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심리학 - 심리학이 파놓은 치명적인 함정 9가지
스즈키 고타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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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늑대인간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도에 사는 두 아이를 동네 사람들이 늑대굴에서 발견했는데

그 아이들은 늑대처럼 네발로 뛰고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그들은 싱목사에 의해 길러졌지만

끝내 지적 능력을 획득하지 못한 채 각각 1년, 9년을 더 살다 죽었고,

이 사건은 아이들 양육에 있어서 인간의 보살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됐다.

하지만 스즈키 고타로가 쓴 <무서운 심리학>에 의하면 그 사건은 구라 그 자체.

실제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두 아이의 눈이 어둠 속에서 파랗게 빛났고, 어두울수록 더 잘 봤다는 싱 목사의 일기라든지

새의 내장을 먹고 있는 사진이랄지 네발로 달리는 모습은 조작의 티가 너무 뚜렷해 웃음만 나온다.

늑대인간의 사례는 인간의 보살핌이 중요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어떤 획기적인 주장이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스물두살 때, 동물원에서 늑대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생각이 난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우리 안에 들어가기조차 꺼려했지만

나중에는 친해져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는데,

그런 걸 보면 야생이란 무엇인지, 휴머니즘이란 또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사람들은 늑대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밝은 달이 뜨면 언덕에 올라 “오오오~” 하고 운다든지,

죽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든지.

‘말인간’ ‘사자인간’은 없는데 늑대인간에 대한 전설은 여럿 있다는 것부터가

늑대에 대한 묘한 편견을 드러내 준다.

같이 일했던 관리사에 따르면 그런 전설을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이랬다.

늑대털로 목도리를 뜨고 방한복을 만든다는 건 다들 알 것이다.

늑대가 좀 나쁜놈이어야 그런 짓을 해도 덜 미안하다는 것,

그것이 늑대인간의 전설을 만든 이유라는 것이다.


남자는 곧잘 늑대에 비유된다.

호시탐탐 여자만을 노리는 그 속성 때문에 그런 비유가 만들어졌을텐데,

늑대는 결코 그런 동물이 아니다.

늑대의 맑고 큰 눈을 봤다면 늑대를 그렇게 미워하지 못할 것이다.

늑대굴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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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7-2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학자들의 결론으로는 암수 사이가 가장 좋은 포유류가 늑대라고 합니다.

니콜키크더만 2010-07-21 00:41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모르고 있었습니다. 전 잉꼬가 제일 좋은 줄 알았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0-07-21 16:53   좋아요 0 | URL
아...포유류 중에서 가장 암수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니콜키크더만 2010-07-21 21:37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잉꼬는 포유류가 아닌데...ㅠㅠ
 
세계금융위기 이후 - 신자유주의를 딛고 다른 사회를 상상하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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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피지 군도에서 온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씨는 8개월간 우리나라를 취재한 끝에 <세계금융위기 이후>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기조는 한마디로 ‘부러움’이었다.

“비정규직과의 차별 같은 건 잘 모르겠습니다.”이라는 한국 회사원 박혁거 씨의 말에 감동을 표하고,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차별대우하면 코리아에선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말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의 고향인 말피지 군도는 대체 어떻기에 이런 당연한 진술을 가지고 놀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호프만 씨는 한국의 보육시설에도 경의를 표한다.

당산동 최모 주부의 증언, “학교는 무료고요, 아플 때도 병원이 무료니까 따로 돈 드는 건 없죠. 학원요? 따로 학교 공부를 위해 보내는 학원 같은 건 없는데요.”

호프만의 진술이 이어진다.

“말피지 군도에 사는 카메론 디아즈 씨의 삶은 너무 피곤하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 그렇게 일해도 저축은커녕 아이 학원 보낼 여유조차 없다....”

그 나라는 왜들 그렇게 피곤하게 사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노후대책은 엉망이고, 애들은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장애인들의 75%가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곳,


이렇듯 복지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듯한 말피지 군도에도 희망이 있을까?

호프만의 결론은 정치였다.

“말피지 군도의 엠브리오 브라우니(MB) 대통령은 초.중.고등학교의 영어교육 예산을 늘리기 위해 무료급식 예산을 줄였다. 그 결과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치적 무관심과 허무주의는 사실상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86-487쪽).”

삶 자체가 피곤한 나라에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도 없다니,

말피지 군도의 피곤한 삶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라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복지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우리 재벌들, 제발 북유럽 좀 가보고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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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호밀밭의 파수꾼>은 JD 샐린저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콜필드처럼 샐린저 역시 퇴학을 당한 바가 있고, 술과 마약에 빠졌으며 걸핏하면 가출을 했다. 책에서 콜필드는 가출을 한 뒤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 묵게 되는데, 거기 바에서 금발머리 여자를 만나 춤을 춘다. 금발의 여자는 무식했지만 귀여운 면이 있었는데, 콜필드가 어리다는 걸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실제로도 샐린저는 바에서 만난 여자와 첫 번째 결혼을 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이었고, 그 여자는 세 살 연상이었다. 그 밖에 그가 행한 일탈적 행위들에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 짙게 묻어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릴 적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라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리뷰를 쓸 때 작품의 배경과 저자의 삶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렇게 카리스마적인 리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위에 쓴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냥 혼자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역시 구라지만, 성경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탐독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이것 역시 구라지만,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도 콜필드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그저 한 소년의 일탈을 그린 것에 불과한 이 책이 그렇게 각광받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훌륭한 점을 잘 모르는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걸 물어봐야 했는데, 놀기 좋아하는 내 친구는 “젊을 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대리만족시켜준다”고 했고, 그래도 모범적인 편에 속하는 친구 하나는 “야해서 좋다”고 한다. 이 대답들이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은 물론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둘이 전부다. 그래서 난 “명작은 원래 그런 법이다”라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이 책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은 바로 책의 제목이다.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뛰어놀고, 콜필드는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을 돌본다. 그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면 잽싸게 달려와 구해주는 적극적인 존재다. 이름하여 호밀밭의 파수꾼,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책의 제목을 ‘나의 일탈기’ ‘니들은 바르게 살아’ ‘애들은 공부해’ 같이 했다면 학부모와 선생들은 열광했겠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이 책은 외면당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3T, 즉 title, timing, target이라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제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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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키크더만 2005-07-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로 과연 땡스 투를 받을 수 있을까.

싸이런스 2005-09-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는 받을 수 없을 지라도... 구라의 세계는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