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따뜻한 그림백과 8
홍성화 그림, 재미난책보 글 / 어린이아현(Kizdom)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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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따뜻한 그림백과 책이 세 권 있다.  <밥>, <책>, <나무>. 내게 있는 그림백과 책 세 권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쏙 뽑아서 갖고 있을까 싶다.  아마 하나 더 추가하라면 <잠>을 고르게 될 게 분명하다. 

따뜻한 그림백과를 보면 어린 독자들을 위해 책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배려가 우선 따스하게 전해져 온다.  지난 번 <밥>이 그랬던 것처럼 <나무>도 친절하고 자분자분한 문체로 나무의 쓰임, 나무의 종류, 나무의 이름 등등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유아들에게 우리 곁에서 무심히 보아 넘기던 것들에 집중시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무를 생태적인 관점에서 보고 지식으로 접근해야할 대상으로 서술한 게 아니라 우리와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는 가까운 존재로 설명하고 있어 더욱 좋았다.

평소에 나무를 좋아했기 때문인지 (누군들 나무를 좋아하지 않을까), 이 책이 삭막한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나무를 그냥 늘 있어온 사물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도움을 주는 고마운 생명체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다소 비약이 심한 바람이 일어 혼자 피식 웃기도. 

그런데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따뜻한 그림백과> 시리즈의 기획 의도도 좋고, 책도 좋은데, 이 책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잘 먹힐까, 하는 게 염려스럽다.  이제 열권밖에 출판되지 않은 시리즈물을 두고 너무 일찍부터 먹구름을 드리우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기왕이면 이 좋은 의도와 내용의 책들이 아이들에게 환영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00권의 책으로 시리즈가 완성될 거라는 이야길 들은 것 같은데, 100권의 책이 똑같은 판형, 똑같은 스타일의 그림, 똑같은 형식과 문체들로 채워진다면 읽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얌전하고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계속해서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묘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내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길 바라고, 어린이 아현에서 이미 묘책을 손에 쥐고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채워져 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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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6일   

남편은 8시에, 명보는 9시 반에, 유진이는 11시 반에 집을 나선다.  명보랑 유진이가 좀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한 번에 끝내주면 좋을텐데, 이 녀석들이 방학이라고 늦잠의 여유를 누리고 싶으시단다.. 에효..  덕분에 내 아침 시간은 엉망진창이다.  조각조각 나눠지고 잘라져서 오후를 맞고 나면 허무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학생 시절 방학 때가 아니면 언제 늦잠을 마음껏 자보겠냐 싶어서 그냥 내버려둔다.   

오후엔 유빈이 데리고 미장원에 갔다.  유빈이 앞머리가 길어서 눈을 찌르기 일보직전이고 뒷머리도 지저분해서, 좀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유빈인 미장원을 좋아한다.  미장원 의자에 앉아 꼼짝도 않고 거울만 응시하며 있어서 아줌마들과 헤어디자이너들의 칭찬을 받는다.  그런데 난 그게 공주병 증세 중 하나라는 걸 알기에 누가 칭찬을 해줘도 엄마인 나는 좀 심드렁하고 있다.  드라이까지 하고 나니 유빈이도 꽤 기분이 좋은 듯.  파카 모자도 안 쓰겠단다.  머리가 망가진다나..  누구를 닮아 저러는 건지.  (나는 절대 아니다!!) 

미장원에서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지흔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유빈이를 반겨준다. 지흔이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엄마에게 빨리 도서관 가자고, 유빈이 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며 졸랐나보다.  점심까지 다 챙겨먹고, 미장원까지 들러서 한껏 여유부리다 온 게 미안해졌다.   

오후 네시 경이 되자 도서관 마더구스 모임 엄마가 아이들에게 영어그림책을 읽어줬다.  읽어준 그림책은 <Sunshine on My Shoulder> 존 덴버의 올드팝송이 그림책과 CD로 나온 거였다.  그 엄마가 한차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나서 CD를 틀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존 덴버의 노래를 듣는 거였다.  순간 도서관에 모든 소음이 사라졌었다.  아이들조차도 잠잠해졌다.  엄마들은 지난 날 기억 속 어딘가 쯤으로 휘리릭 날아가버리고,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샘물처럼 흘러나와 가슴을 촉촉치 적시는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으로 기우는 창밖을 내다보며, 들고 있던 커피잔의 따스함에 새삼 고마워하며, 그 먼 시간을 건너 여기에 서 있는 내 자신을 기특하다 쓰다듬으며, 지난 날 따뜻했던 누군가와 기억 속에서 해후하며..  나도 그렇게 존 덴버의 노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어그림책 읽기가 끝나고 나서 엄마들이 그 그림책 주변으로 모였다.  그림은 왜 저렇게 예쁜 거야..   

영어그림책 읽기가 끝나고 나니 도서관의 꿈나무 모임 엄마들이 '만화경 만들기'를 아이들과 함께 해주었다.  지흔이 엄마도 꿈나무 모임의 일원이라 유빈이와 지흔이를 비롯한 유아들 지도를 맡아줬다.  아이들의 서툰 손으로 만든 만화경이지만 불빛을 향하고 들여다보면 제법 참 예쁘다.  지난 해 11월 '나랑 같이 놀자'라는 도서관 행사에서도 유빈이는 이 만화경을 만들었었는데, 가끔 우울할 때 커피 한 잔 타서 마시면서 만화경 속 예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좀 위로가 되었었다.  이제 만화경이 두 개가 되었으니 두 배의 위로를 받게 될 듯.. ^^ 

오늘도 어둑해져서야 책 세권을 빌려서 도서관을 나섰다.  집에 돌아와 부지런히 밥하고 순두부 찌개도 끓이고 있는데, 명보가 돌아왔다.  오늘 영어단어 시험에서 68문제 중 3개밖에 안틀렸다며 자랑이다.  명보는 영어와 국어 쪽이 약하다.  과학이랑 수학은 그나마 흥미있어 하는 편인데 영어는 명보에게 완전 독이다.  그러니 단어 시험에서 3개밖에 안틀렸다는 건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내 키를 살짝 넘어선 아들을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려줬다.  우리집 세 남매 중 만약 제도권 공교육에서 탈피시켜야 할 아이를 꼽으라면 그건 명보다.  끌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강해서 모든 것을 잘해야만 하는 학교 시스템이 명보에게는 좀 버겁고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직접 만져보고 실험해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학교와는 맞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학교 쪽도 살짝 기웃거려봤었고, 좀 더 자유롭게 홈스쿨링을 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명보에게 살짝 운을 떼어봤더니 싫다고 하고, 목표로 하고 있는 고등학교도 있으니 좀 기다려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겁쟁이인지라 꿈만 꾸고 상상만 하고 있다.

권정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있다.  지난 가을 도서관에서 권정생님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권정생님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이 책만 못 읽었다.  오늘 아침 짜투리 시간에 읽다보니 64쪽에 엄마 까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림책 <엄마 까투리>는 이 때부터 준비된 이야기였나 보다.   권정생 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단 사실이 또 새삼 안타깝다.  그러나 살아계셔서 지금의 이 세상을 보신다면 무척 괴로워하셨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래도... 그리운 건 그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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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5일  

오랜만에, 거의 한 달만에 유빈이랑 책엄책아 도서관에 갔다.  12월, 유진이 외고 시험 치룬다고 법석을 떨고 나서 내 몸살을 시작으로 식구들 돌아가며 앓고 명보 기말고사랑 크리스마스도 있었고,  또 내일은 가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추위가 심술을 부려 못 가기도 했다.
유빈이는 하도 오랜만에 찾아간 도서관이 설레기도 하고, 선생님들 뵙기가 좀 수줍기도 했었나보다.  유빈이답지 않게 얌전을 빼고 앉아 있더니 친한 여섯 살짜리 오빠 지흔이가 오고 나서야 노는 데 활기를 띄었다.    

게다가 유빈이는 도서관 책통장에 개구리 도장 다섯개를 채웠다고 상으로 그림책 <따뜻한 그림백과 책>를 받았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통장에 적은 게 다섯 번 모이면 개구리 도장 하나를 받으니까 스물 다섯 번 가서 책을 읽고 통장에 적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유빈이는 통장을 만든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놀기만 하다가 온 날도 많았으니 이제야 처음 받게 되었다.  그래도 도서관 선생님 말씀으로는 최연소 개구리상 수상자라고 하신다.  하하하하 

 

1학년 언니들이 색종이 접기 하는 데 껴서 거들며 놀더니만 엄마 선물이라며 하얀 꽃무늬가 자잘하게 들어있는 분홍 앞치마를 접어왔다.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겠지만!)  그러더니 또 조금 있다가 언니들이 '말 잘 듣고 종이접기 잘 했다'며 상으로 줬다고 색종이 꽃 두 개를 더 가져왔다.  유빈이 상복이 터진 날이다. ^^   한참을 종이접기에 몰두하던 아이들이 나중엔 시장을 벌였다.  색종이로 접은 꽃, 앞치마, 티셔츠와 치마 등등을 모아놓고 도서관에 온 엄마들과 선생님들께 장당 100원에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엄마들과 선생님들은 흔쾌히 지갑을 열었고, 녀석들은 판매수익금으로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다가 저희들끼리 과자파티를 열었다.   

유빈이가 책엄책아 도서관을 좋아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거다.  저희들끼리 모여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만들고, 일을 벌이는 기쁨 같은 거.  누가 이거 해라 하는 사람도 없고, 뭔가 해놓으면 잔뜩 칭찬하고 감탄해주는 사람들만 수두룩하니 아이들은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일은 도서관에서 아이들 데리고 '만화경 만들기'를 하신단다.  토요일엔 '못된 괴물과 세 마리 아기 염소' 이야기로 그림자극을 보여주신다고 하고.  유빈이는 지흔이 오빠랑 내일도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꼭꼭 약속을 했다.   

집에 돌아와 청국장 찌개를 끓여 밥을 먹었다.  어쩐일로 남편도 일찍 들어왔다.  연말연시 정신이 없었는데, 조금 시간이 났나보다.  이제 좀 한가해진 거냐고 했더니만, 사진을 9천장이나 인화해야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단다.  일이 끊기지 않는 건 다행인데, 너무 바쁠 때면 또 걱정이 된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이번 겨울엔 여행도 접자고 했다.  남편이야 바쁜 와중에도 양쪽 사무실 직원들이랑 용평이니 강화도니 양평이니.. 단합대회 겸 야유회겸 해서 다녀왔고, 학회 때문에도 다녀왔는데 가족들이 또 어디 가자고 하면 고단할 게 틀림없다.  유진이랑 명보 핑계 대고 그냥 이번 겨울은 조용히 넘어가자고, 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시간 날 때 맛있는 거나 한 번 사라고 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데, TV에서 2MB가 비상경제대책회의라나 뭐라나를 '지하벙커'에서 가질 예정이란다.  웬 지하벙커?  경제위기 같은 거 없다고 하더니, 자기 같으면 이럴 때 주식을 사겠다고 그러더니, 이젠 지하벙커에 가서 대책회의를 하겠단다.  나, 우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2MB가 개그를 좀 안다고, 개콘보다 훨씬 더 웃긴다고, 서민들 괴로운 거 알고 웃겨나 주자고 생각했나보다고, 낄낄낄 거리다 갑자기 힘빠지고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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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해 전부터 유기농 싸이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채소류나 아이들 과자를 구입했었고 작년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도 자주 사먹었다.   

작년 가을에는 자주 이용하던 유기농 싸이트를 한살림으로 바꾸었다.  출자금과 가입비를 내고, 거기다 특별한 절차(?)까지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한살림으로 바꾼 이유는 그 쪽이 우리 농민들과 더 가깝다는 생각때문이기도 했다.     

몇차례 이용해보니 구비된 제품이 더 다양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겨울로 들어서니 서너종류의 호빵이 생겼고, 흑미가래떡이라든가 우리밀빵도 아이들 간식거리로 좋았다.  배송상자나 계란상자까지 모조리 수거해다가 재사용하는 모습도 신뢰를 더했고, 케찹이나 조청 같은 것까지도 유리병에 담아 나중에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할 수 있게 한 것까지도 참 세심하다 싶었다.  

주로 먹거리를 위주로 구입했던 나는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주문 때마다 4만원을 넘겨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었다.  그러다 생활용품 쪽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 때 발견한 것이 "다목적 미생물"이라는 것이었다.   

제품설명을 읽어보니 쌀뜨물에 흑설탕을 넣고 이 "다목적 미생물"을 섞어 며칠을 놔두었다가 빨래나 청소에 이용한다는 것인데 올라온 후기들이 평이 괜찮았다.  그렇지 않아도 몇년전 남편이 세탁기를 새로 장만해주면서 트롬으로 바꿔주었는데, 헹굼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이 들려서 찜찜하던 차였다.  한 번 써보자, 하는 마음에 주문을 했고, 1.8리터짜리 우유통에 만들어 놓은 것을 반쯤 써봤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다.  빨래를 할 때 이 미생물 액체만 넣는 게 아니라 세제를 함께 넣어주기는 하는데, 세제는 그야말로 쥐오줌만큼 아주 조금만 넣어준다.  그런데도 빨래는 정말 깨끗하다.  1리터짜리 한 병에 4.900원, 그런데 1.8리터짜리 세제 한 병 만드는데 20cc가 들어가니 일반세제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완전 땡잡은 거다. 게다가 빨래 후 남는 세제찌꺼기도 거의 없을 것 같고, 수질환경면에서도 훨씬 낫지 않을까?    

며칠 전엔 아산,당진쌀 예약판매 신청도 해버렸다.  일반 시중에 파는 쌀보다는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그 쪽 지역 농부들이 시름에 잠겼다기에 딴데 덜 쓰지,하는 마음으로 저질러 버렸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오분도미"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고.    

유기농 먹거리들이 좀 비싼 건 사실이지만, 외식비와 군것질비가 많이 줄었고 남아서 버리거나 하는 음식도 많이 줄었다.  큰아이들 학원에 갈 때 꼬박꼬박 도시락을 싸주고 있으니, 그것도 유기농을 이용해서 얻는 이득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식비 총액으로 볼 때엔 별 차이가 없었다.  

이번엔 우유팩을 재활용한 두루마리 휴지를 써볼 차례다.  형광물질이나 표백제가 들어가 있지 않다니 우리 가족 엉덩이가 행복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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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은 천주교에서 대축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계속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고, 따라서 그날도 미사 참례는 하지 않은 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시누이네까지 모두 모여 저녁을 먹고 나니, 시누이랑 어머님이 애들 데리고 성당에 다녀오라고 하시며 등을 떠미신다.  웃기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난 솔직히 하느님 말씀을 거역하는 것보다 우리 어머님 말씀을 거역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성당에 적만 올려둔 냉담자들로만 똘똘 뭉친 우리가족이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성찬례 중 부르는 미사곡이다.  유빈이를 안고 거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은 소리를 노래를 따라부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노래를 불러 세상이 자비롭고 평화로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의 폭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지상군까지 투입되었다고 하니 그 곳의 비참함이 어떨지 난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런데 어제 신문에 실린 세 장의 사진은 우리 사는 세상의 단면을 너무 확연히 드러내는 것 같았다.   언덕 위에서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폭격을 구경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사진,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맹렬한 폭격사진, 그리고 폭격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들의 사진이었다.   얼마나 사무친 미움이길레 이 세 장의 사진이 같은 날  같은 지역의 사진일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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