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외고를 가고 싶단다.
1월 중순경 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겠단다.
외고에 합격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얻는 것들도 있을 거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려고 하다가도 그 모진 과정을 겪을 걸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3월부터 종합학원을 다니겠단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할까?
난 외고입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부랴부랴 특목고에 대한 책 한 두권을 읽었다.
그래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내가 너무 지니를 믿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가 겨우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곤,
"너무 힘들어지면 말해야 한다.
괜히 원형탈모증 같은 거 생길 때까지 참지 말고, 못견디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거야. "
큰아이는 원형탈모증이라는 얘기에 웃으며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가 선택했으니 그 과정도 결과도 아이에게 맡겨두어야 하건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단지
옆에서 격려하는 일,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다독여 주는 일,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는 일,,,
그 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