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
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는 외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 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
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
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
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
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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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소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사랑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건 분명 행복이다.
불행은 사랑이 사라지고 일상만 남는 거 아닐까?
사랑도 방바닥처럼 쓸고 닦아야 한다.
가끔씩 이불처럼 햇볕에 널고 바람도 쐬어주어야 한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혼자서도 해버릴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