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후 회사 사람들과 술을 한잔 했다. 

난 삼겹살에 소주를 원했지만 다수 의견은 막걸리였다. 

그래서 원하지도 않는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지금까지도 머리가 어지럽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90년도는 맥주의 시대였다. 

그때는 다들 멸치를 꼬추장에 찍어가며 생맥주를 마셨다.  

500cc에 500원이니 1cc에 1원인 셈, 

그래서 그런지 맥주잔 끝에 몇센티 간격으로 자리잡은 거품이 얄미웠다.

당시 신문에 "고대 앞에 막걸리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그 기사가 나기 전에도 고대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학생은 드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맥주가 대세를 이루기 전에는 다들 소주를 마셨단다. 

소주 한병에 짬뽕국물 한그릇을 놓고 인생을 논했다나 뭐라나. 

우린 소주는 아무리 마셔도 정이 안간다고, 그 쓴 술을 어떻게 마시냐고 항변했다.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자 세상은 좀 변해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맥주의 시대는 가고 있었고 

참나무통맑은소주를 비롯한 고급소주가 등장했다. 

그 소주들은 이전 소주와 달리 맛이 있었고, 

도수가 낮아서 그런지 마셔도 그다지 취하지 않았다. 

소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나도 그때부터 소주의 팬이 됐다. 

 

2년 전부터 세상은 다시 요동쳤다. 

막걸리의 세상이 온 것.  

자기들의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지만 막걸리의 전략은 비겁했다.

소주가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맛있는 소주를 개발하고 

맥주 또한 하이트를 비롯한 독특한 맥주를 개발해 시장을 점령한 것과 달리 

막걸리는 몸에 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론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아니 막걸리도 술인데 몸에 좋다는 게 도대체가 말이 되나? 

하지만 사람들은 그 전략에 넘어갔고, 

요즘은 죄다 막걸리 타령이다. 

물론 서울 장수막걸리의 맛이 괜찮은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막걸리는 소주와 달리 뒤끝이 안좋은데다 

마시고 나면 냄새가 너무 나서 나도 내가 싫어질 정도다. 

소주 측에서 뭔가 획기적인 반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08-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로에는 노가리 한마리 시켜서 고추장 찍어먹을수 있는 맥주집이 여전히 있어요.물론 멸치도 있고 양미리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도 역시 소주가 제일 좋아요!!

니콜키크더만 2010-08-07 22:59   좋아요 0 | URL
님도 소주를 좋아히시는군요. 양미리, 추억의 안주네요. 언제 번개 같은 거 할 때 불러 주세요. 양미리는 제가 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