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은 진작부터 주5일이 되었고, 공무원들도 격주로 토요일을 쉰다. 심지어 병원도. 주 5일, 좋은 일이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하느님이 일주에 하루만 쉬랬다고 반대하는 모양이지만, 기독교 국가인 미국도 주5일인데 기독교국가도 아닌 우리나라가 굳이 6일을 일하겠다는 건 우습다.

문제는 그 은총이 골고루 내리지 않는다는 것.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주 5일의 혜택을 누리며 'Thanks God in Friday'를 외치지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부럽게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다. 건축사무소 역시 그 혜택의 사각지대에 속한다.

대개의 건축사무소는 주 5일 뿐 아니라 상습적으로 야근을 한다. 지난주만 해도 4번이나 야근을 했다. 그러면서도 야근수당 같은 건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9시, 10시까지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일요일에도 뻑하면 회사에 불려나간다. 건축 일이라는 게 다 사람의 노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보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게 더 좋은 법이다. 일이 없다면 우리 회사도 열명이나 되는 인력을 쓰지는 않을 테고, 우리 중 몇명은 정리해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능력을 보나 사무실 분위기를 보나 내가 1순위가 아닐까 싶다. 건설경기가 나빠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도 힘든 판국이니, 여기라도 붙어있는 게 감지덕지다. 박봉에 야근수당을 안주는 배짱도 사실 거기서 나온다.

주5일제 같은 건 바라지 않겠다. 젊은 시절에 일하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난 일한만큼의 소득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소장 혼자 대부분의 소득을 독식하는 구조는 아니었으면 한다. 내가 걸핏하면 우리 소장을 욕하지만, 평균적으로 봐서 우리 소장이 특별히 더 나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건축사무소가 그런 식이다. 소장에게 착취를 당하다가 자신이 독립을 해서 사무소를 차리고, 그리고 또 애들을 착취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왜 그러는 것일까. 자기들도 사무소에서 착취를 당해 봤으니, 그 기분이 어떠리라는 건 잘 알지 않는가. 월급도 좀 넉넉히 주고, 야근을 하면 보너스도 준다면 일할 맛이 훨씬 더 나지 않겠는가.

건축사무소 사람들은 여자에게도 인기없는 직종이다. 월급은 적고 맨날 야근을 하느라 여자에게 충실하지 못하니까. 나보다 두살 많은 P는 물론이고 노총각들이 수두룩한 이유도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독립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는 나로서는 어느 정도 착취를 당하더라도 건축사무소에서 게속 일하고 싶다. 주5일제는 고사하고 우리에게 가해지는 착취가 덜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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