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들어서면서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주르륵 미끄럼을 탔다. 책욕심을 덜어내자고 늘 결심하다 무너지고 또 결심하다 무너지곤 했는데 드,디,어, 그 결심을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러다 또 아차! 하는 순간에 실버, 골드, 플래티넘까지 눈 깜빡할 사이에 초고속으로 올라갈 거라는 걸 알기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면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도서관 홈페이지로 가서 도서검색을 먼저 하고 있다. 신간이라 아직 도서관에 들어와 있지 않으면 희망도서신청을 해놓기도 하고. 어차피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거의 없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도 별 지장은 없다.
오늘까지 서평을 써야할 책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서평 책을 받고 약속을 어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서평을 쓰고 싶은 생각이 똑 떨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알라딘 서평단의 적지 않은 양의 서평들을 쓰느라 진을 다 뺐기 때문일까. 아니면 방학 기간이라 아이들 시중드느라 지쳤기 때문일까. 몇 번을 쓰려고 컴 앞에 앉았다가 한숨만 푹푹 쉬고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결국 오늘 쪽지를 보냈다. 죄송하다고, 서평을 쓸 수가 없었노라고, 주소를 알려주시면 책들을 다시 돌려 보내겠다고. 그 서평 카페에서는 한 달에 예닐곱 권의 책을 보내주고 서평을 완료하면 그래24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2만원을 주는데 이번엔 포기다. 2달 단위로 서평단을 뽑는 그 카페에서 난 다음 달 아예 서평단에서 제외될 운명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잘 쓸 필요 없다고, 그냥 대충 써서라도 약속은 지키자고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보아도 어디서 어떻게 꼬여서 그러는 건지 도무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참 난감하고 황당하다.
지난 토요일엔 남편이 거실등을 고쳤다. 오래 전부터 안정기가 고장난 거라 형광등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안정기를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미루고 미루더니 토요일에 지리산 쌍계사에서 새벽에 출발해 올라와서는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왜 하필이면 피곤한 날을 잡아서 손을 대는 건지. 안정기를 바꾸는 작업을 지켜 본 나의 소감은, 안정기를 바꾸느니 차라리 전등을 통째로 바꾸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거였다. 거실등을 완전히 뜯어내다시피 해서 끙끙 씨름을 하더니 저녁이 되기 바로 전에서야 일이 끝났다. 관리사무소 아저씨도 전기기사를 불러야 한다고 했던 일을 남편이 혼자서 끝내는 걸 보니, 한편으로는 '우리 남편 괜찮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음엔 전등을 아예 갈아버리자고 해야지.'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우리 딸들도 전기를 잘 다루고 손볼 줄 아는 남자와 결혼시켜야지, 하는 생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