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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 / 보림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잡고 대충 쭉 훑어보고는 "음.. 장애아동의 인생극복이 주제로군.."하고 섣불리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다. 내심, 그림책에 대한 이론서를 찾았는데 잘못 골랐다는 생각도 들었고, <딥스>류의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읽기로 작정한 건, <딥스>가 내가 좋아하는 책들 목록에 포함되어 있기도 했기에 내심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짐작이 아주 틀린건 아니었다. 선천적인 장애(청각,시각과 더불어 정신지체진단을 받고 손과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를 갖고 태어난 아이 쿠슐라가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포용력있는 따뜻한 이해심을 양분삼아 자기가 가진 장애를 극복하고(물론 완전하게 비장애인처럼 성장할 수는 없었지만) 밝게 자라난다는 이야기다. 쿠슐라의 부모가 여러가지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방법이 바로 그림책 읽어주기였다. 쿠슐라가 생후 4개월때부터 책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쿠슐라는 그림책을 통해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이 놀랍게 향상되어 장애를 가지지 않은 다른 아이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 읽기를 통해 지능이 향상되었다는 사실 보다도 쿠슐라의 삶이 더 풍요로와지고 행복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애는 부모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아픔이지만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쿠슐라에게는 아픔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참고 극복해야하는 장벽이다. 세상과 자기를 갈라놓은 그 장벽을 부수고 깨뜨리는 과정을, 쿠슐라는 그림책과 함께 해왔던 것이다.
"1975년 8월 18일, 쿠슐라가 만 3살 8개월 때 한 말에는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말을 할 때 쿠슐라는 두 팔로 인형은 안고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소파 옆에 앉아 있었다. '이제 루비루에게 책을 읽어 주어야 해. 그 애는 지쳤고 슬프거든. 루비루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책을 읽어 주어야해.' 이러한 처방은 어떤 아이에게나 필요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지식을 쌓고 좀더 똑똑해지고 학습에 도움이 되고 그래서 공부를 잘 하는 우수한 학생으로 만드려는 욕심을 가지고 책을 권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책을 멀리 하는 것은 부모의 이런 불순한 생각을 눈치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평생의 삶을 함께 하는 친구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부모가 쓴 쿠슐라의 독서 일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면 우리부모들의 이기적이고 편협되고 일그러진 사고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