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한>의 주인공 조한은 이스라엘 최고의 전사로, 그 능력이 출중하다. 

상대가 모터보트를 타고 도망가니  

바다로 뛰어들어 접영을 하면서 그 배를 따라잡는 장면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싸우는 게 싫증이 난 조한은 미용사의 꿈을 이루려 미국에 간다. 

중동에서 그러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로 싸움질만 한다. 

조한은 그들을 막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해?" 

조한의 그 말에 감동한 사람들은 서로 화해하고 평화를 다짐한다. 

 허무맹랑한 내용이 워낙 많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말이 안되는 대목은 

아쉽게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화해하는 이 마지막 장면이다. 

 

다들 알다시피 팔레스타인이 사는 땅에 쳐들어온 건 이스라엘이며 

그들은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태인 정착지를 세우며  

손톱만큼의 땅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  

1982년 아리엘 샤론이 일으킨 테러는 세계사에 남을 끔찍한 학살이었지만, 

그 샤론은 훗날 이스라엘 총리가 되어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스라엘의 끝없는 탐욕이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원인일진대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구도하에서 

"우리가 왜 싸워야 해?"라고 조한이 말하는 건 

그리고 다른 팔레스타인인들이 그 말에 감화를 받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유머 코드는 딱 내 스타일이었지만 

정치 코드가 나랑 맞지 않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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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8-1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훠두식' 보다 훨씬 깊은 뻬빠입니다.
다들 못 알아보니 안타까운 일이군요.

니콜키크더만 2010-08-12 07:0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원래 저는 절 알아봐주는 단 한명을 위해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다. 

하다못해 신문도 보지 않는다. 

다들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뭘 하나 살짝 들여다보니 한 남자분이 야구 게임을 하고 있다. 

인간복제를 다룬 <아일랜드>에서 복제품들의 지능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게임만 하도록 시킨다는데, 

게임만 한다고 해서 지능이 더 낮아지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책을 보는 것보다야 못하리라. 

게다가 사람들의 기억력은 점점 떨어진다. 

옛날 사람들은 호메로스의 시를 입에서 입으로 전해줬다니, 

전화번호조차 잘 외우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을 본다면  

머리는 뒀다 뭐햐냐고 하겠다. 

휴대폰뿐 아니라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들도 

사람들의 기억력을 감퇴시키는데 

그 대표적인 게 노래방이다. 

9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닌 나만 해도 외우는 노래가 100곡은 됐지만 

지금 사람들은 노래방 땜시 가사를 외울 필요가 없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람들이 점점 바보가 되지 않을까? 

 

영화 <이디오싱크라시>는 이런 문제의식에 천착해 만들어진 영화다. 

군인 한명이 냉동이 됐는데 실수로 인해 500년 후에 깨어난다. 

깨고보니 그 시대 사람들은 섹스 같은 자극적인 것만 좋아할뿐 

머리는 거의 쓰지 않는다. 

주민증이 없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기 전 그 군인이 아이큐 검사를 받는데 

문제는 아래와 같았다. 

"빵 세개가 든 바구니가 있고, 빵 네개가 든 바구니가 있다면 바구니는 모두 몇개인가?" 

군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답을 말한다. "두개?" 

답을 맞추자 문제를 내는 사람이 놀라며, 

그의 가공할 아이큐는 그로 하여금 대통령이 되도록 만든다. 

워낙 웃긴 장면들이 많이 나와 즐겁게 봤지만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동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책을 몇권 질렀다. 

당일배송은 정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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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8-1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공할 아이큐 --> 높은 아이큐 --> 대통령
이란 잘못된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는 위험한 뻬빠라고 생각됩니다.

니콜키크더만 2010-08-12 07:05   좋아요 0 | URL
그 점은 생각 못했네요. 500년 후 세계에서는 식물에 물을 줘야 한다는 간단한 상식도 없는지라 기근이 계속되는데, 그 사람이 그걸 해결해 주거든요. 아무튼 위험한 페이퍼긴 한데요, 우리나라도 머리좋은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라로 2010-08-1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극적인거만 좋아하는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ㅠㅠOi

니콜키크더만 2010-08-12 07:0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앞으로 정보교환을 자주 하면 좋겠네요

다락방 2010-08-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바구니 일곱개라고 답했어요! 아! 저는 역시 대통령 될 만한 인재가 못되는군요! 답이 두개라고 해서 몇번이고 문제를 읽었어요. 아, 제 아이큐는 왜 이모양일까요....하아- 전 게임도 안한단 말예욧!

니콜키크더만 2010-08-12 07:06   좋아요 0 | URL
어려운 문제였군요ㅠㅠ 이거 갑자기 죄송한데요..?
 

6월에 구조조정을 당한 친구를 만나 낮술을 했다. 

연락하기도 뭐해 한잔 하자 하자 하면서도 서로 시간이 안맞아 모임이 미뤄졌다가 

오늘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래, 어떻게 지내?"라는 뻔한 질문에 

"니 생각보단 잘 지내"라는 의례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낙뢰의 피해를 대비한 전기설비를 담당하는 회사에 다녔던 그 친구는 

최근 들어 번개 피해를 입은 곳이 거의 없어서인지 

설비 요청이 뚝 끊겼다. 

그러기를 일년, 결국 친구는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갔다. 

 

더 안좋은 건 그 친구가 단기간에 뭘 좀 해보려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상당액을 말아먹었다는 거다. 

주위를 보면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없건만, 

왜들 그렇게 주식에 목을 매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나 절박한 상황에서 한탕을 노리는 건 백이면 백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친구는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잃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두달간 구상을 했던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배터리 설치업체.  

서울경기 지역에서 누군가가 배터리를 주문하면 차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일견 생각하기에 차 배터리가 나가면 보험회사를 부르고, 

아파트 발전기라든지 다른 회사는 거래하는 업체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친구 역시 "이게 내 final job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아무튼 월급을 받는 위치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사업을 한다는 건 

참 두려운 일일 것 같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지 오래라  

누구든 그런 상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소주는 계속 들어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점차 맑아졌다. 

"내가 배터리 원하는 사람 있는지 한번 알아볼게. 일단 우리 아파트도..."라며 

명함을 몇 장 받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경비실을 지나면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그 명함들은 아마도 주차장의 차 유리창에 끼워졌다 금방 버려지겠지. 

오늘 술 좀 받는구나,라는 생각과 달리 집에 오자마자 정신은 급격히 흐려졌고 

난 금새 잠이 들었다. 

자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닦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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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8-0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저도 늘 그누므 이닦는 일이 젤 맘에 걸려요~~~.ㅎㅎㅎ
오늘 새벽에 서울역에서 기어이 이를 닦았다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오늘날 뭐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요??ㅠㅠ

니콜키크더만 2010-08-0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나비님 번개다녀오셨죠? 서울역에서 이 닦으셨다니, 대단하세요.
 

극장판 코난이 개봉했다. 

관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9점이 넘는 평점을 얻고 있다. 

코난시리즈의 팬으로서 그 시리즈에 대해 느낀 점을 몇가지 말해본다. 

 

1) 가장 범인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다. 즉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이건 현실과 180도 다른 점으로, 현실에서는 대개 유력한 용의자가 범인이다. 

2) 유명한 탐정은 늘 잠든-마취된-상태에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잠자는 유명한'.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유명한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 아무도 그걸 의심하지 않는 걸까? 

물론 입술을 안움직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유명한의 모습은 정말 자는 것처럼 보인다. 

3) 살면서 살인사건 현장에 있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이게 보통 사람의 삶이다.  

하지만 코난은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과 마주친다. 

물론 그가 명탐정 유명한과 같이 다니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코난은 피서를 가도, 어디 놀러를 가도, 

아무리 수사와 무관한 곳이라도 살인사건을 만난다. 

콜롬보 반장은 왜 코난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코난이 전파를 쏴서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이 살인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4) 코난이 만나는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정말 머리가 좋다. 

웬 밀실살인이 그렇게나 많이 일어나며,  

대부분의 사건이 해결하기 힘든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벌어진다. 

실제로 벌어지는 살인사건 중 추리가 필요한 사건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할 때, 

이 만화는 코난이 아니라 범인들에 대한 오마쥬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나 죽어도 상관없다며 커피에 독을 탄 범인(추리 작가) 편은 정말 기가 막혔다.  

5) 경찰은 왜 그리도 무능한가? 

콜롬보 반장은 맨날 이런다. 

"자살인 것 같으니 다들 집에 가셔도 좋습니다." 

"당신이 범인이니 나머지는 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코난이 나타나 "잠깐! 이건 살인사건입니다"라든지 

"저 사람은 범인이 아닙니다"라며 귀가하는 사람들을 제지한다. 

그리고 코난은 유명한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콜롬보는 늘 감탄한다. 

한두번이면 모를까 맨날 그렇게 살면서 어떻게 형사라고 할 수 있나? 

학습효과라는 것도 있으니 가끔은 당장 믿고싶은 걸 부정하고 그래야 할텐데 

코난이 한마디 하면 "저 사람을 체포해"라고 하다가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 "옳거니 니가 범인이었군!"이라면서 그 사람을 체포한다. 

자기 생각은 도대체 없는가? 

6) 유명한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시티헌터의 주인공은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돈을 챙긴다. 

그러면서도 늘 임대료 걱정을 한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데 유명한은 돈도 안되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경찰에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도 시리즈가 쭉 이어질테니, 그땐 이런 의문점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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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8-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을 보지 손가락은 왜 보냐고 그러죠.
혹은 눈높이를 맞추라고도 하고요.
요즘 자주 오시니 또 다른 한분은 뜸해지는군요.

2010-08-08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8-0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들과 코난보러 가서 보다가 잠이 들었어요,,;;;

니콜키크더만 2010-08-09 11:33   좋아요 0 | URL
재미없나보죠? 평점이 그리 높은데....
 

어제, 퇴근 후 회사 사람들과 술을 한잔 했다. 

난 삼겹살에 소주를 원했지만 다수 의견은 막걸리였다. 

그래서 원하지도 않는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지금까지도 머리가 어지럽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90년도는 맥주의 시대였다. 

그때는 다들 멸치를 꼬추장에 찍어가며 생맥주를 마셨다.  

500cc에 500원이니 1cc에 1원인 셈, 

그래서 그런지 맥주잔 끝에 몇센티 간격으로 자리잡은 거품이 얄미웠다.

당시 신문에 "고대 앞에 막걸리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그 기사가 나기 전에도 고대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학생은 드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맥주가 대세를 이루기 전에는 다들 소주를 마셨단다. 

소주 한병에 짬뽕국물 한그릇을 놓고 인생을 논했다나 뭐라나. 

우린 소주는 아무리 마셔도 정이 안간다고, 그 쓴 술을 어떻게 마시냐고 항변했다.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자 세상은 좀 변해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맥주의 시대는 가고 있었고 

참나무통맑은소주를 비롯한 고급소주가 등장했다. 

그 소주들은 이전 소주와 달리 맛이 있었고, 

도수가 낮아서 그런지 마셔도 그다지 취하지 않았다. 

소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나도 그때부터 소주의 팬이 됐다. 

 

2년 전부터 세상은 다시 요동쳤다. 

막걸리의 세상이 온 것.  

자기들의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지만 막걸리의 전략은 비겁했다.

소주가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맛있는 소주를 개발하고 

맥주 또한 하이트를 비롯한 독특한 맥주를 개발해 시장을 점령한 것과 달리 

막걸리는 몸에 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론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아니 막걸리도 술인데 몸에 좋다는 게 도대체가 말이 되나? 

하지만 사람들은 그 전략에 넘어갔고, 

요즘은 죄다 막걸리 타령이다. 

물론 서울 장수막걸리의 맛이 괜찮은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막걸리는 소주와 달리 뒤끝이 안좋은데다 

마시고 나면 냄새가 너무 나서 나도 내가 싫어질 정도다. 

소주 측에서 뭔가 획기적인 반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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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로에는 노가리 한마리 시켜서 고추장 찍어먹을수 있는 맥주집이 여전히 있어요.물론 멸치도 있고 양미리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도 역시 소주가 제일 좋아요!!

니콜키크더만 2010-08-07 22:59   좋아요 0 | URL
님도 소주를 좋아히시는군요. 양미리, 추억의 안주네요. 언제 번개 같은 거 할 때 불러 주세요. 양미리는 제가 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