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작년 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름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암튼 작년 어느 날 뽀가 파란 돼지 저금통을 사들고 들어왔었다.
그 전에도 돈을 모으겠다고 저금통에 돈을 넣다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못참고 뜯어쓰던 녀석인지라,
나는 또 사들고 들어온 아들녀석 뽀에게
"저금통을 또 사왔어? 맨날 모은다 그러고 뜯어쓰고 그러면서 뭐하러 저금통을 또 사왔냐? 네가 그 저금통을 끝까지 꽉 채우면 내가 그 저금통에 모은 돈에 10%를 너한테 준다."
"정말? 정말이지, 엄마? 앗싸~!"
"치~ 네가 퍽이나 그 저금통을 다 채우겠다. 사고 싶은 게 생기면 못참고 뜯어 쓸게 뻔하구만."
"아니지~ 그 땐 엄마가 10% 준다는 얘기를 안했었잖아."
설마 했다.
늘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녀석이라 10%가 아니라 두배를 더 준다고 해도
못참고 뜯어쓸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녀석 봐라?
저금통에 동전은 안넣고 지폐만 넣기 시작했다.
10%를 위해서는 동전보다는 지폐만 모으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폐만 생겼다하면 저금통으로 직행이었다.
만원이 생기면 저금통에 넣으면서 "앗싸~ 천원 벌었다~!"하며 나를 힐끔 바라보면서 웃곤 했다.
겨울로 들어서자 아들 녀석의 돼지저금통이 피둥피둥 살이 올랐다.
" 뽀야, 저 저금통 이제 그만 잡자. 더 넣다가는 저금통 터지겠다." 했더니
이 녀석 하는 말이
"엄마, 설날 세배돈까지 넣고 나서 뜯을 거야. 10%가 어딘데~"
녀석에게 이렇게 지독한 면이 있었다니~
설날 받은 세배돈까지 몽땅 구겨 넣은 지난 월요일에 드디어 우리는 뽀의 돼지저금통을 잡았다.
거금 36만 5천원이라는 돈이 나왔고, 나는 10% 3만6천5백원을 줘야 했다.
"너 이 돈 가지고 뭐할 거야?"
"엄마, 내가 라리에또에서 스파게티 쏠게. 그리고 나머지는 저금해야지,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녀석, 기특하기도 하지.
"야, 거기 가서 우리가족 먹으려면 6만원이 넘어. 됐어! 엄마가 준 10%까지 더하면 40만 천5백원이니까,
천오백원은 너 맛있는 거 사먹고, 나머지는 다 저금하자.
이담에 너 초밥요리사 돼서 초밥전문점 차리려면 돈 많이 들어.
모았다가 그 때 써라."
우리 아들 금방 고개를 끄덕거린다.
주방칼도 좋은 걸 사야하고 시설도 잘 해놔야 하고 재료도 좋은 걸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나?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엄마, 나 돼지저금통 사다가 또 해도 돼? 또 하면 10% 또 줄거야?"
하하하하하하
이럴 땐 억울한 척,
아까운 척,
내가 정말 손해지만 아들인 네가 미래를 위해서 저금을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주는 척 하면서
허락해줘야 한다.
녀석, 무지 좋아한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큰 딸이 넌즈시 묻는다.
"엄마,,,,, 나도... 해도 돼?"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우리집엔 돼지 두 마리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이 엄마가 10%를 보태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는 걸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아이들은
" 야, 니들 왜 이렇게 돈을 빨리 모아? 니들이 돈을 빨리 많이 모을 수록 엄마는 손해보잖아."
하며 엄살떠는 엄마를 보면서 즐거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