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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X파일을 펼쳐보다 ㅣ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8
가와사키 유키시게.책깨비.양선하 지음, 미에다 미나코.백종민 그림, 곽영직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보면 조금 더 신뢰가 가는 몇몇 출판사들이 있다. 책 제목만 보고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 표지에서 출판사를 확인하고는 ‘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구나. 괜찮겠네..“하며 책을 구입할 때도 있다. 내겐 ’웅진‘도 그런 출판사들 중 하나다. 풍부한 사진자료, 깔끔한 편집, 세련된 디자인 등등이 ’웅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이 과학 관련 도서에서 더 신뢰가 가는 출판사이다.
집요한 과학씨를 처음 만났다. ‘웅진 사이언스빅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인데 제목에 ‘외계인 X파일’이란 글자가 눈길을 끌었다. ‘외계인’이니 ‘X파일’이니 하는 낱말이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더없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계인의 존재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1장에서는 외계인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주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별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생명체가 살기 위한 조건(대기, 온도, 먹을 것, 물)을 알아본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조건을 갖춘 행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리 태양계에 있는 8개의 행성과 목성의 위성들, 혜성과 유성을 언급하며 우주전체로 관심을 넓혀간다.
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부터 근세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어떤 사유를 해왔는지를 살펴보고 그동안 인간이 외계인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외계인을 화두로 삼아서 우주와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그 접근 방법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집요한 과학씨의 집요함이 느껴지지 않은 점은 좀 아쉽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아직 용어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을 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지마다 작은 박스를 만들어 행성과 위성, 혜성, 유성, 태양계와 은하계 등등에 대한 용어를 정확하고 쉽게 설명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너무 일러스트에 의존하다보니 사진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일러스트가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 태양의 사진, 행성과 위성의 사진들을 본다면 더욱 신비로워하며 경탄하지 않을까 싶다. 책 뒷부분에라도 사진자료를 덧붙여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지식을 모두 알려 주기보다는 지식 탐험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는 이 책의 출판의도를 고려한다면 시시콜콜한 용어설명을 따지고 사진자료의 부재를 트집 잡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지식탐험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 책을 통해 발현된 호기심을 증폭시켜 나갈 수 있다면 용어에 대한 궁금증이나 사진자료 따위 금세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만 더 집요하고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미련처럼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