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주풍 드레스를 골랐다.  처음엔 백설공주 드레스를 골라서 산타 할아버지께 "하버지, 백설공주 드레스 주세요~"했다.  그런데 어제 백설공주 드레스보다 훨씬 저렴한 황금빛 드레스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 보여줬더니 그걸로 바꾸고 싶단다.  오~ 땡큐.   무려 2만원 이상 싸다.   

요즘 장난감이 너무 비싸고, 비싼데도 막상 뜯어보면 부실하고, 아이는 금세 싫증을 내기 마련이어서 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즈음이 되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번에 좀 허접하긴 하지만 유빈이의 공주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드레스를 주문하고 나니까 장난감보다는 마음이 개운하다.  앞으로 때마다 주욱 드레스를 선물할까, 하는 생각도...  정리하기 좋고, 장남감보다 오래 갖고 놀 것 같고, 가격도 장난감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고..  특히 이번에 주문한 드레스는 2만원이 살짝 안 되는 착한 가격이다.  공주병 증세가 사라질 때까지 드레스 구매를 쭈욱 이어갈까..^^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는데 재채기 폭발!  비염 발작이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약을 3일 정도 안 먹었더니 코가 미,쳤,다.  눈도 가렵고 귓속도 가렵고, 재채기 연발에 콧물은...  아침부터 휴지를 끌어안고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어제 끓여둔 사골국에 김치 하나 내놓고 아침식사를 겨우 해결하고 약을 먹고 나니 좀 나아졌다. 비염은 고칠 수가 없다지만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면서 중간중간 코 풀고 손 씻고... 귀찮고 짜증난다.

명보는 아침에 요리학교로 요리 배우러 다녀왔다.  오늘의 메뉴는 우동과 돌솥알밥.  집에 돌아와서는 돌솥과 재료만 있으면 자기가 돌솥알밥을 만들어 주겠단다.  돌솥 안을 참기름으로 골고루 발라준 다음 밥을 넣고 단무지, 오이, 김치, 당근을 다져넣고 위에 날치알과 김가루, 무순을 올린다음 약한 불로 2분만 데워주면 끝이라나?  돌솥알밥이 그렇게 쉬운 요리였단 말이야?  알고 보니 시시하구나. 조리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돌솥의 분위기와 알록달록 빛깔 고운 고명들에 눈이 멀어 돌솥알밥을 적당히 괜찮은 요리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족이 즐겨 찾는 삼성동의 '고운님'이라는 음식점은 용서해주기로 했다.  나오는 반찬이 깔끔하고 정갈한 데다가 사장님도 무척 친절하시고, 돌솥밥도 '영양'돌솥밥으로 맛이 아주 좋다. (갑자기 웬 음식점 홍보??) 시험이 끝나고 나면 아들한테 돌솥알밥 해달라고 하자고 냄푠이랑 굳게 약속했다.  명보는 다음 놀토엔 마들렌을 만든다며 유진에게 같이 가자고 꼬시는 중이다.  아마도 마들렌을 만들 땐 집에 좀 싸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예전에 머핀을 만든 적이 있는데, 무려 20개도 넘게 싸와서 이웃들과도 나눠 먹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제발, 마들렌도 잔뜩 싸오기를!  

도서관 책고르미 엄마들이 올 한 해동안 했던 작업들이 작은 책으로 꾸려졌다. '책'이라기 보다는 '문집'(문집도 책은 책이지만)에 가깝다.  내 글로는 페이퍼에도 올렸었던 '공주'를 주제로 한 책들과 '아빠'에 관한 책들, 명보가 보았던 만화책들, 그리고 내가 반한 그림책들로 네 편이 실렸다. 막상 '책'의 모양을 갖추고 나온 것을 보니 좀 더 잘 할걸, 좀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아쉬움이 짙다.  아직 내공을 갖추지도 못했는데 게다가 경험도 없었으니 이 만큼 나온 것만도 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도서관 관장님과 선생님들이 열심히 밀고 끌어주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못했을 거다.  내년엔 또 어떤 작업을 이어가게 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 좀 해보자는데...겁이 좀 난다.    

12월 23일, 조니 뎁, 히스 레저, 주드 로가 나오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라는 영화가 개봉된다.  (캐스팅이 장난이 아니구나..)  큰딸과 나는 '저 영화 꼭 보러가자'고 굳게 맹세했다.  <스위니 토드>는 큰딸이 볼 나이가 안돼서 냄푠과 갔었는데, 이번엔 같이 갈 수 있을까?  (큰딸과 나는 조니뎁을 같이 좋아한다) 시험도 끝나고 방학도 다가오는 시기이니만큼 아마 친구들과 보러 갈 확률이 99%. 그럼 난 냄푠과 보러가야지.   

포스터

  

주말엔 아이들 교복, 셔츠, 체육복 등등을 빨래하는 게 일이다.  교복자켓은 홈드라이를 하고, 스커트와 바지, 조끼는 울빨래를 하고, 셔츠는 솔로 깃과 소매끝을 빡빡 문질러서 손빨래를 한다.  체육복은 세탁기에 돌리고...  그나마 큰딸 학교가 실내화를 쓰지 않고, 아들 학교는 삼선슬리퍼로 실내화를 대신하니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실내화까지 빨아대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다.  아이들 도시락을 싸주거나 교복을 빨아 다리거나 할 때 엄마 생각이 난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두 개씩 싸야했고, 교복은 물론 운동화와 실내화도 빨아야 했다.   그 때는 세탁기도 전자동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한쪽엔 세탁기가 다른 한쪽엔 탈수기가 따로 있었던 '백조 세탁기'였다.  결혼해서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마음 안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주말에 아이들 교복을 빨 때마다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 오늘 점심 설거지는 명보가, 저녁 설거지는 유진이가 해줬다.  남편은 커피를 타줬다.  아침에 비염만 빼면 흔치 않은 운수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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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에윤슬 2009-12-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쑥 죄송한데요, 저 공주옷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요? 우리 딸들도 저런 옷 무척 좋아해서요.

섬사이 2009-12-12 23:01   좋아요 0 | URL
죄송하긴요. 2001아울렛 인터넷 쇼핑몰이 있어요.
www.2001outlet.com 이요.
회원가입하니까 3만원 이상 구매시 2000원 할인 쿠폰을 줘서 요긴하게 잘 썼답니다. (4만원 이상 주문해야 배송료가 없어요.)
저 드레스도 정가는 39900원으로 되어있는데 할인해서 19900원을 하더라구요.

다락방 2009-12-1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섬사이님. 격하게 공감해요. 비염에 한해서 말이죠. 저는 늘상 달고사는 건 아닌데 환절기엔 거의 죽음이에요. 눈도 팅팅 붓고 눈물 콧물 다 나오죠. 이비인후과 가서 약 받아와 먹으면 좀 나아지던데 이게 약 먹고 나아지니깐 그것도 무서운거에요. 대체 이 약에는 뭐가 들어있길래 좀 나아지는거지? 완전 독한거 아닌가? 사람이 먹어도 되는걸까? 하는 쓸데없는 의심이 들어서 말이지요. 비염은 윽-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괴로움을 주죠.

신문이나 잡지 같은데에 끊임없이 비염에 좋다는 약이나 치료법이나 병원이 실리는 걸 보면 정말 완치할 수 없는 증상임에는 틀림없나봐요. 완치 되는거였다면 끊임없이 광고할 리가 없겠죠. 아, 저 정말 그 괴로움 너무 잘 알아요, 섬사이님. ㅜㅡ

섬사이 2009-12-13 22:55   좋아요 0 | URL
에고고고, 다락방님도 비염이군요.
이 지독한 비염 좀 말끔히 떼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끈질기게도 안 떨어지네요. 이비인후과에서도 그러던 걸요. 완치는 어렵고 증상이 심해지면 약을 먹는 수밖에 없다구요. 그냥 놔두면 코 속에 혹이 생길 수도 있고 코가 비뚤어질 수도 있대요. 정말 못된 비염이에욧!!!
면역력이 약해지면 더 심해질 수 있다네요.
그러니까 우리, 강하게 살아가기로 해요. 그까짓, 비염따위!!!하면서..

꿈꾸는섬 2009-12-1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레스 정말 예쁘네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겠어요.
비염은 정말 완치가 안되는건가요? 저흰 현준이가 알러지성 비염이라는데 약을 먹어도 효과가 거의 없이 1년내내 콧물을 달고 살아요.ㅠ.ㅠ

섬사이 2009-12-13 22:59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속상하시겠어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6살짜리 꼬마도 알러지성 비염이라고 하는데 한약을 꾸준히 먹더라구요. 6개월 이상 꾸준히 먹더니 많이 나아졌다고 하던데,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치료가 가능한 거 아닐까요?
어린 나이에 비염에 걸린 아이들이 평생 비염을 갖고 살아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해요. 분명히 현준이는 자라면서 코가 튼튼하고 건강해져서 꼭 나을 거예요. 꼭!!!

세실 2009-12-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도서관 있을땐 비염 달고 살았는데 책이랑 멀어지니 비염도 잠잠해 집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비염 뚝입니다. 헤헤~~~
드레스 가격 참 좋으네요. ㅎ

섬사이 2009-12-13 23:01   좋아요 0 | URL
그럼.. 혹시 저도 집에 있는 책들을 처분하면..
비염 뚝, 할 수 있을까요....
설마.. 아니겠죠? 끙...

세실 2009-12-19 10:10   좋아요 0 | URL
아이들 방에 책을 치우시는 것도 좋을듯.
책먼지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큰애 아토피땜에 병원갔더니 의사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아토피, 비염, 천식이 다 알러지로 인한 원인.
그래서 전 큰방을 도서관으로 만들고, 아이들 방엔 침대와 옷장만 두었습니다.

섬사이 2009-12-24 06:38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엔 옷장 정리를 한다든가 하면 심해지더라구요. 문짝이 달린 책장이면 좋은데, 요즘 문짝 달린 책장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있다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책을 아주 없애기는 힘들고, 더 늘어나지는 않게 잘 관리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