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사건이 있기까지 땡스 투가 뭔지도 난 몰랐다. 다른 분들의 서재에서 열심히 글을 읽은 결과 알게 된 건 다음과 같다.
"땡스 투는 사람들 간의 정을 나타내는 수단이며, 그건 적립금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땡스 투는 "고마워"라고 하는 대신 단추를 누르는 것이며, 말만 그러면 미안하니까 알라딘 측에서 약간의 사이버 머니를 지급해 준다.

좋은 제도 같아서 내 계정을 들어가 봤다. 놀랍게도.

  내가 받은 Thanks to 총 마일리지 : 0원
지난 한달간 받은 Thanks to 마일리지 : 0원

 

슬펐다. 서재 활동을 한지가 벌써 한달 가까이 됐는데, 내게 고마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왜 사람들은 내가 고맙지 않은 걸까?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리뷰를 쓰지 못한 까닭이고, 내가 그러지 못한 것은 리뷰를 워낙 못쓰기 때문이다. 리뷰를 못쓰더라도 열심히 쓰면 가끔 땡스 투를 받을 텐데, 책도 잘 안읽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책을 좀 열심히 읽기로 했다. 땡스 투를 받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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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8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7-2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하세요.

날개 2005-07-2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많이 올려도 땡스투 못받는 떄가 더 많답니다..^^
님이야 이제 시작이시니, 앞으로는 많이 받게 되시지 않을까요?

줄리 2005-07-29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마찬가지예요. 전 알라딘 거래 실적도 거의 없다죠. 처음 제 카드 받아주었을때 산 두번의 실적이 아마 다라지요. 창피.. 처음 뵈어요. 닉이 아주 특이해요. 니콜 키드만은 안좋아하지만 니콜 키크더만은 어떨지 ㅎㅎ 자주 뵐께요.

니콜키크더만 2005-07-3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안녕하세요. 다른 분 서재에서 몇번 뵜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도 니콜 키드만 그리 안좋아합니다. 키가 너무 커서요.
날개님/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이드님/네, 그러겠습니다.
 

오늘 사무실 분위기는 매우 나빴다. 2억짜리 계약을 우리가 따낼 뻔했는데 막판에 빼앗겼다는 거다. 소장은 얼굴이 시뻘개져가지고 화풀이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작살날 게 뻔한지라 하루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일하는 척하고 있는 중이다. 눈치없는 S는 괜히 그 앞에서 얼쩡거리다 한소리 들었다..

그 계약은 2억짜리였다. 2억, 물론 많은 돈이다. 우리들 월급을 주고, 소장의 세컨드에게 차도 사줄 수 있는 돈이다 (그러고보니까 차는 있다고 한다. 티뷰론급...). 하지만 그 돈 때문에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하루종일 음침한 분위기로 있어야 한다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 우리의 근무시간을 모두 합치면 100시간은 넘을테고, 즐겁게 살아도 짧기만 한 인생에서 그런 일을 가지고 귀중한 시간을 음침하게 보내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2억은 원래 우리 돈이 아니었다. 계약을 따야 얻을 수 있는 돈이었다. 우리가 거기에 가장 접근해 있었다고 해도, 그리고 다른 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그 계약을 따냈다고 해도, 이제 물건너간 일에 대해 그렇게 이를 갈고 있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 어디선가 줏어들은 말에 의하면 일어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가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걱정하지 않더라도 해결되는 일이니 실제로 걱정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니 계약을 못딴 것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만 손해다.

물론 내가 소장이라 해도 이 일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순 없을거다. 하지만 소장이 이렇게-에이, 거 안되면 할 수 없지. 다음번엔 잘하지 뭐-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잖는가.

사실 2억도 온전히 우리 것은 아니었다. 그정도 해봤자 남는 건 잘해야 1억, 안그러면 5천 정도다(헉, 그래도 많다). 우리 소장아, 그렇게 돈에 얽매여 살지 말자. 니가 그러니까 여기 그만둔 사람들이 절대로 놀러오지 않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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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친구가 꼭 나오라고 전화를 했다. 딱이 할 일도 없고 안그래도 찜통같은 집구석에 있기가 싫었던 터라 부름에 응했다.


“여기야!”

친구는 웬 여자와 있었다.

인사해, 이쪽은 내 친구 진옥이. 전에 내가 말했지? 여기는...내 애인이야. 어때? 미인이지?”

난 얼떨결에 대답했다. “미, 미인이십니다”

물 한잔을 마시면서 생각을 했다. 저 친구는 분명 결혼을 했고, 네 살 난 딸이 있다. 그리고 저 여자는 분명 친구 아내가 아니다. 그랬다. 친구는 애인을 사귀었고, 그걸 자랑하려고 날 부른 거였다. 나쁘게 말하면 이용당한 거지만, 그 정도의 치기쯤은 받아줄 수 있었다.


여자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 미인이었다. 피부가 어쩌면 그렇게 하얀지, 내가 얼마전에 선을 봤던 여자와는 다른 인종이 아닐까 생각됐다. 웃기도 잘하고 말도 시종일관 당당하게 한다. 29세의 미모를 겸비한 커리어우먼이 뭐가 답답해서 유부남의 애인이 되어 나타난 것일까.


술을 약간 마시고 노래방에 갔고, 내가 멍하니 있는 동안 그 둘은 다정하게 노래를 불렀다. 내가 왜 거기까지 따라갔는지를 책망하다가 조용히 집으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새 눈치를 챘는지 친구가 따라와 내 팔을 붙잡는다.


맥주 한잔을 더 마셨다. 여자가 내게 소개팅을 시켜주겠단다. 친구는 날 ‘총각’이라고 소개했단다. 그냥 말하지, 나 갈라선 적 있다고. 친구 녀석이 제의한다.

“니들 둘이 만나면 불편하니까 그날 넷이 한번 모이자”

이 친구, 나 핑계대고 애인 만날 때 알리바이를 만드려는 게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재미도 없고 외모도 그저그런 날 왜 소개해 주겠는가.


가끔은 일부일처에 감사할 때가 있다. 내 친구, 내가 봐도 멋지다. 잘생겼고, 큐리텔이라는 휴대폰업체에 다니며, 연봉도 내 두배 반을 넘는다. 일부일처가 아니라면 상위 20%의 인간들이 여자의 80%를 차지할 테고, 나같은 사람은 혼자 지내야 했을지 모른다.


잘난 사람들은 일부일처를 저주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찾아 헤매고, 나같은 사람은 일부일처에 감사하면서 정 짝을 못찾은 여자를 기다린다. 그 무서운 신자유주의의 물결도 결혼제도만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게 다행스럽다. 내가 지금 다른 여자를 꿈꿀 수 있는 것도 다 일부일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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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7-2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여자분은 혹시 친구분이 결혼한거 모르는게 아닐까요? ㅡ.ㅡ;;

니콜키크더만 2005-07-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하하, 설마요!
 

내가 하는 일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일이다. 나 역시 따스한 피를 가진 인간인지라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근무 시간에 밖에 나가서 노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 노는 것도 컴퓨터상에서 놀아야 한다.

그래서 난 한게임에 아이디를 만들었고, 각종 뉴스 사이트에 드나들며,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었다. 정치에 점점 관심이 없어지다보니 뉴스 사이트에 드나드는 건 시들해졌다. 그 대신 스포츠, 특히 미국 프로야구 사이트인 www.mlb.com에 수시로 들어간다. 한게임 맞고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이제 시들해진다. 무엇보다 소리를 줄여놓고 해야 하니-근무시간에 "뻑입니다!" 같은 말이 나오면 이상하잖아-실감도 안나고, 위기상황에서 잽싸게 고스톱을 종료해야 하는 것도 좀 미안하다. 한번은 상대방이 딱 두번을 쳐서 7점이 나버린 상태였고, 원고를 불렀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리고 까지도 가능했는데, 우리회사 넘버 2가 내게 말을 하려고 오고 있기에 황급히 꺼버렸다. 그 넘버2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 거였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누군지 모를 상대방에게 많이 미안했다. 한게임에서는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얼마간의 위로금을 내게서 빼앗아 상대에게 지급하는데, 사실 고스톱 돈 때문에 치는가. 스리고, 포고, 심지어 파이브 고까지 하는 그 짜릿함 때문에 고스톱을 치는 거지. 그 돈이란 것도 싸이버머니니, 스리고를 목전에 두고 도망가버리는 상대방이 죽이고 싶도록 미울 수밖에 없다. 그날 이후 한게임을 점점 안하게 되고, 그 대신 알라딘에 가서 남들의 글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되어 버렸다.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다 보니 소장에게 들킨 적도 있었다. 소장이 갑자기 저벅저벅 걸어오기에 잽싸게 견적서를 내던 창을 띄우려는데, 당황해서 마우스를 놓쳐버렸다. 더듬더듬 하다보니 소장이 이미 내 자리에 왔다.
"자네 뭐하나?"
"저... 인터넷 서점에서 책 좀 사려고요"
소장이 일장연설을 한 건 당연하지만-근무시간에 책 사는 놈이 어디 있냐, 니가 그러니까 기일을 매번 넘기는 거 아니냐-그래도 책이라는 말에 소장은 감동한 눈치였다. 그 뒤 소장은 할말이 없으면 "진옥아, 요즘 무슨 책이 재밌냐?"고 묻곤 한다. 물론 말뿐이고 정성껏 추천해봤자 읽지도 않을 거지만 말이다. 알라딘이니까 다행이지, 싸이월드 같은 걸 했어봐라. 소장, 아마 내 자리를 자기 옆으로 옮겨 24시간 감시체제로 들어갔을 거다. 아닌게 아니라 내 밑에 있는 S는 초등학교 사이트에서 놀다가 거의 작살이 났다.

누가 왔을 때, 잽싸게 일하는 창을 띄워놓는 기술은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경우 열심히 일을 하던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 너무 컴에 빠지지 말고 누가 오는가 수시로 관측을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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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들의 모험 2005-08-0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우는 익스플로러 크기를 모니터의 1/4정도로 해둡니다. 그 정도면 알라딘에서 노는데는 그다지 지장 없거던요. 물론 견적서는 배경용으로 전체창 크기로 해놓죠. 그러면 유사시에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척 할 수 있습니다. 마우스를 놓쳐도^^;;

니콜키크더만 2005-08-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한당들의 모험님/안녕하세요. 이렇게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스플로러 크기를 줄이는 게 해답이군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5일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은 진작부터 주5일이 되었고, 공무원들도 격주로 토요일을 쉰다. 심지어 병원도. 주 5일, 좋은 일이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하느님이 일주에 하루만 쉬랬다고 반대하는 모양이지만, 기독교 국가인 미국도 주5일인데 기독교국가도 아닌 우리나라가 굳이 6일을 일하겠다는 건 우습다.

문제는 그 은총이 골고루 내리지 않는다는 것.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주 5일의 혜택을 누리며 'Thanks God in Friday'를 외치지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부럽게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다. 건축사무소 역시 그 혜택의 사각지대에 속한다.

대개의 건축사무소는 주 5일 뿐 아니라 상습적으로 야근을 한다. 지난주만 해도 4번이나 야근을 했다. 그러면서도 야근수당 같은 건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9시, 10시까지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일요일에도 뻑하면 회사에 불려나간다. 건축 일이라는 게 다 사람의 노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보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게 더 좋은 법이다. 일이 없다면 우리 회사도 열명이나 되는 인력을 쓰지는 않을 테고, 우리 중 몇명은 정리해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능력을 보나 사무실 분위기를 보나 내가 1순위가 아닐까 싶다. 건설경기가 나빠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도 힘든 판국이니, 여기라도 붙어있는 게 감지덕지다. 박봉에 야근수당을 안주는 배짱도 사실 거기서 나온다.

주5일제 같은 건 바라지 않겠다. 젊은 시절에 일하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난 일한만큼의 소득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소장 혼자 대부분의 소득을 독식하는 구조는 아니었으면 한다. 내가 걸핏하면 우리 소장을 욕하지만, 평균적으로 봐서 우리 소장이 특별히 더 나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건축사무소가 그런 식이다. 소장에게 착취를 당하다가 자신이 독립을 해서 사무소를 차리고, 그리고 또 애들을 착취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왜 그러는 것일까. 자기들도 사무소에서 착취를 당해 봤으니, 그 기분이 어떠리라는 건 잘 알지 않는가. 월급도 좀 넉넉히 주고, 야근을 하면 보너스도 준다면 일할 맛이 훨씬 더 나지 않겠는가.

건축사무소 사람들은 여자에게도 인기없는 직종이다. 월급은 적고 맨날 야근을 하느라 여자에게 충실하지 못하니까. 나보다 두살 많은 P는 물론이고 노총각들이 수두룩한 이유도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독립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나로서는 어느 정도 착취를 당하더라도 건축사무소에서 게속 일하고 싶다. 주5일제는 고사하고 우리에게 가해지는 착취가 덜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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