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참 오랜만이구나.

큰아이 대학입시부터 최근 시아버님 입원과 수술까지, 뭐 정신이 좀 없긴 해도

발걸음을 뚝 끊을 만큼은 아니었는데.

 

뭔가를 쓰는 일이 내키지 않을 때도 있잖아.

막말로 내가 글쓰는 일로 밥벌어 먹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내 서재를 갑자기 낯선 남의 서재를 방문하듯 머쓱하게 찾아든건

겨울이 끝나는 걸 알아차린 탓인지도 몰라.

봄은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니까.

그래도 그 '다시 시작'을 굳이 서재로 시작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도

이렇게 바람나 나갔던 난봉꾼이 어쩌다 가끔 정신차리고 제집 찾아 돌아오듯 하는 건

나도 참, 무슨 희한한 일인지 몰라.

 

책도 별로 읽지 않았어.

막내 재울 때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그림책,

<교과서를 믿지 마라>, <사교육 다이어트>... 같은 부류의 책들 몇 권.

그게 전부였지.

리뷰를 써야 한다거나, 페이퍼에 올려야지,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햐~~ 이 책 괜찮다, 하는 그림책이 몇 권 있기는 했지만

그냥 막내랑 낄낄거리거나 슬프다, 무섭다, 놀랍다, 재밌다, 어떡해~ 하는 식의

짤막한 감상만 나누었지.

 

내가 사는 일상은 너무 평범해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

그러니 굳이 시시콜콜 이러니 저러니 늘어놓을 필요 없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기 보다

평범한 내 일상이라도 가끔은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니까.

그럴 땐 너, 서재 생각이 났어.

 

음... 어쩌면 좋은 현상인지도 모르겠어.

'열심히' 쓰지는 않아도 '편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쨌거나 너무 오래 버려둔 것 같아 미안.

봄이 곧 올 것 같으니까 적어도 흉가처럼 차갑게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사람 사는 온기라도 남겨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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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2-2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반가와요.
봄소식처럼 반가와요 ^^

섬사이 2012-02-23 11:15   좋아요 0 | URL
그리 반가워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꾸벅~

조선인 2012-02-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냥이 소식도 재미나고 무개념 소식도 흥미진진하고 섬사이님이 돌아와서 전 참 좋아요.

섬사이 2012-02-23 11:16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겨주시니 저도 참 좋아요.

다락방 2012-02-2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위해서라도 곧잘 들러주세요, 섬사이님!! 제가 여기서 섬사이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섬사이 2012-02-23 11:17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와락!)

순오기 2012-0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대체 얼마만이래요?
서재로 돌아와서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섬사이 2012-02-23 11:19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제 서재가 금세 따끈따끈해지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