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사계절 1318 문고 1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6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깨물지 못할 바에는 이빨을 드러내지 마라>
내 비밀 일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기적이 일어날 것을 절대로 바라지 마라. 기적이란 그것을 기대하지 않을 때, 그제서야 일어난다."
그 글은 로유 이모가 나의 법적 후견인 자격을 두 번째로 신청했다가 또다시 실패했을 때 적어 놓았던 말이다. -11쪽

"고통이 어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면 왜 날 그렇게 학대했죠?"
하고 나는 물었다. 로우 이모는 나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쓰다듬어 주면서 눈물을 내비쳤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네 엄마는 영혼에 병이 들었단다. 할링카야. 사람은 겉으로만 상처를 입는 게 아니란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영혼도 다칠 수 있지. 사람이 끔찍스럽고 아주 무서운 일을 겪었다고 해서 저절로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법은 없단다. 오히려 그 사람 자체가 스스로 끔찍스럽고 무시무시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단지 그 말 뿐, 이모는 그 이상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
단어들 가운데 어떤 것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고,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그 말이 어떤 일과 관계되어 있든 전혀 상관이 없다. '학대하다'라는 단어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다. -13쪽

<가난한 사람은 도둑이 무섭지 않다>
"신경쓰지 마. 가난한 사람은 도둑이 무섭지 않은 거야."
로우 이모는 언제나 내게 말했었다.
내 생각으로는 그 말이 맞지 않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두려워할 것 같다. 부자는 어차피 많이 갖고 있으니까 어쩌다 도둑을 맞는다고 해도 큰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부자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손가락만 툭 퉁기면 다 가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누군가 나의 이 작은 담요를 훔쳐 가 버린다면 내게는 너무나 슬프고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다. 부자도 물건에 따라서 딱 하나만 갖고 있는 것이 있겠지만, 그는 그것을 언제라도 새것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27쪽

헤르링 상가의 이불 가게 점원은 이것을 '낮잠 담요'라고 불렀다. 자잘한 꽃들이 촘촘이 박혀 있는 적갈색 담요였다.
"별로 예민하지 않은 무늬야. 때가 잘 타지 않거든."
로우 이모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난황색 눈동이 나물이 많이 찍혀 있는 담요가 오히려 더 좋아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돈은 어차피 이모의 주머니에서 나갔으니까. 더 강한 자가 언제나 옳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던 그 때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28쪽

<궁전을 꿈꾸는 자는 오두막집마저 잃게 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대개 그것은 가능한다.
.....
정말로 나는 친구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 모두를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전부 잊어버리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적다. -40쪽

<통통한 오리를 잡아먹고 싶으면 먼저 잘 먹여야 한다>
내 몸은 상처가 나거나 멍이 들면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 더 확실하게 나타난다.
"알레르기 반응입니다."라고 요양원의 의사는 말했었다.
"피부가 자극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지요."
내 옆에 있던 로우 이모는 내 손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아이의 영혼도 그래요."
의사는 이모가 무슨 못 할 말이라도 한 것처럼 이모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부끄러웠다. 로우 이모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때면 언제나 부끄럽다. 하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그런 말이 듣기 좋다. 이모는 아름다운 표현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다. -54쪽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제일 먹고 싶은 것은 건포도가 들어 있고, 흰 설탕 시럽이 덮여 있는 빵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냉정한 사람은 손으로 뭔가를 건네 주기보다는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주먹을 말아 쥐는 것을 더 좋아하는 법이니까. 그런 인색함에 스스로 짓눌려 버릴 날이 오기를 바랄 수밖에!-65쪽

나는 오늘 실패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 다만 로우 이모에게 갈 수 있는 10마르크만은 받지 못했다.
갑자기 초콜릿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가슴 속이 쓰면 입에 설탕을 넣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도 역시 로우 이모의 말이다. -67쪽

<머릿속이 어두우면 마음도 밝아질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개는 크고 털이 검은 색이며, 외로운 늑대처럼 눈 덮인 숲을 쓸쓸히 걸어다니는 개다. 폴란드에는 늑대가 있다고 로우 이모가 말했었다. 러시아에서 건너온다고 한다. 늑대는 무섭다. 하지만 큰 개라면 마음에 들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물어!"하고 명령만 내리면 되는 그런 개라면 더욱 좋겠다. 그런 개가 도깨비 방망이 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 -75쪽

<동전을 보고 몸을 굽힌 사람만이 그것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사실 내게는 상품이 무엇이든 상관 없다. 거의 상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로우 이모에게 가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짓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 어차피 부지기수로 많은데.
"동전을 보고 몸을 굽힌 사람만이 그것을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다."
로우 이모는 말했었다. 나는 몸을 굽히고 싶다.
......
나는 도둑질이 별로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우 이모는 내 것과 네 것 사이에는 엄연한 구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배가 몹시 고플 때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고 이모는 말했었다. 그 때도 훔치는 것을 옳지 않지만, 이해될 수는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모. 그리움도 배고픔과 비슷한 거 아닌가요. 내 말이 맞죠, 안 그래요?
그리움은 영혼이 허기진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82-83쪽

로우 이모는 '보육원'이라는 단어를 듣자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이모는 속마음을 전혀 감추지 못한다. 나도 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모름지기 사람은 마음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현도 하지 말고,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생각을 할 때에도 조심을 많이 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 조심해야 할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84-85쪽

<에덴 동산이라도 혼자뿐이라면 즐겁지 않다>
선생님한테 그 꽃을 보이며 이름을 물어 보니, 치코리라고 했다. 아주 예쁜 이름이었다. '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라는 의미의 꽃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물론 나였을 것이다. 요양원에서도 가끔 그 꽃 생각을 했고, 그 꽃이 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 후 다시는 그 꽃을 보지 못했다. -101쪽

"폴란드에는 도마뱀이 아주 많지."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이모는 내게 말했었다.
"여름에는 도마뱀들이 나와서 따뜻한 돌 위에 누워 있단다. 사람이 꼬리를 붙잡으면 꼬리가 그냥 떨어져 버리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도마뱀이 안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모가 그 꼬리는 금방 자란다고 말해 주었다. 참 편리할 것 같았다. 인간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너무 꽉 움켜잡으면 시퍼런 멍이 들고, 피가 맺히고, 온몸이 아프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려 나간 팔 같은 것이 다시 자라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나도 도마뱀이 되어 따뜻한 돌 위에 누워 있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더구나 숲 속의 빈 터 같은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나무 그루터기도 땅에 떨어지는 낙엽들처럼 갈색이다. 그리고 언제나 약간 스산해 보이는 마른 덤불도 그렇다. -102-103쪽

<빵을 찾으면 나이프도 찾을 수 있다>
"빵을 찾으면 나이프도 찾을 수 있다."
로우 이모는 말했었다.
하지만 순서대로 해야 된다. 나에게는 오래 된 버릇이 하나 있다. 등을 깔고 누워 눈을 감은 다음,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그것을 한 번 더 경험하는 것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낫었는지 차례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단어든 몸짓이든 색깔이든.....
그런 식으로 하면 아름다운 것이 쉽게 잊혀지지 않고, 여러 번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익숙해지게 마련이라서 계속 하면 약간 지루해진다. -107쪽

"소원은 아주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무조건 쟁취하려고 하면, 전혀 엉뚱한 것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난 이해하지 못하겠어. 왜 그런 말을 적어 놓았지?"
그 애가 정말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팠었어..... 난 자주 아파."
그러다가 난 얼른 말문을 닫았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싫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똑같은 이유 때문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비밀 일기에 그대로 적지 않고, 상징적인 말로만 적는다. 내가 써 놓은 문장을 읽으면 그 때의 상황이 다 기억나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결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이제 와서 예외를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113쪽

나는 숫자세기도 시작할 수 없었다.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었다. 사실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신중을 기했다면 좋았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너무 많이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좋았을 텐데.
......
그 때 레나테가 불쑥 내 침대가에 나타나서 몸을 숙여 내게 키스했다. "잘 자."라고 속삭이며....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펠리카놀 냄새를 맡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냥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116-117쪽

<암소의 털을 깎고, 숫양의 젖을 짰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스스로도 참 한심한 암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잘못하고 말았다.
오늘 잠에서 깨어날 때에도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암소의 털을 깎고, 숫양의 젖을 짰다."
로우 이모는 내가 하려고 한 일이 모두 잘못되어 낑낑대고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

다만 모든 것이 난처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상관없을 그런 이야기를 해버리고 말았다. 실제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처럼 말이다. -119. 121쪽

허리가 아프고, 숨쉬기가 거북하고, 다리 근육에 쥐가 날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외침 소리도 어느 새 작아졌고, 분개하는 것처럼 들리지도 않았다. 끝없는 반복..... 더 이상 통증이 없게 하려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자꾸 생각하면 즐거운 기억만 빛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안좋은 것도 역시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122쪽

<가난한 아이를 친구로 두는 것이 부자를 적으로 두는 것보다 낫다>
로우 이모,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싫어하는 아이들 모두를 흠씬 두들겨 패 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정말로요.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뻐요. 명언은 반대로 말해도 말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로우 이모,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깨물 수 있으면 마음 놓고 이빨을 드러내도 된다."라고요. 이제는 엘리사벳에게 더 이상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을 거예요.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갔어요.
....

로우 이모, 제일 처음 맞는 것이 충격 때문에 가장 많이 아파요. 하지만 일단 맞고 나면 통증에 단련이라도 된 것처럼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요.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지요. 다만 처음이 끔찍할 뿐이에요. 사실 그런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난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이제야 그것을 다시 깨달았어요. 하지만 로우 이모, 모든 것이 다 지나고 나면 피곤해요. 정말 피곤해요.. -136~137쪽

나중에, 그 아이가 가고 난 다음 언젠가 다시 가방 창고에 갈 수 있으면 비밀 일기에 꼭 적고 싶은 글귀가 생각났다.
"혼자가 아닐 때 우는 것은 전혀 다르다. 혼자 우는 것은 끔찍하다."
내게도 이제 친구가 한 명 생겼다. 힘도 세지 않고, 많은 도움은 안 되겠지만, 상관없다. 그 대신 내가 강하면 되니까. 나는 이미 내가 좀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난한 아이를 친구로 두는 것이 부자를 적으로 두는 것 보다 낫다."
로우 이모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143쪽

<닭은 무슨 꿈을 꾸나? 수수, 언제나 수수 꿈을 꾼다>
"여기. 너도 뭘 적을래?"
레나가 비밀 일기를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종이만 쳐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아."
그 애가 한참 만에 말했다.
나는 그 애 옆에 앉아 그 애의 손에서 비밀 일기를 빼앗아 들었다. 나도 생각나는 말이 없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적어 나갔다.
"반쪽 진실은 완전한 거짓이다. 하지만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어쩌면 반쪽 진실은 그냥 반쪽 진실일 뿐일지도 모른다."
레나가 웃었고, 촛불이 더 이상 차갑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그 애의 얼굴을 예쁘고, 거의 유쾌해 보이게까지 만들었다. 그 애가 내 손에서 비밀 일기를 가져가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가 있다면 반쪽 진실이든, 온전한 진실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168쪽

<신은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자와 함께 값을 지불한다>
제대로 곰곰이 생각을 모으면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다던 로우 이모의 말은 틀린 말이었다. 그 곳에서 내가 본 것들은 전혀 모르던 것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상상이 불가능했다.
로우 이모,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해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상상할 수 있을 뿐이에요. -193쪽

<설탕도 충분히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
물이 상쾌하게 차가웠다. 몸을 구부려 한 모금 마시고, 얼굴에도 물을 묻혔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이 다르게, 조금 더 성숙하게 변한 것처럼 보였다. 반창고를 떼고, 꿰맨 자리를 살펴보았다. 상처가 잘 낫고 있다고 쭈레거 선생님이 말했었다. 머리를 기르면 흉터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내일 실밥을 뽑고 나면 그렇게 큰 반창고를 붙일 필요가 없게 된다.
내 생각에 나는 방금 전에 행복한테 의자를 내주었던 것 같다.
얼굴의 물기를 닦고, 세면실에서 나갔다. 우리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가에 잠시 멈춰 섰다. 레나에게 곧바로 말할 생각이다.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작은 인형이 손에 잡혔다. 재 보았다너 13센티미터 반이었다. 어차피 나도 별로 크지 않으니 나한테 아주 잘 어울린다. 레나가 인형의 머리카락을 다시 검정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이모, 사랑하는 로우 이모, 설탕만으로도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209~2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방금, 페이퍼를 쓰다가 다 날려먹었다. 

2월에 있었던 우리집 이야기를 쓰던 중이었는데,,, 2월에 뭔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내용이 꽤 길었다.

근데 키 하나를 잘못 누르는 순간 싹 다 지워져 버렸다.

다시 쓸 맛이 안난다.

미치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컴퓨터한테 바보라고 욕만 해대고 있는 내가 정말 한심하다.

이 열불나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을 둔 후에

그 때 다시 써야지..

그래도 생각할수록 미치겠다, 정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3-0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이럴 때 정말 짬뽕나요. 몇그릇? 천그릇!!
열 좀 식혔다가 담에 들려주시와요.^^ 오늘 여기 하늘은 좀 흐려요.
그래도 마음은 봄이에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늘 도착할 우리병사의 시신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요. 참,,,,

섬사이 2007-03-0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짜증 지대로예요. ㅎㅎ 여기는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렸지요. 먼 타국에서 어이없게 숨진 분 생각을 하면 날아가버린 제 글 따위로 열받는 제자신이 부끄러워지죠.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작년 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름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암튼 작년 어느 날 뽀가 파란 돼지 저금통을 사들고 들어왔었다. 

그 전에도 돈을 모으겠다고 저금통에 돈을 넣다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못참고 뜯어쓰던 녀석인지라,

나는 또 사들고 들어온 아들녀석 뽀에게

"저금통을 또 사왔어? 맨날 모은다 그러고 뜯어쓰고 그러면서 뭐하러 저금통을 또 사왔냐? 네가 그 저금통을 끝까지 꽉 채우면 내가 그 저금통에 모은 돈에 10%를 너한테 준다."

"정말? 정말이지, 엄마? 앗싸~!"

"치~ 네가 퍽이나 그 저금통을 다 채우겠다. 사고 싶은 게 생기면 못참고 뜯어 쓸게 뻔하구만."

"아니지~ 그 땐 엄마가 10% 준다는 얘기를 안했었잖아."

설마 했다. 

늘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녀석이라 10%가 아니라 두배를 더 준다고 해도

못참고 뜯어쓸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녀석 봐라?

저금통에 동전은 안넣고 지폐만 넣기 시작했다. 

10%를 위해서는 동전보다는 지폐만 모으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폐만 생겼다하면 저금통으로 직행이었다.

만원이 생기면 저금통에 넣으면서  "앗싸~ 천원 벌었다~!"하며 나를 힐끔 바라보면서 웃곤 했다.

겨울로 들어서자 아들 녀석의 돼지저금통이 피둥피둥 살이 올랐다.

" 뽀야, 저 저금통 이제 그만 잡자. 더 넣다가는 저금통 터지겠다." 했더니

이 녀석 하는 말이

"엄마, 설날 세배돈까지 넣고 나서 뜯을 거야.  10%가 어딘데~"

녀석에게 이렇게 지독한 면이 있었다니~

설날 받은 세배돈까지 몽땅 구겨 넣은 지난 월요일에 드디어 우리는 뽀의 돼지저금통을 잡았다.

거금 36만 5천원이라는 돈이 나왔고, 나는 10% 3만6천5백원을 줘야 했다.

"너 이 돈 가지고 뭐할 거야?"

"엄마, 내가 라리에또에서 스파게티 쏠게. 그리고 나머지는 저금해야지,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녀석, 기특하기도 하지.

"야, 거기 가서 우리가족 먹으려면 6만원이 넘어. 됐어!  엄마가 준 10%까지 더하면 40만 천5백원이니까,

천오백원은 너 맛있는 거 사먹고, 나머지는 다 저금하자. 

이담에 너 초밥요리사 돼서 초밥전문점 차리려면 돈 많이 들어. 

모았다가 그 때 써라."

우리 아들 금방 고개를 끄덕거린다. 

주방칼도 좋은 걸 사야하고 시설도 잘 해놔야 하고 재료도 좋은 걸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나?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엄마, 나 돼지저금통 사다가 또 해도 돼?  또 하면 10% 또 줄거야?"

하하하하하하

이럴 땐 억울한 척,

아까운 척,

내가 정말 손해지만 아들인 네가 미래를 위해서 저금을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주는 척 하면서

허락해줘야 한다.

녀석, 무지 좋아한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큰 딸이 넌즈시 묻는다.

"엄마,,,,, 나도... 해도 돼?"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우리집엔 돼지 두 마리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이 엄마가 10%를 보태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는 걸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아이들은

" 야, 니들 왜 이렇게 돈을 빨리 모아? 니들이 돈을 빨리 많이 모을 수록 엄마는 손해보잖아."

하며 엄살떠는 엄마를 보면서 즐거워할 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7-02-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의 행복한 엄살입니다..아이들의 당찬 내일이 너무나 이쁨니다..

치유 2007-02-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1999

치유 2007-02-2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000

섬사이 2007-02-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제 서재의 2000번째 고객(?)이 되어주셨네요. ^^
늘 제 서재에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치유 2007-02-2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2040

이런  숫자를 안 잡을수가 없죠??ㅋㅋ


섬사이 2007-03-0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2040~ 그러고 보니 제 서재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고 계신 거네요. 처음엔 아무도 안찾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큰 아이가 외고를 가고 싶단다. 

1월 중순경 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겠단다.

외고에 합격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얻는 것들도 있을 거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려고 하다가도 그 모진 과정을 겪을 걸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3월부터 종합학원을 다니겠단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할까? 

난 외고입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부랴부랴  특목고에 대한 책 한 두권을 읽었다.

그래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내가 너무 지니를 믿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가 겨우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곤,

"너무 힘들어지면 말해야 한다. 

괜히 원형탈모증 같은 거 생길 때까지 참지 말고, 못견디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거야. "

큰아이는 원형탈모증이라는 얘기에 웃으며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가 선택했으니 그 과정도 결과도 아이에게 맡겨두어야 하건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단지

옆에서 격려하는 일,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다독여 주는 일,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는 일,,,

그 뿐인 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2-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먼저 이런 결심을 했군요. 야무져 보입니다.
섬사이님이 하실 일도 많으시겠어요. 우리딸은 중2 되는데 아직은 아무 생각이
없나봐요. 진학이나 장래희망에 대한,,, 그날그날 열심히 공부하고 있긴 한데
아무려나 원하는 쪽으로 가게 하고 싶어요.^^

섬사이 2007-02-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야무지진 않아요. 만화를 좋아하고 팝송을 즐겨듣고 군것질을 좋아하고 아직 철없어 보이는 사춘기 여자아이죠. 엉뚱한 면도 있어서,,, 모르겠어요. 언제 또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저희 애도 이제 중2가 되니 님의 따님이랑 동갑이네요. 님의 말대로 아이가 원하는 쪽으로 가게 해야죠. 나쁜 쪽만 아니라면.. 6학년 올라가는 아들녀석 뽀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한답니다. 2학년 때 정한 장래희망인데 변하질 않네요.

2007-02-1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1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뽀도 대단할 걸요. 요즘 아이들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아이들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요. 방향 잡아 이끌어주기 어려운 아이들이죠. 뽀는 남자아이인데도 특별하네요. 4년간 변하지 않고 있으니. 잘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우리집 작은딸은 꿈이 여러 가지인데 변덕을 좀 부린답니다. ㅎㅎ

섬사이 2007-02-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저도 요즘 마음이 편하질 않아요. 외고 가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혹시 합격을 하더라도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결과를 떠나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가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기를 바랄 뿐이예요. 실패를 통해서도 틀림없이 깨닫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아직은 실패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는 어린 나이이니까, 자기가 원하는 여러길을 탐색해보고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 의미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어요. ^^

섬사이 2007-02-2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뽀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의 초밥요리사가 되는 게 뽀의 꿈인데 그 꿈을 꼭 이루길 아이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 뿐이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걸 보면 신기하단 생각도 들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지니가 외고 욕심을 내는 것도 정말 뜻밖이었고, 뽀가 요리사가 되고 싶단 말을 처음 꺼냈을 때도 좀 황당했었거든요. 님의 말씀대로 잘 이끌어줘야 하는데 가끔은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와요. ^^
 
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
이재성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 앞에 "글쓰기를 위한"이라는 사족만 없었어도 문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물마시듯 말하고 글을 쓰는 일반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국어에도 이런 문법들이 있다고 알려주고 되새기게 해주는 거로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딱딱한 국문법 전공서적들에서 벗어나 말투라도 쉽게 고쳐서 적당히 재미난 그림들도 곁들여 가며 나름 애썼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글쓰기를 위한"이라는 사족이 읽어갈수록 무지하게 거슬리는 거다.

저자가 좋은 문형을 익혀서 좋은 문장을 쓰는 비결이라며 가르쳐준 방법을 들여다 보자.

" 좋은 문장을 쓰려면, 좋은 문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문형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좋은 문형을 많이 익히면 굳이 문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요. 

좋은 문형을 익히는 방법을 알려 줄까요?  먼저 서점에 가서 여러 사람(가능하면 유명 작가)의 단편소설이나 수필을 모아 놓은 책을 사서 죽 읽어 보세요.  막히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찾아 그 글의 작가가 누군지 확인합니다.  그 다음에 그 작가가 쓴 글을 구해 열심히 읽으면 됩니다.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도 좋고, 그 작가가 쓴 다른 글을 돌려 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그냥 죽 읽어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하루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시간만큼 이렇게 매일 하루도 빠지지 말고 100일 동안만 읽어 보세요.  그러면 그 작가와 같은 문형을 익힐 수 있을 거예요. "

자, 저자의 말대로라면 문법책 덮어 놓고 술술 잘 읽히는 책을 골라 백일 기도 하듯이 매일 읽어 나가는 게 좋은 글 쓰는 데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뿐이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도 그게 더 유리할 듯 싶다.   광고에도 나오지 않던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쓰는 거"라고.

"글쓰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보는 게 더 나을 듯 싶다.  순수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우리 말의 통사론과 형태론, 음운론을 되새겨본다는 데 더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다.  물론 국어국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겐 학교문법을 벗어나 더 다양한 학설들과 깊이있는 연구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데나 "글쓰기를 위한"이란 말을 붙여 논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2-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현혹되기 쉬운 게 또 인터넷서점 구매의 헛점인 것 같아요.

섬사이 2007-02-1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예요. 그래서 알라디너들의 서평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구요. 이 책이 아주 나빴던 건 아니예요. 우리나라 말의 문법을 재점검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주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