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
리틀쿡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 요리와 과학을 접목시킨 책이 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라는 책인데 아들 녀석의 장래희망이 요리사인데다 과학을 좋아해서 작년인가 재작년 쯤 사줬었다.  그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리보다는 실험과 과학이론에 대한 설명 쪽에 비중을 크게 두어서 요리 쪽이 좀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요리 이야기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 요리 재료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실험이 주된 내용이었다고나 할까? 대신 좀 더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당할 것 같다.

그에 비해서 <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은 우선 요리와 과학 양 쪽의 균형을 참 잘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또 책의 구성과 편집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사진 자료와 쉬운 설명, 각 꼭지의 적절한 배치 등등이 한눈에 쏙쏙 들어오게 깔끔하고 그 내용이 무척 실용적이다. 그래서 <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의 아이들이 요리를 통해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활용도가 큰 학습 안내서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책을 들여다보며 실험하고, 실험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나서 즐겁게 요리하는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연상이 될 정도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에 ‘아동 요리 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 세 사람(남은정, 유경희, 장선경)의 축적된 경험과 노련함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농담 삼아 “너희들, 엄마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데, 엄마가 아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야.  엄마는 매일 칼과 불을 다루고 살잖니.”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만큼 부엌일이라는 게 위험하기도 한데다가 순식간에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 일인 탓이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요리는 ‘오감을 이용하는 활동이며 어지간한 놀이보다도 더 재미있는데다, 그 과정을 통해 기초 학습 능력도 기를 수 있는, 효과가 확실한 통합 교육’이라며 아이들이 요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학습 효과를 자랑한다.  그래도 아이들 교육에 웬만한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학습효과’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부엌을 내준다는 건 좀 어렵지, 하며 망설이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커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하루가 다르죠. 오늘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오늘을 채워주는 일인데, 어질러지는 것이 겁나서 못 한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며 감성에 호소하는 저자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얼마 전 세 아이들과 도너츠를 만들 때 세 돌배기 막내의 진지한 눈빛과 완성된 도너츠들 속에서 자기가 만든 도너츠를 찾아들고는 기뻐하던 표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식품들의 다양한 색깔과 각각의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채소와 과일을 각 장의 주제로 삼아서 서른 가지의 요리와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요리가 기껏해야 도너츠나 주먹밥 정도였던 내 빈약한 요리의 경계를 확장시켜 주었다.  게다가 요리하면서 적양배추로 리트머스 시험지를 만들어 산과 염기에 따른 색의 변화를 이야기한다거나, 가을이 되면 단풍이 지는 나뭇잎의 비밀을 밝혀준다거나, 밀가루 반죽을 하며 글루테닌을 이야기하고, 마요네즈를 만들며 계란 노른자의 레시틴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엄마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아이들로부터 존경의 시선을 얻을 수 있다면, 내 잘난 척의 대가로 부엌이 좀 어질러지는 일 따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일석삼조의 책이다.  아이들 반찬과 간식을 해결할 수도 있고, 요리를 하며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고, 과학 지식까지 전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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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X파일을 펼쳐보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8
가와사키 유키시게.책깨비.양선하 지음, 미에다 미나코.백종민 그림, 곽영직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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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다 보면 조금 더 신뢰가 가는 몇몇 출판사들이 있다.  책 제목만 보고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 표지에서 출판사를 확인하고는 ‘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구나. 괜찮겠네..“하며 책을 구입할 때도 있다.  내겐 ’웅진‘도 그런 출판사들 중 하나다.  풍부한 사진자료, 깔끔한 편집, 세련된 디자인 등등이 ’웅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이 과학 관련 도서에서 더 신뢰가 가는 출판사이다.

집요한 과학씨를 처음 만났다. ‘웅진 사이언스빅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인데 제목에 ‘외계인 X파일’이란 글자가 눈길을 끌었다. ‘외계인’이니 ‘X파일’이니 하는 낱말이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더없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계인의 존재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1장에서는 외계인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주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별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생명체가 살기 위한 조건(대기, 온도, 먹을 것, 물)을 알아본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조건을 갖춘 행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리 태양계에 있는 8개의 행성과 목성의 위성들, 혜성과 유성을 언급하며 우주전체로 관심을 넓혀간다. 

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부터 근세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어떤 사유를 해왔는지를 살펴보고 그동안 인간이 외계인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외계인을 화두로 삼아서 우주와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그 접근 방법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집요한 과학씨의 집요함이 느껴지지 않은 점은 좀 아쉽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아직 용어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을 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지마다 작은 박스를 만들어 행성과 위성, 혜성, 유성, 태양계와 은하계 등등에 대한 용어를 정확하고 쉽게 설명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너무 일러스트에 의존하다보니 사진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일러스트가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 태양의 사진, 행성과 위성의 사진들을 본다면 더욱 신비로워하며 경탄하지 않을까 싶다. 책 뒷부분에라도 사진자료를 덧붙여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지식을 모두 알려 주기보다는 지식 탐험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는 이 책의 출판의도를 고려한다면 시시콜콜한 용어설명을 따지고 사진자료의 부재를 트집 잡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지식탐험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 책을 통해 발현된 호기심을 증폭시켜 나갈 수 있다면 용어에 대한 궁금증이나 사진자료 따위 금세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만 더 집요하고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미련처럼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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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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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꺼내 들고는 헉, 하고 숨이 막혔다.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를 했지만 실제로 손에 쥐고 보니 이 책이 가진 기(氣)가 만만치 않게 강한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낡은 장정의 분위기를 살린 짙은 갈색 톤의 표지와 누렇게 바랜 오래된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 도대체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이주자들의 삶을 어떻게 담아냈다는 건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표지를 넘기면 다양한 인종과 나이의 초상들이 마치 증명사진처럼 빼곡히 그려있다. 삶의 질곡과 고단함, 경계의 눈빛이 담겨 있는 얼굴들. 그 얼굴 뒤로 우리네 할머니들이 말하던 ‘소설로 쓰면 열권을 써도 모자랄’ 사연들이 흐르고 있을 것만 같다. 벌써부터 이 그림책의 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그림들은 1892년부터 1954년까지 운용된 미국 이주자들의 입국 수속 시설인 뉴욕이 엘리스 아일랜드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기초했다고 한다.  이 사진들은 현재 엘리스 아일랜드 이주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 빼곡한 얼굴들에서 느낀 기운은 아마도 아직도 이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아니면 이주자의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실존 인물들의 기운인 모양이다.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었다.

마치 오래되고 낡은 필름이 영사기의 빛을 통과하면서 스크린 위에 이야기를 그려놓는 듯한 느낌이다.  종이를 접어 만든 새, 시계, 중절모,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 금이 간 주전자, 이가 빠진 낡은 찻잔, 여행가방, 그리고 가족사진이 정성이 가득 담긴 연필소묘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는 이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떠나는 날 아침인 것 같다.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해 셋뿐인 가족이 집을 나설 채비를 한다. 표정과 시선이 살아 있는 그림이 가슴에 와서 박힌다.  이 가족이 살아가는 삭막한 도시 전체에 검은 용의 꼬리가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아마도 그 용의 이름은 가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버지와의 헤어짐을 코앞에 둔 아이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런 아이에게 아버지는 중절모 속에 숨긴 종이새를 보여주며 아버지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시키고, 울먹이는 아내를 안아주고 위로한다. 그림만 보고 있는데도 헤어지는 슬픔이 가슴 속까지 밀고 들어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와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이, 그 위로 떠다니는 저 망할 용의 꼬리가 걱정스럽다.

작가의 그림은 그렇게 인물 하나하나의 표정과 눈빛을 정성스럽게 잡아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상징적인 묘사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배를 타고 아득하게 먼 거리를 떠나 낯선 땅에 이주한 아버지는 어떤 난관을 만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아버지는 그 낯선 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림책을 보는 내 마음이 조마조마하게 조여 온다.

아버지가 도착한 나라는 아마도 이주민의 정착을 적극 장려하는 그런 나라인 모양이다.  커다란 두 석상이 악수하며 서 있는데 한 석상은 여행가방을 옆에 두고 있고 또 다른 석상은 주전자와 커다란 냄비를 옆에 두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주민과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인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된다. 그러나 그래도 이주민은 이주민이다. 말도 문화도 다른 이 곳에서 아버지는 증명서 하나를 자켓 안주머니에 접어 넣으며 근심어린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떠나온 고향과는 다르게 무척 번성하고 풍요롭고 문명화된 이 낯선 땅에서 아버지는 헤매고 다니지만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주저앉아 사전인 듯한  책만 들춰보고 있다. 그 때 옷도 피부색도 다른 남자의 도움으로 겨우 잠 잘 곳을 찾는다. 그 곳에서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긴 생물체를 만난다. 그러고 보니 이 나라 사람들 주변엔 늘 희한하게 생긴 동물이 있다.  아마 이주민들의 외로움과 절망을 함께 견뎌줄 희망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내가 감동하는 이유는 물론 작가의 정성과 혼이 가득 담긴 듯한 이 아름다운 그림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주민의 고통과 어려움, 쓸쓸함과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 위로, 친절과 상냥함 등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 외에도 이 책에는 아버지에게 도움과 친절을 베푸는 또 다른 이주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소녀시절 가혹한 노동착취로부터 도망 나온 여자와 사람들을 청소하듯 기계로 빨아들이는 거대한 사람들로부터 탈출한 가족(아마 독재 권력자의 폭력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인종청소’라는 낱말이 떠오르기도 하는 장면이다.), 무자비하고 참혹한 전쟁으로부터 떠나온 할아버지 등등. 그런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친절을 베풀고 따뜻한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아버지는 멀리 떠나온 낯선 땅에서 그렇게 희망을 발견하고 적응하며, 일을 하고 가족에게 편지와 돈을 부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를 읽는 아버지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의 도착. 오랜 이별 끝에 찾아온 재회.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등이 시큰거린다.  이 책의 제목이 '이주'나 '떠남'이 아니라 '도착'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가족이 모여 있는 식탁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아버지가 주는 돈을 받아들고 집을 나선 아이. 새로 이주해 온 듯한 여자 하나가 길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두리번 거리고 있다.  아이가 다가가 길을 가르쳐 준다.  따뜻한 친절은 희망에 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책을 몇 번이나 펼쳐 읽는 동안, 우리나라에 시집온 베트남 여자 하나가 아파트 14층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가 죽음으로써 내려놓고자 했던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무엇이 그녀를 희망으로 이끌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이주민의 삶에 국한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민족과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전쟁과 가난을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 그래서 ‘이주민’이라는 분류개념의 용어가 필요치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어른이 보아도 모자람이 없는, 아니 어른도 꼭 봐야할 최고의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별 다섯개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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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이윤기,이다희 옮김/달궁)


2. 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임희선 옮김/지상사)


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우석균 옮김/민음사)


4.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공경희 옮김/은행나무)


5.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레이첼 카슨/표정훈 옮김/에코리브로)
   ; 아주 얇은 책. 그것도 자연을 담은 사진이 많이 담겨 있고 글이 많지 않아 정말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린이에게나, 어린이를 인도해야 할 어른에게나,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자연과 관련한 사실들은 말하자면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씨앗은 나중에 커서 지식과 지혜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서 느끼는 이런 저런 감정과 인상은 그 씨앗이 터잡아 자라날 기름진 땅이라고 할 수 있다.’는 레이첼 카슨의 말은 늘 ‘가르치기’에만 골몰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6.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눌와)


7. 거문고줄 꽂아놓고 (이승수/돌베개)
   ; '옛사람과 사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적어 놓은 책이다.  나이와 성별, 당파와 나라를 뛰어넘은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사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고 있거니와 이 책에 나오는 김시습과 남효온, 허균과 매창, 성운과 조식, 나빙과 박제가 등등의 사귐에 대한 이야기는 어쩐지 우정보다 맑고 고귀해 보인다.


8.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김병종/랜덤하우스)


9. 둥글둥글 지구촌 문화기행 (크리스티네 슐츠 라이츠/풀빛)


10.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 (장 드 라퐁텐 글/마르크 샤갈 그림/지엔씨미디어)

 
11. 달의 바다 (정한아/문학동네)
     ; 하얀 눈밭을 밟고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느낌의 소설. 뜻대로 선택한대로 풀리는 세상은 아니지만, 혹시 내가 원하는 곳에 닿는다 해도 그 곳이 내가 바랐던 만큼 이상적인 곳은 아닐 테지만, 하얀 눈밭을 밝고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보며 우리가 그 발자국 주인의 삶을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삶으로 상상하듯이, 나도 내 손 안에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삶을 곱게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2.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왕은철 옮김/현대문학)
    ; 나에겐 너무 먼 나라 아프가니스탄.  마리암과 라일라라는 두 여성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안타깝고 처절한데, 그런 가운데 느껴지는 인간의, 여성의 힘이라니!!!


13. 유이화 (조두진/예담)
    ; 대의명분에 함몰되어버린 철영과 사적인 삶 안에서의 행복과 인간과 일상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유이화가 대조적이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에게 보낸 교서가 나오는데 그 말도 안 되는 교서 내용이 작가의 창작인지, 아니면 정말 역사적으로 실재하는 교서내용인지 궁금해졌다. 임진란 당시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였을 선조가 그런 정신 나간 교서를 내렸단 게 믿어지지 않는 만큼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론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어쩐지 너무 과장이 심한 뻥같다는 느낌은 소설 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14.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정영목 옮김/해냄) 
    ; 참 독특한 소설. 큰따옴표, 줄바꾸기 등의 원고지 작성법을 무시한 작가의 개성(?)있는 작법 덕에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집중력이 요구되었던 책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이 몽땅 멀어버린다면 정말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이 섬뜩하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부인의 행동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희망 같은 모습이랄까.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었던 ‘희망’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물질에, 욕망에, 사랑에, 출세에, 성공에, 질투에, 두려움에, 눈먼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작가의 일갈이 날카롭다. ‘제대로 보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래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까지 포기하진 말아야할 텐데.. 

서평을 쓰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만 몇 줄 적어보았다.  책이 별로라서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게 아니라 서평을 쓸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2월에는 참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흐뭇하다. 
강릉과 속초로 3박4일 가족여행을 다녀왔고 둘째 녀석 졸업, 시어머님 생신도 있었는데 정리해 놓지를 못했다. 숙제가 3월로 미뤄졌다.
오늘은 삼일절이자 울 옆지기 생일이다. 미역국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일어난다.  울 옆지기가 초등학교 때 시험에 ‘태극기를 다는 날은 언제냐’는 문제가 나오고 답을 쓰는 네모 칸이 세 개 쳐져 있었는데, 울 옆지기 그 네모 칸 세 개에다 자신 있게 ‘내 생일’이라고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전에 한참을 웃었더랬다. 

우리 옆지기 생일인데, 모두 태극기는 다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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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기나라에 간 코끼리 (아르토 파실린나 / 솔)
2. 우리와 안녕하려면 (하이타니 겐지로 / 양철북)
3. 물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 / 창작과비평사)
4. 흰기러기 (폴 갤리코 / 풀빛)
5. 셰익스피어는 없다 (버지니아 펠로스 / 눈과마음)
6.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1 (랄프 이자우 / 비룡소)
7.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2 (랄프 이자우 / 비룡소)
8.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 다른세상)
9. 해적 (존 메튜스 / 삼성당) - 책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ㅠ.ㅠ
10. 나는 시인이다

1월, 열권의 책을 읽었다.  <나는 시인이다>라는 책은 아직 미출간 도서이므로 제목만 적었다. (출간될 때는 제목도 바뀔지 모르겠다.)
열 권의 책 중에서 내맘대로 가장 좋았던 책을 꼽으라면, 김선우 시인의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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