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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
리틀쿡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 요리와 과학을 접목시킨 책이 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라는 책인데 아들 녀석의 장래희망이 요리사인데다 과학을 좋아해서 작년인가 재작년 쯤 사줬었다. 그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리보다는 실험과 과학이론에 대한 설명 쪽에 비중을 크게 두어서 요리 쪽이 좀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요리 이야기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 요리 재료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실험이 주된 내용이었다고나 할까? 대신 좀 더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당할 것 같다.
그에 비해서 <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은 우선 요리와 과학 양 쪽의 균형을 참 잘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또 책의 구성과 편집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사진 자료와 쉬운 설명, 각 꼭지의 적절한 배치 등등이 한눈에 쏙쏙 들어오게 깔끔하고 그 내용이 무척 실용적이다. 그래서 <요리하고 조리하며 배우는 과학>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의 아이들이 요리를 통해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활용도가 큰 학습 안내서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책을 들여다보며 실험하고, 실험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나서 즐겁게 요리하는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연상이 될 정도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에 ‘아동 요리 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 세 사람(남은정, 유경희, 장선경)의 축적된 경험과 노련함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농담 삼아 “너희들, 엄마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데, 엄마가 아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야. 엄마는 매일 칼과 불을 다루고 살잖니.”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만큼 부엌일이라는 게 위험하기도 한데다가 순식간에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 일인 탓이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요리는 ‘오감을 이용하는 활동이며 어지간한 놀이보다도 더 재미있는데다, 그 과정을 통해 기초 학습 능력도 기를 수 있는, 효과가 확실한 통합 교육’이라며 아이들이 요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학습 효과를 자랑한다. 그래도 아이들 교육에 웬만한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학습효과’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부엌을 내준다는 건 좀 어렵지, 하며 망설이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커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하루가 다르죠. 오늘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오늘을 채워주는 일인데, 어질러지는 것이 겁나서 못 한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며 감성에 호소하는 저자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얼마 전 세 아이들과 도너츠를 만들 때 세 돌배기 막내의 진지한 눈빛과 완성된 도너츠들 속에서 자기가 만든 도너츠를 찾아들고는 기뻐하던 표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식품들의 다양한 색깔과 각각의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채소와 과일을 각 장의 주제로 삼아서 서른 가지의 요리와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요리가 기껏해야 도너츠나 주먹밥 정도였던 내 빈약한 요리의 경계를 확장시켜 주었다. 게다가 요리하면서 적양배추로 리트머스 시험지를 만들어 산과 염기에 따른 색의 변화를 이야기한다거나, 가을이 되면 단풍이 지는 나뭇잎의 비밀을 밝혀준다거나, 밀가루 반죽을 하며 글루테닌을 이야기하고, 마요네즈를 만들며 계란 노른자의 레시틴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엄마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아이들로부터 존경의 시선을 얻을 수 있다면, 내 잘난 척의 대가로 부엌이 좀 어질러지는 일 따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일석삼조의 책이다. 아이들 반찬과 간식을 해결할 수도 있고, 요리를 하며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고, 과학 지식까지 전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