자기 인생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마지막 순간 죽음을 수용한다.

- p74 "내가 죽어가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망각하고 산다 이반 일리치 역시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지만 쉽게 자신의 병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죽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이런 이반의 모습은 이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음에 대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습이기에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공감이 가는 것이다. 소설 속의 뾰뜨르 이바노비치 역시 이반의 부고 소식을 듣고는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일어나서도 안 되며 일어날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말이다.

"그게 아니야. 네가 살면서 추구해 온 모든 게 거짓이고 기만이야. 네 눈을 가려 삶과 죽음을 못 보게 한 거야."

죽음을 부인하던 이반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점점 정신이 황폐해져만 간다. 그리고 분개한다. '도대체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 거야?'. 이반은 평생 자신이 잘 살아왔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난 삶이 올바른 삶이 아니었음을 즉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 지나간 삶의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되짚어 보았다. 마지막 순간 이반은 자신의 잘못된 삶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이반은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수용하기까지의 내면심리가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있는 이 소설은 마치 톨스토이가 죽음을 맛본 경험을 쓴 것 같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진실이다.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살다가 결국 죽음의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며 눈을 감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해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일까?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은 우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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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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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오스카 와일드 편에는 '행복한 왕자' 이외에도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가 실려있다. '행복한 왕자'는 1888년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발표한 동화이다.

'행복한 왕자'를 처음 접했던 것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처음으로 사주신 동화책에서였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용광로로 사라지는 행복한 왕자의 결말을 읽고 어린 나이임에도 슬퍼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 때 읽고 몇 십만에 다시 읽어본 '행복한 왕자'. 지금 읽어보니 단순히 어린이용 동화라기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의 대표적인 유미주의작가로 신에게 탁월한 재능을 받았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는 동화, 희곡, 시, 동화 등 여러방면에 걸쳐 글을 썼고 그에 따른 대중적 인기도 대단했다.

궁궐에서 부족함 없이, 아무 걱정없이 살았던 왕자. 동상이 되어서 현실의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없었던 왕자는 제비에게 부탁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는데,,,, 조각상이 볼품없게 되자 사람들은 용광로에 넣어 녹이지만, 그의 부서진 심장은 녹지 않아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다. 죽은 제비와 함께....

무엇이 왕자를 행복하게 만든 것일까? 궁전에서의 삶은 근심 걱정없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나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어 담장 너머 도시의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과연 궁전에서의 생활은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행복이다. 그러나 왕자가 죽고 동상으로 세워지고 난 후에 왕자는 온갖 추악함과 비참함이 보이는 도시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도시에서 처참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만다. 그리고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왕자는 더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활동했을 당시의 영국 사회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물질주의가 팽배하다는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 가진 자들의 위선과 이기주의는 결코 가난한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행복한 왕자 역시 궁전에서 살았을 때는 몰랐던 것을 자신이 죽어 동상이 되었던 최악의 상황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즉 높은 담장을 올려보았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동상이 되어 밑을 내려다보니 보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물론 왕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비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왕자의 숭고한 사랑과 제비의 희생.....

'행복한 왕자'를 읽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안도현 작가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무한 경쟁시대 속에서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타적인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연결이 되었다. 숭고한 희생과 따뜻한 마음을 안고 죽은 왕자와 제비처럼 진정한 행복이란 물질적 소유가 아닌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와 애정, 나눔이 실천될 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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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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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다. SF 소설의 거장,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웰스는 단연 SF 분야의 선구자임에 틀림없다. 대표작으로 '우주 전쟁'과 '투명인간'이 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제목. 책보다 영화 제목이 더 익숙할 것이다. 바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아, 물론 타임머신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이 과거나 미래의 세계로 간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1895년 출간되었다는 것을 볼 때 '시간여행'이라는 사고 발상에서 씌여진 미래 세계로의 여행 '타임머신'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획기적이고 놀라운 내용의 소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SF 소설의 거장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여드레를 살았습니다. 그 여드레는 지금까지 어떠 인간도 살아 보지 못한 날들이었지요"

시간 여행자로 불리는 그가 802701년 후의 미래 세계로 여드레동안 시간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자신이 본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액자식 구성으로 외부 이야기는 '나'가 관찰자로서 시간 여행자에 대한 설명을 서술하는 내용이고, 내부 이야기는 시간 여행자의 시점으로 그가 '나'가 되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 세계에 도착한 시간 여행자는 현재 인간과 다른 엘로이 종족을 만난다. 120cm 정도의 키 에 지적 수준이 다섯 살 아이와 같은 나약한 종족으로 지상에서 과일만 먹으며 정원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간다.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새로운 생활 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반작용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게을러졌다고 단정짓는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쇠퇴한 모습을 그림으로써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들어 있다.

잃어버린 타임머신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시간 여행자는 지하에서 살고 있는 몰롤 종족을 만나는데, 엘로이 종족과 다르게 진화하여 난폭한 야생동물과 흡사한 모습으로 인육을 먹는 야만적인 습성을 지녔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 세계.... 단절된 두 종족의 모습은 인간 진화의 결과이다.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인 엘로이가 어떻게 지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시간 여행자는 그것을 몰롤이 묵인하고 봐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몰롤이 인육을 먹는 종족이라고 생각할 때 엘로이는 그저 평원에서 맛있는 풀을 뜯고 보기좋게 살이 오른 소떼 이상의 존재는 아닐 것이다.

몰롤 종족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 시간 여행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인류의 종말을 보고는 다시 자신의 현실 세계로 돌아온 후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사라진다.

허버트 조지 웰스는 인류의 과학기술과 문명이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의 세계를 상상을 넘어선 암울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려냄으로써 웰스가 살았던 당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웰스가 활동했던 당시 사회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격차가 극에 달았던 시기였다. 극단적으로 나뉜 종족인 지상인 엘로이 종족과 지하인 몰롤 종족...지상인 엘로이 종족은 자본가 즉 지배계급을 상징한다. 미래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모습은 나태하기 그지없다. 지성은 퇴보하고 게을러지고.... 반면 지하인 몰롤 종족은 노동자 즉 피지배계급을 상징한다. 웰스는 자본주의가 지속될 경우 두 계급의 차이는 점점 심화되어 극명해지고 결국 소설에서 보여진 내용처럼 비참한 미래 세계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웰스가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기술적으로 발전시켜나는 것을 원했을 것이다. 소설에서 몰롤을 엘로이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웰스의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엘로이의 옷이나 장신구들을 몰롤이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몰롤은 엘로이를 사육하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행복'이다. 대한민국 모든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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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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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이다. 안타깝게 20대부터 앓아온 신경질환이 모파상의 생활을 끊임없이 위협한 가운데 그는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써 나감으로써 천재적인 문학성을 보였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에 소개된 모파상의 작품에는 비곗덩어리 외에도 두 친구, 목걸이가 들어있다.

1870년 보불 전쟁 당시 루앙을 떠나려는 열 명의 인물들이 마차에 올라탄다. 백작 부부, 도의원 부부, 포도주 도매상 부부, 수녀 두 명 그리고 민주투사와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이 붙은 매춘부 등 당대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 모파상은 이들의 가면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면서 그들 내면에 감추어진 적나라한 본성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모습과 행동으로 애국자인양 고상한 척하며, 도덕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척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그들의 본 모습은 위선으로 똘똘 뭉친 이기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민주투사란 별명이 붙은 코르뉘데를 뺀 남자들의 대화는 돈이었고 그들은 가난한 자들을 멸시했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유대감 속에서 동지 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마차에 탄 그들에게 비곗덩어리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배고픔이 찾아오고 그녀가 내민 음식을 먹고 난 후, 호의적인 태도로 바뀐다. 심지어 그녀가 루앙을 떠난 이유를 듣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트의 여인숙 앞에 도착한 그들 앞에 독일 장교는 마차에서 내리라는 명령을 하는데 베곗덩어리와 코르뉘데를 뺀 나머지 여행자들은 고분고분한 태도로 고개를 수그르며 그의 지시를 따른다. 심지어 인사말까지 건네면서.....하지만 비곗덩어리와 민주 투사는 가장 늦게 내리고 적군 앞에서 위엄 있고 고고한 태도를 보인다. 바로 적군을 향한 저항적인 모습인 것이다. 너무도 상반되는 모습을 통해 누가 진정한 애국자인가를 비판하고 있다.

다음 날 길을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게 장교는 그들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후 이틀동안 여행자들은 점점 더 조급해졌고, 비곗덩어리로부터 장교가 자신과 자고 싶어한다는 말을 소리를 지르며 전해준다. 장교의 말을 전하는 비곗덩어리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이 말을 들은 여행자들은 입을 모아 저열한 장교를 비난하고 저항을 다짐했다. 하지만 앞에서 보여 준 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곗덩어리가 희생하기를 바라겠지....

결국 그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욕망의 화살은 비곗덩어리로 향한다. 그들은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프로이센 장교를 찾아가지 않는 그녀를....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매춘부라는 이유로 경멸의 눈길을 보냈던 그들이 이제는 장교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으니.....

그 후 여행자들은 다양한 논리와 도덕의 예를 이용하여 비곗덩어리를 설득하고 결국 그녀는 장교에게로 가고 만다. 다음날 마차에 오르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전과 같지 않았다. 등을 돌리고 그녀와 거리를 두는 그들. 여행 첫날 비곗덩어리의 음식을 같이 먹었던 그들은 이제 그녀와 음식나누기를 거부한다.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자신을 희생물로 이용했고, 그런 다음 더럽혀져서 쓸모없어진 물건처럼 내친 그들의 위선에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존엄성과 자신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희생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비곗덩어리의 희생의 결과가 자신에게 쏟아진 경멸과 비난 뿐이었다. 그들의 집단적인 이기심은 최악의 수준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그 희생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면 더욱 강요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없다. 거룩한 성직자인 수녀도, 민주투사라 말하는 코르뉘데도.... 이것이 최악의 순간에 놓이게 될 때 드러나는 인간의 감추어진 본성임을 모파상은 말하고 있다. 나의 가슴 한쪽에도 있을 위선과 이기적인 모습이 영원히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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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읽은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면서 자신의 삶에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곳곳에 심어놓으며 소설로써 풀어나간 지극히 자전적 이야기로, 1948년 완성된, 일본 전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이다.

화자인 '나'가 한 남자의 세 장의 사진을 본다. 사진 속 남자의 표정과 인상이 기괴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수기를 읽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사진 속의 인물 요조의 기괴한 표정은 다분히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럼 요조가 이런 기괴한 표정과 인상을 갖고 살 수밖에 없었을까? 그의 수기를 통해 요조의 삶을 들여다보자.

첫 번째 수기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유조가 인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 시달리다 광대 짓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 공포, 고뇌, 우울감, 긴장감을 철저히 감추면서 장난꾸러기로 행세한다.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요조와 광대 짓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요조는 정반대의 모습이기에 어느 누구도 요조가 우울하고도 아픈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람들의 야비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보면서도 결코 이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 어린 요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가는 방법 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우습게 보아도 괜찮은 존재로 봐 주기를 원하는 요조. 그런 가면을 쓴 요조의 자아는 점점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고, 이런 소통의 부재는 결국 자신을 자기만의 세계에 가둔 채 부정적이고 자기혐오적인 인간으로 변해간다.

두 번째 수기는 중학생이 되면서도 광대짓을 계속하는 요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조는 생각한다. '겉으로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웃기고 있지만 실은 이렇게 음울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광대 짓을 하지만 어이없게 다케이치에게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을 들켜버린다. 철저히 일관되게 자아를 깊숙이 숨긴 채 또다른 자아로 살아가는 요조는 화실에서 만난 호리키 마사오에게 술과 담배와 매춘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배우게 되고 그것이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무마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호리키를 만나 퇴폐적인 생활을 하는 요조는 술집 종업원 쓰네코와 동반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녀는 죽고 자신만 살게 된다. 항상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요조. 그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은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 술, 담배, 매춘 등의 추악한 행동뿐이었을 것이다. 더러는 요조를 자기혐오에 빠진 나약한 인간이라 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약함의 원인이 결국 어린 시절의 성적인 학대와 위선에서 온 트라우마였고, 그것이 정신적인 우울감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요조의 삶이 더없이 불쌍하게 생각된다.

세 번째 수기는 동반자살미수사건으로 퇴학을 당하고 무명만화가로 생계유지를 유지하는 요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즈코와의 동거와 이별, 담배가게 아가씨 요시코를 만나 처음으로 안정을 경험하고 동거를 하지만 요시코가 성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 요조는 결국 술에 의존.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몰핀 중독, 마약.... 이런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자살을 결심하는데 그날 호리키가 찾아와 그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간다. 요조는 생각한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미치광이, 폐인이라는 각인이 찍히게 되었고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 규정짓는다. 정신병원을 나온 후 고향 근처에 가 살게 되지만 27살의 그는 백발의 중년으로 보인다는 말을 하며 수기를 마친다.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 말하는 요조는 과연 인간으로서 실격일까?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만큼 순수함을 갖고 있던 요조는 부모님에게까지 거리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요조는 광대 짓을 통해 사람들과 인위적인 관계 맺기를 한다. 이 얼마나 저절한 몸부림인가. 가면을 쓰면서까지 사람들 속에서 살고자 했던 요조였다. 끝없이 인간사회에 이질감을 느끼며 방황하며, 정신적 아픔 속에서 홀로 처절하게 살아가야했던 요조. 그가 다소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길은 퇴폐적인 삶이었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사람들과 다름을 두려워했으며, 그들을 끝없이 인식하며 그들에게 소외되는 것이 더없이 두려워 철저하게 가면을 쓴 채 살다가 결국은 어두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요조. 그는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실격된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요조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격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단지 삶의 모습이 다를 뿐이지 인간이라는 본질은 사라질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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