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무실 분위기는 매우 나빴다. 2억짜리 계약을 우리가 따낼 뻔했는데 막판에 빼앗겼다는 거다. 소장은 얼굴이 시뻘개져가지고 화풀이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작살날 게 뻔한지라 하루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일하는 척하고 있는 중이다. 눈치없는 S는 괜히 그 앞에서 얼쩡거리다 한소리 들었다..
그 계약은 2억짜리였다. 2억, 물론 많은 돈이다. 우리들 월급을 주고, 소장의 세컨드에게 차도 사줄 수 있는 돈이다 (그러고보니까 차는 있다고 한다. 티뷰론급...). 하지만 그 돈 때문에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하루종일 음침한 분위기로 있어야 한다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 우리의 근무시간을 모두 합치면 100시간은 넘을테고, 즐겁게 살아도 짧기만 한 인생에서 그런 일을 가지고 귀중한 시간을 음침하게 보내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2억은 원래 우리 돈이 아니었다. 계약을 따야 얻을 수 있는 돈이었다. 우리가 거기에 가장 접근해 있었다고 해도, 그리고 다른 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그 계약을 따냈다고 해도, 이제 물건너간 일에 대해 그렇게 이를 갈고 있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 어디선가 줏어들은 말에 의하면 일어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가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걱정하지 않더라도 해결되는 일이니 실제로 걱정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니 계약을 못딴 것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만 손해다.
물론 내가 소장이라 해도 이 일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순 없을거다. 하지만 소장이 이렇게-에이, 거 안되면 할 수 없지. 다음번엔 잘하지 뭐-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잖는가.
사실 2억도 온전히 우리 것은 아니었다. 그정도 해봤자 남는 건 잘해야 1억, 안그러면 5천 정도다(헉, 그래도 많다). 우리 소장아, 그렇게 돈에 얽매여 살지 말자. 니가 그러니까 여기 그만둔 사람들이 절대로 놀러오지 않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