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외고를 가고 싶단다. 

1월 중순경 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겠단다.

외고에 합격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얻는 것들도 있을 거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려고 하다가도 그 모진 과정을 겪을 걸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3월부터 종합학원을 다니겠단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할까? 

난 외고입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부랴부랴  특목고에 대한 책 한 두권을 읽었다.

그래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내가 너무 지니를 믿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가 겨우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곤,

"너무 힘들어지면 말해야 한다. 

괜히 원형탈모증 같은 거 생길 때까지 참지 말고, 못견디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거야. "

큰아이는 원형탈모증이라는 얘기에 웃으며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가 선택했으니 그 과정도 결과도 아이에게 맡겨두어야 하건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단지

옆에서 격려하는 일,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다독여 주는 일,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는 일,,,

그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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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먼저 이런 결심을 했군요. 야무져 보입니다.
섬사이님이 하실 일도 많으시겠어요. 우리딸은 중2 되는데 아직은 아무 생각이
없나봐요. 진학이나 장래희망에 대한,,, 그날그날 열심히 공부하고 있긴 한데
아무려나 원하는 쪽으로 가게 하고 싶어요.^^

섬사이 2007-02-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야무지진 않아요. 만화를 좋아하고 팝송을 즐겨듣고 군것질을 좋아하고 아직 철없어 보이는 사춘기 여자아이죠. 엉뚱한 면도 있어서,,, 모르겠어요. 언제 또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저희 애도 이제 중2가 되니 님의 따님이랑 동갑이네요. 님의 말대로 아이가 원하는 쪽으로 가게 해야죠. 나쁜 쪽만 아니라면.. 6학년 올라가는 아들녀석 뽀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한답니다. 2학년 때 정한 장래희망인데 변하질 않네요.

2007-02-1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1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뽀도 대단할 걸요. 요즘 아이들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아이들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요. 방향 잡아 이끌어주기 어려운 아이들이죠. 뽀는 남자아이인데도 특별하네요. 4년간 변하지 않고 있으니. 잘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우리집 작은딸은 꿈이 여러 가지인데 변덕을 좀 부린답니다. ㅎㅎ

섬사이 2007-02-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저도 요즘 마음이 편하질 않아요. 외고 가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혹시 합격을 하더라도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결과를 떠나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가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기를 바랄 뿐이예요. 실패를 통해서도 틀림없이 깨닫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아직은 실패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는 어린 나이이니까, 자기가 원하는 여러길을 탐색해보고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 의미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어요. ^^

섬사이 2007-02-2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뽀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의 초밥요리사가 되는 게 뽀의 꿈인데 그 꿈을 꼭 이루길 아이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 뿐이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걸 보면 신기하단 생각도 들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지니가 외고 욕심을 내는 것도 정말 뜻밖이었고, 뽀가 요리사가 되고 싶단 말을 처음 꺼냈을 때도 좀 황당했었거든요. 님의 말씀대로 잘 이끌어줘야 하는데 가끔은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