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참 오랜만이구나.
큰아이 대학입시부터 최근 시아버님 입원과 수술까지, 뭐 정신이 좀 없긴 해도
발걸음을 뚝 끊을 만큼은 아니었는데.
뭔가를 쓰는 일이 내키지 않을 때도 있잖아.
막말로 내가 글쓰는 일로 밥벌어 먹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내 서재를 갑자기 낯선 남의 서재를 방문하듯 머쓱하게 찾아든건
겨울이 끝나는 걸 알아차린 탓인지도 몰라.
봄은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니까.
그래도 그 '다시 시작'을 굳이 서재로 시작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도
이렇게 바람나 나갔던 난봉꾼이 어쩌다 가끔 정신차리고 제집 찾아 돌아오듯 하는 건
나도 참, 무슨 희한한 일인지 몰라.
책도 별로 읽지 않았어.
막내 재울 때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그림책,
<교과서를 믿지 마라>, <사교육 다이어트>... 같은 부류의 책들 몇 권.
그게 전부였지.
리뷰를 써야 한다거나, 페이퍼에 올려야지,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햐~~ 이 책 괜찮다, 하는 그림책이 몇 권 있기는 했지만
그냥 막내랑 낄낄거리거나 슬프다, 무섭다, 놀랍다, 재밌다, 어떡해~ 하는 식의
짤막한 감상만 나누었지.
내가 사는 일상은 너무 평범해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
그러니 굳이 시시콜콜 이러니 저러니 늘어놓을 필요 없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기 보다
평범한 내 일상이라도 가끔은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니까.
그럴 땐 너, 서재 생각이 났어.
음... 어쩌면 좋은 현상인지도 모르겠어.
'열심히' 쓰지는 않아도 '편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쨌거나 너무 오래 버려둔 것 같아 미안.
봄이 곧 올 것 같으니까 적어도 흉가처럼 차갑게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사람 사는 온기라도 남겨둬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