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은 천주교에서 대축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계속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고, 따라서 그날도 미사 참례는 하지 않은 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시누이네까지 모두 모여 저녁을 먹고 나니, 시누이랑 어머님이 애들 데리고 성당에 다녀오라고 하시며 등을 떠미신다. 웃기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난 솔직히 하느님 말씀을 거역하는 것보다 우리 어머님 말씀을 거역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성당에 적만 올려둔 냉담자들로만 똘똘 뭉친 우리가족이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성찬례 중 부르는 미사곡이다. 유빈이를 안고 거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은 소리를 노래를 따라부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노래를 불러 세상이 자비롭고 평화로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의 폭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지상군까지 투입되었다고 하니 그 곳의 비참함이 어떨지 난 상상도 못 하겠다. 그런데 어제 신문에 실린 세 장의 사진은 우리 사는 세상의 단면을 너무 확연히 드러내는 것 같았다. 언덕 위에서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폭격을 구경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사진,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맹렬한 폭격사진, 그리고 폭격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들의 사진이었다. 얼마나 사무친 미움이길레 이 세 장의 사진이 같은 날 같은 지역의 사진일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