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한>의 주인공 조한은 이스라엘 최고의 전사로, 그 능력이 출중하다.
상대가 모터보트를 타고 도망가니
바다로 뛰어들어 접영을 하면서 그 배를 따라잡는 장면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싸우는 게 싫증이 난 조한은 미용사의 꿈을 이루려 미국에 간다.
중동에서 그러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로 싸움질만 한다.
조한은 그들을 막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해?"
조한의 그 말에 감동한 사람들은 서로 화해하고 평화를 다짐한다.
허무맹랑한 내용이 워낙 많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말이 안되는 대목은
아쉽게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화해하는 이 마지막 장면이다.
다들 알다시피 팔레스타인이 사는 땅에 쳐들어온 건 이스라엘이며
그들은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태인 정착지를 세우며
손톱만큼의 땅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
1982년 아리엘 샤론이 일으킨 테러는 세계사에 남을 끔찍한 학살이었지만,
그 샤론은 훗날 이스라엘 총리가 되어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스라엘의 끝없는 탐욕이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원인일진대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구도하에서
"우리가 왜 싸워야 해?"라고 조한이 말하는 건
그리고 다른 팔레스타인인들이 그 말에 감화를 받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유머 코드는 딱 내 스타일이었지만
정치 코드가 나랑 맞지 않는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