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송미술관 가는 도중에 성북동 어느 파출소 앞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비니.
집에서 들고 나온 쥬스를 마시며 사진 한 방 찰칵 찍었다.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환영하는 의미로 꼬리깃을 활짝 펼친 공작새. 비니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장본인. 근데 우아한 자태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깩깩거리는데 목소리가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었다.

공작새 우리 곁에 서있는 석탑이다.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데 세월의 오랜 흐름에 마모된 듯한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끌렸다.
미술관 뜰, 인위적으로 다듬거나 꾸미지 않고 조금은 제 멋대로인 듯, 자연스럽게 자라난 풀과 나무들을 배경으로 서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석탑 곁에 서 있던 조각물.. 뭔지 확인을 못했다는..
비니의 시선은 여전히 공작새에게 꽂혀있다.
참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움직이는 동물들을 좋아하고, 어른이 될 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물들과 좋은 경치에 더 끌린다.
이유가 뭘까? 풀과 나무, 좋은 경치의 내면에켜켜이 쌓인 시간의 겹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까?
미술관에서도 비니는 공작새에, 나는 미술관 뜰의 정취에, 지니는 그 중간 쯤에서 각자 자기가 좋은 것을 누렸다.

간송 미술관에
피어 있던 함박꽃.

전시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간송미술관의 매력은 '낡고 오래됨'에 있다.
그래서 스며들기에 부담이 없다.
세련되고 깔끔하고 화려한 것들을 뛰어넘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전시장 내부를 찍을 수는 없었고, 미술관 뜰에 놓인 그 낡고 오래된 특별함만을 올려본다.




어떤 장소가 친숙해지려면 어린왕자의 여우 말처럼 그 장소도 길들여야 한다.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길든다"는 표현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떤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과 나 사이에 어느정도의 영구성을 가진 특별한 감정이 생기려면 만남이 반복되어야 하고, 추억이 쌓여야 하고, 그 안에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헛말 말고~!!! 결론은 이거다. 다음에 다시 또 찾아야겠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