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선생님과의 인문학 강의는 쉽지 않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지만 삼킬 수 있는 만큼만 삼키면서 듣고 있는 중이다. 어느새 다음 주 딱 한 강의만 남기고 있고, 그 강의가 끝나고 나면 영화강의를 듣게 된다.
박정수 선생님과의 강의에서 오히려 인상에 남은 것들은 선생님이 가꾸시는 놀이텃밭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유+너머 근처에 놀이터가 있는데 놀이터 공터에다가 텃밭을 일구고 계신다고 했다. 그것도 동네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텃밭이 아니라 매우 창의적인 텃밭을 가꾸신다고. 누군가가 버린 변기와 인형, 청바지 등이 활용되어 꾸며진 텃밭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변기에 수련을 심은 작품명, '마농의 샘'이다. 뒤샹의 '샘'이 떠오른다.
버려진 인형 안에 흙을 담아 씨앗을 심은 작품들이다. '채식불독', '뚜껑열린 스폰지 밥', '내 이름은 펠리콥터', 이름들이 다 재미있다. 이 이름들도 동네 아이들이 지어준 거라고.
청바지에 흙을 채워 가지라던가, 고추라던가... 를 심은 건데 이름이 '남자의 꿈'이었던가....
아무튼 참 재미난 작업들을 하며 지내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전 구청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철거명령을 내렸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골치아프니까 사전에 치우라고 했단다. 선생님은 경직된 관료주의를 보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하셨다.
그러나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었다고 난리를 친 것에 비하면 뭐,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선생님은 관재수가 붙었나 보다며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지난 번 G20 포스터 관련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으셨단다. 에구구구, 형이 너무 과하다 싶다. 조만간 확정판결이 있을 예정이지만 글쎄,, 선생님 말씀따나 훈방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너무 크게 만든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판결문엔가...(재판 절차를 잘 몰라서 암튼 검사인지 판사인지가) G20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행동이 '아이들의 꿈을 강탈'한 행위였다고 했단다. 거기에 '아이들의 꿈'을 왜 갖다 붙이는 건지..
박정수 선생님의 강의를 지금까지 네 번 들었을 뿐이니까, 난 그 분의 인간성이 어떤지, 삶의 자세가 어떤지, 뭐 그런 건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G20 포스터에 관한 사안은 정말 아니다, 싶다.
정말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