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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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줄리언 반스의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열광을 하더구나. 그의 소설들이 그렇게 좋은가? 아빠는 그의 소설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어. 많은 이들이 왜 그렇게 좋아할까? 2011년 맨부커상 수상을 비롯하여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력이 있더구나. 아빠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그에게 맨부커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그의 대표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 이 소설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단다. 그것도 정작 이야기하거나 행동을 한 이는 금방 잊었는데, 그것을 당한 이는 크게 상처 받은 이야기.

아빠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가더구나.

1.

주인공 토니 웹스터는 고등학교 시절 콜린, 앨릭스와 절친이었어. 늘 셋이 붙어 다녔지. 그러다가 전학 온 에이드리언 핀이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4인방이 되었어. 에이드리언은 다른 이들과 달리 지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대학교에 진학을 했어. 에이드리언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을 했단다. 토니는 스무 살에 베로니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어. 첫사랑이었지. 여름 방학 때는 베로니카에 집에 가서 베로니카의 식구들과 지내기도 했고, 베로니카를 콜린, 엘릭스, 에이드리언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어. 사랑스러운 애인이 생겼으니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겠어. 베로니카가 자신의 오빠 잭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어.

토니는 베로니카와 2년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단다. 그런데 얼마 후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어. 자신이 베로니카와 사귀어도 되냐고 말이지화가 난 토니는 에이드리언에게 절교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어. 그렇게 첫사랑은 짧고 허무하고 끝나고 잊혀져 갔단다.

2.

베로니카와 헤어지고 나서 얼마 후 토니는 미국 여행을 한창 동안 다녀온 일이 있었어. 집에 돌아오자,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시간은 또 충격을 닳아 없어지게 만들었단다. 시간은 잘도 흘러 갔어. 토니는 마거릿을 만나 결혼을 했고, 수지라는 딸을 낳았어. 베로니카와 첫사랑은 그저 먼 과거 속에 한쪽도 안 되는 추억이 되었어.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을 때 그는 이혼을 하고 그 이후에는 줄곧 혼자 지냈단다. 이혼한 다음에도 수지의 아버지 역할은 충실해 했으며, 마거릿과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가끔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랬어. 부부 사이에서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시간은 잘도 흘러 육십 대, 머리 벗겨진 할아버지가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베로니카의 엄마인 포드 부인이 죽으면서 토니에게 500달러를 남겼으니 받아가라는 편지를 받았어. ?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 포드는 그가 베로니카의 집에 갔을 때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였는데.. , 그에게 500달러를 남겼을까.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어. 40여 년 전 에이드리안의 일기를 포드 부인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토니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거야. 그런데, 토니가 받은 것은 500달러뿐이었어. 토니는 궁금했어. 에이드리언이 왜 일기를 자신에게 전해주려고 했을까. 그리고 왜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베로니카도 아닌 포드 부인이 보관하고 있었을까.

토니는 베로니카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해 보려고 했지만, 토니의 연락을 받지 않았어. 법정 소송을 하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토니는 그저 궁금했던 거야. 베로니카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지만, 계속 무시를 했어. 그러다가 연락이 왔어.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토니와 베로니카는 40여 년 만에 만났어.

3.

베로니카는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차가웠어. 예전 그 모습이었지. 토니가 오랜 만에 만난 첫사랑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냉담한 분위기만 풍기던 베로니카.. 토니가 만나자고 했던 이유, 일기장을 전달해달라고 했어. 베로니카는 차가운 시선 그대로 유지한 채 일기장을 태워버렸다고 했어. 그래도 첫사랑이고, 세월이 한참 흘러서 황혼기에 다시 만났는데, 좀더 부드러운 분위기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웃음 한번 짓지 않고 차가운 시선만 보내다가 금방 자리를 일어났단다.

그런 만남이 두어 번 있었는데, 모두 비슷한 분위기였어. 왜 그럴까그리고 베로니카가 편지 하나를 전해주었어. 집에 와서 토니는 편지를 펴봤어. 아주 오랜 전에 토니가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였어. 하지만, 자신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편지였어. 에이드리언이 베로니카와 사귄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나서 보낸 편지 같은데, 토니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버림을 받아서 화가 난 상태에서 보낸 편지였으니 내용이 좋지는 않았겠지. 4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본 내용은 낯 뜨거울 정도의 내용이었어. 그들을 조롱하고 욕하는 것을 넘어서 저주의 말들을 쏘아붙였어. 이제 와서 미안해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베로니카가 토니를 데리고 어떤 보호소를 데리고 갔어. 그곳에는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한 어른이 한 명 있었는데, 누가 봐도 에이드리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에이드리안과 베로니카의 아들인 것 같았어. 그러나 정상이 아니고 지체 장애라니.. 토니는 다시 한번 자신이 썼던 편지 내용이 떠올랐어. 자신이 쏟아 부은 저주의 말이 씨가 된 것 같았거든.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어. 그 에이드리언의 아들의 엄마가 베로니카가 아닌 사라 포드였다는 거야. 진실을 알면 알수록 토니는 괴로워했고,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우발적으로 쓴 편지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했어. 진심으로 베로니카에게 사과를 해 보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러면서, 토니는 인생의 참 모습을 생각해 보았단다. 우리 인생은 고통이지, 그 고통 속에서 또 의미를 찾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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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흔치 않은 회한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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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참 덧없고, 세월은 참 빠른 것 같구나. 아빠도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로 후회하는 경우가 참 많단다. 혹시 아빠도 모르게 던진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 깊은 상처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인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 짧은 소설 속에 괜찮은 문장들도 많이 담겨 있었단다. 스토리를 쫓아가는 것 외에도 그의 문장 속에서 잠시 읽던 책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도 많아서 좋았단다. 예를 들어아래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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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그러나 시간이란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간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문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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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책의 끝 문장: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나는 시간이 구부러지고 접힌다거나, 평행우주 같은 다른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적인 얘길 하는 게 아니다. 그럴 리가, 나는 일상적인, 매일매일의, 우리가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를 보면 째깍째깍 찰칵찰칵 규칙적으로 흘러감을 확인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초침만큼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굳이 시간의 유연성을 깨닫고 싶다면, 약간의 여흥이나 고통만으로 충분하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학창시절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결코 그때가 그립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 P12

그렇다면 문제는, 수많은 것들이 걸린 그런 문제로 인한 손실에 어떻게 대처할까이다. 상처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또 그 상처는 우리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상처를 받아들여 중압감을 덜어보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상처받은 이들을 돕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이자,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다. - P81

젊을 때는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중년으로 보이고, 쉰 살을 넘은 이들은 골동품처럼 느껴진다.그리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 살 되지도 않는 나이차가 점차 풍화되어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내 경우는 그런 문제로 신경 쓰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 P107

마거릿은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남자들마다 끌리는 유형은 각기 다르다.

- P116

시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마흔은 아무것도 아니야. 쉰 살은 돼야 인생의 절정을 맛보는 거지. 예순은 새로운 마흔이야… 시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다. 객관적인 시간이 있다. 그리고 주관적인 시간도 있다. 가령 손목의 요골동맥 바로 옆에 시계의 앞면이 오도록 차는 경우, 이런 사적인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시간이며, 기억과 맺는 관계 속에서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묘한 일이 일어났을 때 – 새로운 기억이 느닷없이 나를 엄습했을 때 – 는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치 강물이 역류한 것 같았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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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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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많은 사람들이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고 재미있다고들 했어. 아빠 주변에 그 영화를본 이들이 모두 그 영화를 꼭 보라고 했지. 아빠는 그때까지 어벤져스 시리즈물을 거의 보지 않았단다. <아이언맨 1>을 오래 전에 집에서 DVD로 본 적이 있고, <토르 1>을 나폴리 포트만이 나온다는 이유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전부였던 것 같아.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봐야겠구나 싶었어. 너희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 볼 수 있는 나이가 안되었지만 보호자와 함께 가면 된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 전에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집에서 봐야겠다고 했어. 아빠가 혼자 <어벤져스 1>을 한번 봐 봤어. 너희들과 함께 봐도 될 수준인가 싶어서 말이야. 봐도 될 것 같아서, 너희들과 함께 집에서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보고 극장에서 막을 내릴 즈음에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를 같이 보러 갔잖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어벤져스 시리즈에 푹 빠져버렸지.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가오갤 등등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냐고 하면서도, 늦게 알게 된 덕분에 개봉일을 기다리지 않고, 종영된 드라마 보듯이 정주행으로 계속 봤잖아. 너희들은 배우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극중 스토리를 줄줄 외었잖아. 그리고 작년에 스탠 리 옹께서 돌아가셨을 때 슬퍼하기도 하고.. 작년 일년 동안 마블의 영화들을 몰아보고,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과 웅장하고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 어벤저스 엔드게임 그리고 스파이더 맨까지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위로는, 때로는 감동을 준 영화들이었던 것 같구나.

그 중심에 있던 인물 스탠 리. 전에 그가 한 인터뷰에서 그저 밥벌이로 생각해서 만들어낸 영웅들인데, 이렇게 사랑해주어 고맙다고 한 적이 있었어. 오히려 우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멋진 캐릭터들을 만들어주어서 말이야.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번 영화에 까메오로 출현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셨는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그런 재미가 사라지는 것인가.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으로 까메오로 출현하면서, 군대 안의 군인들을 보면서 싸우지들 말고 사랑을 하라고 한 그 대사가 마치 유언처럼 들리더구나. 영화 속 마지막 대사로써 의미도 있었고 말이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어. 그러던 중에 그에 관한 책 <더 마블 맨>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단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맞춰 출간을 한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어벤져스의 팬으로 읽어보았단다. 이 책을 통해서 스탠 리와 마블 코믹스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1.

스탠의 아버지 제이곱 리버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1905년 미국으로 이주를 했어. 당시 동유럽에서는 반유대 차별이 심해서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제이곱도 미국으로 왔어. 재단사로 일하면서 결혼도 했는데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어. 1922년 스탠리를 낳았어. (스탠 리의 원래 이름은 스탠리 리버였는데, 나중에 스탠 리로 바꾼 것이란다.) 경제 공황이 일어나면서 집안 형편은 더욱 안 좋아졌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부부 사이도 좋지 않았고.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스탠의 어린 시절.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돈벌이를 하였대. 수필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작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하는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 취업을 했대.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대표는 마틴 굿맨이었고, 사이먼과 커비 2인조 메인 작가가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구나. 스탠 리는 조수 역할을 했는데, 사이먼과 커비의 대표작 <캡틴 아메리카> 3편에 대한 스토리 작업을 스탠 리가 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 캡틴 아메리카가 그렇게 오래된 만화였구나.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경쟁사로는 디텍티브 코믹스였는데, 오늘날까지도 마블 코믹스의 경쟁사로 있는 DC 코믹스의 전신이었단다. 이미 디텍티브 코믹스의 히어로물 슈퍼맨이 빅히트를 치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만화산업이 많이 번성하게 되었단다. 스탠 리의 첫 번째 창작 만화는 <헤드라인 헌터 외부특파원>이라는 5쪽짜리 만화였다고 하는구나. 이때부터 필명으로 스탠 리를 사용했대.

메인 작가였던 사이먼과 커비가 퇴근 후에 몰래 DC 코믹스의 만화를 그리면서 돈을 벌곤 했는데, 사장한테 발각이 되어서 해고된 일이 벌어졌단다. 이 일 이후 만화부서 편집 책임자로 스탠 리가 선임되었어. 스탠 리가 인정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만화부서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해. 스탠은 메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가 되었어. 당시 분위기가 만화책이 인기를 끌던 시기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그런데 1950년대 들어서면서 국가 정책으로 만화를 억제하기 시작했어. 타임리 코믹스의 사장 마틴 굿맨은 그저 돈만 밝히던 이였기에, 이런 국가 정책에 발맞춰 직원들을 해고했단다. 다시 줄어든 인원으로 근근이 코믹스를 이끌어가는 스탠 리시간이 흐르면서 그도 매너리즘에도 빠지기도 했어. 그가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지금 하던 대로 하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만화를 따로 있었던 거야. 이때 아내의 조언이 있었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2.

그가 하고 싶은 만화는 인간적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것이었어. 당시까지 히어로라고 하면,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신비주의에 빠져서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이었어. 자신이 히어로라는 사실도 숨기며 은신처에 살고는 했지. 그런데 스탠 리는 그런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과 같은 영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회사 잘릴 각오를 하고 만든 캐릭터들이 바로판타스틱 4’였다고 하는구나. 우주 여행을 갔다가 방사능에 노출되었다가 영웅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 만화는 스탠 리를 회사에서 짤리게 만든 영화가 아닌, 대박이 된 만화가 되었단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팬레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어. 나중에판타스틱 4’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아빠는 이 영화는 보지는 못해서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몰라.

‘판타스틱 4’가 히트를 치면서 그는 자신감을 얻고 자신만의 영웅들,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만화를 잇달아 만들어냈어. 그 때 나온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단다. 그가 만들어내는 영웅들은 DC 코믹스에서 만들어내는 영웅들과 달랐어. 좀더 인간적이고, 평범해 보이고, 유색 인종들도 있었어. 동양계 영웅인 상치와 흑인 영웅인 블랙 팬서까지…. 그리고 배경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뉴욕처럼 주변의 도시였어. 고담 같은 신비의 도시가 아니고.. 1960년대 그는 수많은 영웅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이 오늘날까지 인기를 끄는 캐릭터가 된 거야. 헐크, 아이언맨,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등등 모두 그 시절 스탠이 만들어낸 히어로들이란다.

그는 코믹스 잡지에 만화가들과 편집자의 일상을 글로 적었어. 팬들에게 그 글들을 읽으면서 편집자와 작가들과 더 가까움을 느꼈지. 그렇게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스탠은 알고 있었어. 팬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았던 것 같아. 그와 함께 일한 이들이 스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탠 같은 분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싶더구나. 회사 생활을 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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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그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아주 열성적으로 도전하도록 만들었어요.” 스탠과 커비 모두와 함께 일했던 작가 마크 에바니어가 말했다. “직원들은 간혹 편집자들을 대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만, 스탠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머스도 스탠에 이어서 직원들에게 지지를 얻었지만, 한 달에 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출판 일정은 여전히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었다. “스탠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때 발휘하던 힘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머스가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스탠과 가까이 지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편안했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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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70년대가 되면서 텔레비전이 급속도로 보급이 되고, 만화들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 마블의 만화들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스탠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진 영상에 분노하기도 했대.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블 코믹스는 여러 회사에 인수되면서 부침을 겪게 되었고, 스탠은 자신의 만화들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 그래서 집도 뉴욕에서 LA로 이사를 왔다고 했단다. 할리우드와 가까이 있으니까 말이야.

스탠은 현재의 안정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선도적인 길을 가는 경우도 많았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그의 두뇌와 영혼은 시대를 이끌어갔어. 그의 나이 이미 칠십이 넘었던 1990년 후반에는 인터넷의 장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넷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어. 그런 감각도 사기꾼을 감지 못했는지, 희대의 사기꾼을 만나 그가 만든 인터넷 미디어 회사 SLM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그의 나이 팔십을 바라보고 이런 실패를 겪고 나면 당연히 은퇴를 생각했을 텐데, 그에게는 아직 꿈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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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SLM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경력이 끝나기 일보 직전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스탠은 자기만의 슈퍼히어로 체인점을 갖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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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가 되어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며, 마블의 명예회장이 되기도 했어. 그리고 그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그가 만든 영웅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영화들에 직접 까메오로 출현했어.

그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잘 설명하는 한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열정’이 아닐까 싶구나. 그는 한 평생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너희들도 무슨 일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스탠, 히어로들 좀 많이 만들어. 장사가 될 것 같아.” 타임리 코믹스(미국 만화책 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전신으로, 1939년에 설립되었다옮긴이)의 출판인 마틴 굿맨이 편집자 스탠 리를 닦달했다.

책의 끝 문장: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스탠 리는 당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탠은 이야기 시작부터 독자들과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한다. 만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들을 "내복 입은 캐릭터들"이라고 부프며 그런 캐릭터는 "흔해 빠졌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금은…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스탠은 이미 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구별되는 스파이더맨의 분위기와 배경이 형성되었다. 그의 익살스러운 말투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 히어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강조해주었다. - P189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스탠은 신뢰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일하며 마블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이끌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일부러 그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블 특유의 작업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를 들어, 스탠은 만화책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 조지 투스카의 유려한 작품들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곧 투스카의 그림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데어데블>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진 콜런은 이렇게 말했다. "스탬은 항상 (투스카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그렇게 그리기를 바랐습니다." 스탬은 이러한 관리 방식으로 마블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알려주어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 P224

이 특별한 <스파이더맨>을 출판함으로써 스탠은 코믹스 코드를 현대문제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만화를 작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던 DC 코믹스를 마블이 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DC의 편집장 카민 인판티노는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마블을 매도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만화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특히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P277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그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로 내 모습이었다. … 그들 하나하나가 나와 같았다. … (하지만) 특히 스파이더맨의 삶은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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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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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과학과 수학에 관련된 교양서적을 좋아하는 편이야. 학창 시절 때도 수학과 과학이라는 과목에 흥미가 있었어.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빠는 수학이 나쁘지 않았어. 대학에 들어갈 때 수학과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좀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단다. 학창 시절 나쁘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수학에 대한 교양 서적이 있으면 눈길이 가더구나. 그래서 김민형이라는 분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읽은 거야.

김민형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약자 소개를 보니 대단한 사람이더구나. 옥스퍼드대학교 머튼 칼리지 교수이면서, 서울고등과학원의 석학교수더구나. 저자 소개란에, “김민형 교수는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된 산술대수 기하학의 고전적인 난제를 위상수학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여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한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는 그를 두고 3천 년간이나 수와 수체계의 이론을 연구해왔지만 실제 탄생한 이론은 많지 않다. 누군가 진짜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작업을 해낼 때마다 큰 사건이 된다. 김민형이 그 일을 실제로 해냈다고 평했다.”라는 말이 있더구나. 이 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위상수학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대단해 보이는구나. 예전에 읽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통해 그 문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고 있거든. 책들도 많이 적으셨네.

.

1.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수학이란 무엇인가수학이란 왜 필요한가를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한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먼저 역사를 바꾼 수학적 발견 세 가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단다.

그 첫번째가 수학자 페르마의 이름을 딴 페르마의 원리라는 것이야. 이것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어. 빛은 시간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는 뜻빛이 직진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할 때 다른 물질을 만나게 되면 굴절을 되거든. 왜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하게 될 때 굴절을 하게 될까. 빛이 최단 거리를 가야 한다면 굴절을 하면 안되거든. 빛이 굴절하는 이유는 최소의 시간을 이용해서 통과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최단 거리가 아니고, 최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마치 바닷가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해안구조대원이 달려갈 때 최단거리가 아닌,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 ,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리를 짧게 가기 위해 달려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 그 전까지 빛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 굴절의 경우 설명이 안 되었는데, 페르마는 빛이 최소 시간의 경로로 움직인다는 것을 정리한 것이야. 생각의 전환이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구나.

두번째 수학적 발견은 뉴턴의 운동의 법칙과 중력이란다. 그러면서 뉴턴의 위대한 책 <프린키피아>의 책이 여러 번 소개되었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책의 내용들의 오류가 조심씩 생겼지만, 당대에는 놀라운 책이었단다.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운동들을 설명하고 있었어. 수학적인 공식을 이용한 과학으로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수학적 발견은 데카르트의 좌표의 발견이란다. 철학자로도 유명하지만 수학자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긴 데카르트. 그 중에 어떤 위치를 x축과 y축으로 표기할 수 있는 좌표의 발견이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어. 많은 과학과 수학의 설명이 좌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구나.

.

2.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

=====================

(107)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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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숫자로 하는 것만이 아니란다. 이런 수학적 사고가 사회에 적용할 수도 있어. 정답이 없다고 좋아. 비슷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학문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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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라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근사(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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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도 수학적 사고가 적용될 수 있어.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1등만 유효한 선거인데, 그것이 모든 이들의 대표성을 띨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을 해주는데, 재미있더구나. 그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선거 제도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한 표 차이여도, 그것이 50퍼센트도 지지를 받지 못해도, 일등만 되면 당선되는 선거 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다. 수학적인 방법으로 조금만 생각하면 좀더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설명해 주었어.

….

짝짓기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었단다.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게끔, 즉 안정적으로 짝을 지을 수 있을까. 이것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대. 수학자인 데이비드 게일과 경제학자인 로이드 섀플리란 사람들이 만든 방법인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안정적인 짝짓기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어.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컴퓨터 알고리즘에도 이용이 되었고, 이것으로 201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게일-섀일러 알고리즘은 아빠가 다시 설명하는 것보다 너희들이 나중에 책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3.

수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수학자가 오일러라는 과학자가 아닐까 싶구나. 이번에도 오일러의 수를 설명하면서 오일러가 나왔어. 다각형의 도형이나 입체 도형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그 도형에서 면의 수에서 선의 수를 빼고 다시 점의 수를 더한 값을 오일러의 수라고 하는데, 같은 위상인 경우는 늘 같은 수를 가진다고 하는구나. 도대체 이런 발견은 어떻게 하는지 신기하구나.

수학을 좀 깊이 공부하면 위상수학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는데, 위상수학이란, 모양을 공부하는 수학의 분야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으로, , , 삼각면 등 간단한 형태들을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는 모양들을 기호화하는 것이라고 했어. 같은 위상이라는 것은 선을 끊거나, 면을 자르거나, 구멍의 개수를 변화시키지 않고 변형을 시킬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 좀 말이 어렵지? 쉽게 이야기하면 찰흙 반죽을 이용하여 모양을 바꾸되, 표면을 터뜨리거나 구멍을 내지 않게 바꿔서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위상이라고 하는 거야. , , 정육면체, 삼각뿔, 원통 등은 같은 위상이지만, 도넛 모양은 위상이 다른 것이 되는 거야. 구멍 뚫린 손잡이가 있는 컵이 도넛과 같은 위상이 되는 것이고 말이야. 이런 위상수학도 과학, 경제학 등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너희들도 이제 수학이라는 것을 공부하잖아. 두 자리 수 곱하기도 하고, 셈뿐만 아니라 도형도 공부를 하는데, 앞으로 다양한 수학의 분야를 공부하게 될 거야. 수학이 힘들 때도 있지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의 쾌감을 너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원한다면 아빠도 너희들의 교과서를 보면서 함께 다시 연필을 긁적였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수학은 발전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수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생긴 거죠.


그렇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39

이 ‘공리’라는 단어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공리적인 사고체계입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기하학에 대한 5개 공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공리만 이용해서 여러 가지 증명을 전개했습니다. 가정과 공리만 사용해서 결론을 이끌어낸 이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 P77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기억나나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더 탐구하게 되고, 생각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수학이 이제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겁니다. - P265

알파벳 다섯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아무 제약 조건도 주지 않고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26^5개, 약 120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미 있는 다섯 글자 영어 단어는 희한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약 1만 5,000개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알파벳 3개 글자를 효율적으로 써서 26^3=17,576개의 단어를 만들면 될 것을, 5개의 글자로 왜 1만 5,000개 단어밖에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다섯 글자 영어 단어에 들어 있는 정보율은 약 5분의 3입니다. 의미 있는 단어는 1만 5,000개밖에 안 되는데, 다섯 글자나 쓰는 낭비를 ‘정보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단어의 길이를 늘려서 쓰게 된 데는 인간의 언어가 자연적으로 정보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것이 중요한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어 자체도 방금 이야기한 오류의 관측과 정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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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2-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들 머리 터지겠어요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외국 배우 중에 톰 행크스라는 사람이 있단다. 탐 행스라고 해야 원래 이름 발음과 더 비슷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톰 행크스로 부르고 있어. 아빠가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아마 <>이라는 영화일 거야. 그리고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바로 <프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였단다. 군대 휴가 나왔다가 군 동료랑 극장에서 본 것으로 기억되는데, 너무 재미 있어서, 그 이후에도 몇 번을 더 본 것 같구나. 그 영화로 톰 행크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되어 이 이후 그가 출현한 영화들을 참 많이 봤단다. <아폴로 13>, <캐스트 어웨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등 생각나는 영화들만 해도 엄청 많더구나. 일일이 다 적지 못할 만큼 그의 많은 영화들을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재미있었어. 아빠가 본 그의 영화들 중에는 소위 폭망한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 아빠가 안 본 그의 영화들 중에서는 재미없는 영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톰 행크스가 소설을 썼다고? 작년에 신간 코너에서 그의 소설집을 알게 되었단다. 미루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모두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있어. 책 날개에 작가 소개를 읽어보았는데, 톰 행크스는 타자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모은 타자기가 100개도 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 타자기가 많이 등장했단다. 타자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타자기가 등장을 한 것이 지은이 톰 행크스의 타자기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어.

1.

문득, 아빠도 타자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단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 친구네 집에서 본 타자기를 보고 나서 어찌나 갖고 싶었던지..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나. 컴퓨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리고 타자기로 탁탁 두들기면서 쓰는 맛은 여전할 것 같구나. 아직도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키보드 자판을 두들길 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보다 탁탁 소리가 나고 누르는 느낌도 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즐거움을 주어 컴퓨터 키보드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잖아. 우리집도… ^^

이 책을 읽고 나서 혹시 타자기를 살수 있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단다. 사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전자식 말고 기계식 타자기. , 신형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중고가 좀 있고,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은 장식용이구나. 이 정도면 멸종되었다고 봐도 되겠구나. 그냥 컴퓨터 키보드로 두들기는 것으로백스페이스도 있고 좋구나.

2.

지은이 톰 행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모두 17편이었어. 대서사가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사랑 이야기가 있었고, 옛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있었고, 미래를 오가고, 시간을 오가는 공상 과학 이야기가 있었단다. 아빠가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줄거리를 금방 까먹기 때문에 메모를 하면서 읽곤 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해서 앞부분 두어 편만 간단히 메모를 해 놓았어. 책을 덮고 줄거리 잊기 전에 적어놔야지, 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조금이라도 적어놓아야 너희들한테 이야기할 때 정확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든..

그런데, 그걸 하지 못하고 책을 덮은 지 꽤 시간이 지나간 것 같구나. 차례에 있는 제목을 보면 각각 어떤 이야기였는지 대충 생각나지만 그 줄거리들이 정확하지 않아서 너희들에 이야기할 수준은 안 되는구나. 그리고 17, “행크 피셋과 함께하는 우리 동네 소식” 4편을 빼더라도 13편이나 되는 소설들을 다 이야기하기에는, 아빠가 부지런을 떨 수가 없을 것 같아 줄거리는 안 적는 걸로

다만, 그의 17편 단편 소설들을 한 마디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잔잔하고, 가끔 유머도 넘치고, 사랑이 담겨 있고,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읽고 나면 마음에 평온해지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들더라. 그가 많은 영화에 출현을 하고, 또 영화를 만들면서 그 영화들의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런 소설들을 생각해낸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어떤 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가 출현한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어.

….

그가 앞으로도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도 계속 써 갈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또 출간을 한다면 아빠도 또 그의 소설을 읽을 생각이란다. 그때는 줄거리를 잘 메모해서 더 자세히 알려줄게.

PS:

책의 첫 문장: 애나는 엠데시에게 뜻깊은 선물을 고르려면 앤틱 웨어하우스만한 데가 없다고 했다.

책의 끝 문장: 공은 윤기 나는 마룻바닥 위를 길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휘어져, 1번과 3번 필 사이에 있는 공간을 향해 굴러갔다. 스트라이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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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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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장영희님께서 돌아가신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단다. 아빠가 장영희님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장영희님 책 중에 읽지 않은 책을 보게 되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단다.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5월에 읽었는데,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구나. 이 책은 꼭 5월에 읽고 싶었어. 5월에 읽은 이유는 장영희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5월이고, 그런 장영희님을 그리면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장영희님의 글은 풋풋한 봄 향기 같은 글들이라서, 5월에 읽으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1.

장영희님의 글이 좋은 이유는 먼저 사랑이 있단다. 사랑이라는 것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장영희님이 이야기하시는 사랑은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많단다. 그래서 그 젊음을 회상할 수 있게 해서 좋단다. 장영희님의 마음만은 늘 청춘이고 젊음이었지. 사랑에 대해 어찌 그리 아름답게 표현을 하시는지

======================

(15)

사랑이란 느릿느릿 들어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아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힘들고 거추장스러우니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해도 바보같이 못 알아듣고 꿈쩍도 않습니다.

======================

그리고 장영희님의 글이 좋은 이유는 문학이 있어서 좋단다. 아빠가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어렵긴 하지만 고전 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한단다. 장영희님께서 그런 문학 작품들을 추천해 주어 좋았어. 그리고 그런 문학 작품들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어. 가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어려운 고전도 있는데, 장영희님이 추천해주는 고전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것들이라 그런지 일단 재미가 보장된 고전들이었어. 폭풍의 언덕이라든가, 위대한 개츠비라든가…,  장영희님은 생전에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이야기한다고 하셨어. 그만큼 문학을 무척 사랑했던 분이셨지. 아빠도 문학을 사랑해.^^

..

그리고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의 또 다른 축 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어. 좋은 시도 추천해주고,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글로 남기시곤 했어. 아빠는 사실 시 읽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란다. 그러나 장영희님이 소개해주는 시들은 모두 좋았어.. 때론 감동을 받기도 했단다. 이 책에 실린 시들 중에도 음주가라는 시가 마음에 와닿더구나. 짧기도 하고, 술에 관해 이렇게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시의 힘은 대단하구나.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술 생각이 나는구나. 하하.

======================

(66-67)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이츠의 시가 한 편 있는데요, 그 시의 제목은 ‘A Drinking Song’입니다. 우리말로 음주가라고 번역합니다.

음주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영시 중에 한 편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 가장 많이 외워 오는 시입니다. 짧아서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도 어필하는 시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며 술 한잔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

장영희님은 젊은이들에게 설파를 한단다. 사랑을 하라고아빠는 비록 젊음을 과거에 두고 왔지만, 장영희님의 말에 따르고 싶구나. 장영희님이 이야기하신 사랑은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거든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라.

삶이 끝날 때까지 말이야.

======================

(157)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

2.  

이 책에 실린 장영희님의 글은 사실 새로운 글들은 별로 없단다. 대부분이 장영희님의 다른 책에 실린 글들 같았어. 아빠도 읽으면서 어디선가 본 글들이 많았거든. 그래도 좋았어. 좋은 글들은 몇 번이고 봐도 좋으니까 말이야. 아래 글도 전에 어디선가 본 글 같았는데, 또 봐도 좋더구나. 특히 아빠도 이제 너희들에게 든든하고 싶은 아빠가 되었잖니. 아래 글은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보여주고 싶더구나. 힘이 불끈불끈 솟게 하는 글이로구나.

======================

(122-123)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작자 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있습니다.

.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날 때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혼자 마음껏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는 매일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란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나 보다매일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격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아들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바라면서도아니,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고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부자 아빠가 못되어 큰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봄가을을 오고 가지만 아버지 마음은 가을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한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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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오늘은 연애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 볼까 합니다.

책의 끝 문장: 무덤덤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찬란한 섬광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는 삶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고전학자이자 시인인 A.E. 하우스먼은 시(詩)란 ‘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를 얻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겪듯, 시인의 고뇌와 아픔 속에서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예이츠의 경우는 짝사랑이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 P58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아버지 에드워드가 묻습니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 P126

사랑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 –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해도 항상 의식의 언저리에 있는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대단한 영혼의 에너지를 요한다. - P148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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