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해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1의 키워드는 TWO RABBITS 였다고 한다.

 열개의 알파벳

 열개의 키워드.

 

지난 해의 키워드 TWO RABBITS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라는 말이란다. 

 그 이유는 독자들이 적은 투자로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였단다.

 

올해의 트렌드는 DRAGON BALL.

 역시 열개의 알파벳

 그리고 역시 열개의 키워드다.

 

지난 해와는 달리 올해는 매우 모순된 두 마리의 토끼 혹은 그 이상을 잡아내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 세계적으로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굵직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북한의 거취 문제와 국제 사회의 불안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자칫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 DRAGON BALL이다.

 올해는 임진년. 임은 검은 색을 의미하고 진은 용을 의미해 합하여 흑룡의 해란다.

 용이라는 존재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가 '임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우리 역사에서 보듯 흑룡의 해에 국운의 갈림길이 될지도 모를 중요한 선거가 겹쳐있다는 것은 어딘가 의미심장하다.

 더하여 용은 비바람과 변화를 부른다고하여 세계적, 사회적으로 격변이 일 수 밖에 없는 2012년에 더 없이 딱!인 아이콘이다.

 

책 속에서도 몇번이나 이야기하지만 드래곤 볼. 하면 손오공 일곱개의 구슬 그리고 소원이 떠오른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지배하는 자가 소원을 이룬다.

 간단히 말하면 올해는 그런 해가 될 것이란다.

 

그러면서 꺼내놓는 키워드가 다음의 열가지다.

 D Deliver true heart : 진정성을 전하라

 R Rawganic fever : 이제는 로가닉 시대

 A Attention! Please : 주목 경제가 뜬다

 G Give'em personalities :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O Over the generation : 세대 공감 대한민국

 N Neo-Minorism : 마이너, 세상 밖으로

 B Blank of my life : 스위치를 꺼라

 A All by myself society : 자생 자발 자족

 L Let's 'plan B' : 차선, 최선이 되다

 L Lessen your risk : 위기를 관리하라

 

책 속에서는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경향의 설명과 함께 그 경향들이 시사하는 바를 찬찬히 짚어주고 있다.

 

실상, 현재의 유행조차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기 싫어 너는 너 갈길을 가렴, 나는 내 갈 길을 갈테니. 하고 돌아 앉아있는 내게 아직 닥치지 않은 트렌드를 일러준대도 얼마나 대비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내 솔직한 감상이다.

 

거기에 벼락치기로 몰아넣는다고 한꺼번에 다 들어가주지 않는 용량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기에 아직 생소하기만 한 용어들을 따라가느라 요즘 젊은이가 아닌 축에 드는 난 숨도 좀 헐떡이게 되고, 땀도 흘려야 했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텐가? 라는 물음이 내게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트렌드를 알고서 나의 길을 가는 것과 아무 것도 모르고서 그저 가는 것의 차이를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

 일단은 알고 볼 일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위기의식이 세상에 만연한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고서는 살아남기 힘듦을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나를 불러준 이 책에 조금은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본다.

 

열개의 키워드는 각각 앞으로 현실이 될 확률이 높은 소비와 발전의 트렌드를 짚어가고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깨달았겠지만 이미 그 흐름은 시작되었다.

 

트렌드라는 것은 독립된 분절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굳이 표현하자면 대나무의 마디와 닮았다.

 각각의 마디는 분리되어 있지만 하나로 통한다.

 막혀있는 듯 보이는 대나무의 마디에도 멈추지 않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난 해의 경향에서 파생된 형태를 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따금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블랙 스완이라고 한단다.

 백조라면 흰 백조 밖에 없는 것으로 알던 시절 느닷없이 발견된 검은 백조는 그야말로 놀람을 넘어 재앙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경제에 있어 예측 불가능한 문제는 분명 엄청난 재앙임에 틀림 없다.

 

2012년은 특별히 불안 요소가 많다고 몇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국내의 선거 뿐 아니라 해외의 60여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고 한다.

 거기에 북한의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되는 강성대국.

 이러한 복함적인 외부요소가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열가지 트렌드를 늘어놓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소통'과 '자아 확립'

 

이미 소통은 부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경제와 사회 학문의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분야의 통섭.

 나날이 커져가는 개인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책임.

 경제는 발전하지만 행복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

 표현의 수단이 늘어났지만 되려 단절이 심해져가는 극단적 경향들.

 

이 모든 것이 요구하는 것은 '확고히 확립된 자아' 와 '원활한 소통'일 것이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미래를 예상해보는 것도 결국 행복하자고 하는 일일 것이다.

 나를 표현하겠다고 나를 잃어버려서는 '언어도단' 말도 안된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이 책의 내용들이 전부 와닿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전부 살에 닿듯 느껴진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드래곤 볼을 잡아 소원을 이루라고 하지만, 결국 난 내가 해오던 것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그렇다.

 

처음에 적었듯 모르고 끌려가고 싶지 않아 어떤 예측이 나와있는가 알기나하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어느정도 납득했다.

 친절하지 않아서일까?

 혹은 너무 방대한 주제를 짧은 시간에 다뤘기 때문이었을까?

 좋은 말, 맞는 말이긴 한데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예측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역시 말했었지만 흐름은 계속 된다.

 그야말로 돌발상황인 '블랙 스완'이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IMF도 현명하게 잘 넘어왔다.

 무슨 파동이니 무슨 사태니 하는 것들도 모두 넘어왔다.

 책의 마무리 짓는 말처럼 우리 나라는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으리라.

 

막힌듯 통하고 부러질듯 휘었다 일어서서 하늘에 닿을 듯 뻗어가는 대나무의 사시사철 푸르름을 닮는 해가 되어야겠다.

 미안해 흑룡. 내게 넌 대나무를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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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게 말하는 사람 속터지게 말하는 사람 - 단 한마디의 말로 적을 쿨하게 제압하는 통쾌 대화법
김옥림 지음 / 팬덤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마음 편할까?

 가끔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 만큼 말을 안할 수는 없고 하다보면 속이 터진다 터져! 아주 팍팍 터지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터진 속이 너덜거릴 지경이 되어도 그들과의 대화는 계속되어야한다.

 그렇다면 이 전쟁같은 대화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있단다.

 그들과도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표지를 보고 프롤로그를 이해할 수 있으면 다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만큼 쉽게 쓰여져 있다.

 뭐, 쉽게 쓰여진 만큼 깊이있는 대화 요령을 원했던 이들에겐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학생들을 위한 저작이 많은데 그런 영향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았다.

 

"상대를 이기는 대화가 아니라 통하는 대화", "막말이 아닌 통하는 말"

 

간단하고 명료하게 소통의 단절과 갈등을 유발하는 대화 유형을 이야기하고 그 유형에 맞춰 통하는 대화를 할 수있게 되는 요령을 적어두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화법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고 있어 식상할 수도 있고, 제시되는 예시의 해석이 비교적 자의적이라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굳이 태클 걸필요 있어? 라며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마인드로 읽어 넘겼다.

 

그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역시 유머가 첨가된 대화다.

 유머란 긴장을 해소해주고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며 어색함을 희석시켜주는 이른바 대화의 묘약이 될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뭐, 아쉬운 점은 내게 유머감각이 그다지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일종의 결핍감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다만 그 노력이 가끔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머란 여유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유머를 건넬 수 있는 사람, 유머를 유머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늘 경계하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머는 오히려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럴 땐 웃지도 못하고 울 수도 없고 곤란하기만 하다.

 

자기는 화끈하게 말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막말을 하고 있을 뿐인 경우도 많다.

 정말 '이런이런' 이다.

 

자신과 이야기하는 상대가 늘 화를 내는 것으로 대화가 끝난다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국 "너랑은 말이 안통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호감을 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면 잠깐만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혹시 누가 알겠나? 내게 딱! 인 대화법을 발견할지.

 

대화는 서로의 소통이다.

 그리고 대화의 기술은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내겐 소통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배우고 알아야 할 것도 신경쓰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세상과 통하고 싶다.

 그 세상 속 사람과 통하고 싶다.

 

그래서 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난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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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그녀를 헌책방에서 만났다. 

 별로 절망하고 있던 날도 아니었고 슬픔에 절어있던 시간도 아니었고 허무와 공허에 몸부림 치던 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말은 너무나 깊숙히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본문의 발췌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239쪽-240쪽

 

지금이 바로 출발점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우리 자신을 훈련하는 터전이다

실패도 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

살아 있음이 흥겨운 훈련장이다

지금 이 행복을 기뻐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행복해지랴

이 기쁨을 발판 삼아 온 힘으로 나아가자

 

나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

지금 여기서 노력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노력하랴

 

교토대선원(京都大仙院) 오제키소엔(尾關宗園)

 

인생과 삶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같아 온 마음으로 공감하고 만다.

 거기에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고 여겨져 발췌했다.

 

최근들어 어쩐지 갑작스럽게 학원폭력이니 청소년 자살문제니하는 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어버렸다.

 일진이 있었고 심지어 전설의 칠공주파까지 실존했던 중학교를 다닌 내겐 "세상에!"란 놀람은 없고 "뭘 이제서야 놀란척 호들갑?"하는 냉소만 흘릴 밖에 다른 수가 없는 실태다.

 

소위 "삥" 한번 안뜯기고 보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다.

 가장 위험하고 경계해야 하는 대상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과 '골목'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좀 노는' '언니'들과 언제 봤다고 무척 친근히 어깨동무를 걸쳐오는 '형'들.

그들에의 반항이 아닌 타협은 그 날들엔 '숙명'이었지 '선택'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지만 말이다.

 

쉬쉬하며 모른척하고 외면하면서 덮어두기를 반복하다보니 이제 더는 숨길 수 없을만큼 곪아터진 상처가 세상에 드러난 것 뿐이다.

 알고 있었다. 그런 현실이 어딘가 계속 존재함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확실히 알고 있다해도 단지 알고 있는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안다.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괴롭힘'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경우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아니 아니다. 결국 모든 경우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져버렸다.

 

이 책의 저자인 오히라 미쓰요씨는 그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절망적이고 극단적 선택인 '자살'을 시도했던 이력과 한 때 야쿠자 보스의 부인이라는 뭔가 일관된 다채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력을 지닌 현직 변호사다.

 

자살과 야쿠자 보스 부인과 변호사. 왠지 전혀 연결될 수 없는 아니 연결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연결이 실존하고 있었다.

 그녀의 절망의 시작과 그 나락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나락에 내려진 구원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담겨 있다.

 

결국 그녀를 구원한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을 씻어낼 계기가 된 '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믿고 그녀를 응원하는 '한 사람'의 존재가 그녀의 삶 전부를 바꿔버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아이의 의사를 외면하고 무시한 부모, 그녀의 비행에도 그녀를 꾸짖지 않던 부모, 자신의 성과와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

 그녀의 인간 불신은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서 시작되었지만 그녀와 가장 가깝던 사람들로 인해 증폭되어갔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믿고 자신을 전적으로 응원해주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다.

 모두가 이해받기를 원한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괴로움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책이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어하는 사람, 혹은 나쁜 길에 빠져들려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세상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모든 괴로움이 돌아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에서 난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죽으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까? 아니 세상에대한 분노와 불만을 나쁜 짓을 함으로써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겠어?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역시 '사람'뿐이라고 믿는다.

 

저자의 바램이 이루어져 극단에 이르기 전에 이 이야기를 만나고 감화되는 이들이 생기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대도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많이도 말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라도 '믿음'을 전해주었으면 싶다.

 

 세상의 시선과 타인의 눈길을 의식해 가까운 사람을 상처주는 일은 제발 그만 두어주길.

 자신의 괴로움을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해소하려하는 것도 부디 다시 생각해주길.

 무엇보다 혹 내게 인연이 닿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일이 생기길.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린 탓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적지 못해 안타까움만 남는 밤.

 

지금이 바로 출발점.

 살아있음이 가장 흥겹고 기쁘다.

 

나의 미래는 이 순간 여기에. 

 내 삶도 여기에.

 

타인으로 인해 꺽이거나, 타인의 인생을 꺽지도 않으리라.

 먼저 나를 믿으리.

 그리고 내게 손내미는 이의 그 마음을 믿으리.

 

아직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나는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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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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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점에 더해 이 이야기를 쓰는데 쓰여진 시점을 '전지적 전망대 시점'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뭐 별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야기의 흐름이 마치 가상의 전망대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등장 인물들의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일 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시인' 야로밀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의 탄생에서부터 그의 죽음까지의 시간동안 그가 느낀 불안, 의심, 혼란, 갈망, 온갖 절망까지를 담고 있다.

 

야로밀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가 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삶은 '참된 삶'이었을까?

 이야기 속에서 그는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상상한다.

 그리고 어느 삶이 그의 참된 삶이었는지 나 역시 알지 못한다.

 

야로밀, 그는 죽는다. 스무살도 되지 못한 나이에. 그것도 병으로.

 병? 이라고 해도 좋을까? 그 죽음은 이미 그의 상상 속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최후의 배신까지도 그의 삶은 예비하고 있었다.

 

그는 추하고 나약한 삶을 살았다.

 난 그에게 동조하고, 그를 동정하고, 그와 동일하다.

 

그의 망설임과 고뇌의 단면은 나의 망설임과 고뇌의 단면과 닮아있다. 

 나약함, 두려움, 갈망, 포기, 좌절, 절망, 사랑.

 

그는 불 같은 죽음을 원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물로 죽는다.

 물? 나르시스.

 

 

감상을 적기까지 조금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깨달은 것은 결국 내 생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내 삶이 나의 '참된 삶', 한번 뿐인 내 삶이다.

 우리 삶은 액자너머로 시선을 뻗어 들여다보듯이 밝게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두려움과 불안은 결국 평생 함께해야만 하는 동반자다.

 경험하지 못했던 낯섦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믿었던 것의 돌연한 배신,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집착.

 그 모든 것이 생의 조각 조각들이 두려움과 불안을 품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동시에 희망과 기쁨도 품고 있다.

 전망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자.

 당신에겐  어떤 한편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그렇다면 역시 기쁨과 희망을 택할 때다.

 

우리 삶은 끝없이 분열한다.

 분열하고 분열하다 어느 순간 어떤 것이 정말 바람직한 삶이었을까하는 회의와 맞닥드리고 마는 것이다.

 흔히 찾아오지만 늘 버겁고 힘겨운 그 순간을 우리는 위기라고 부른다.

 

평형우주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수 없이 많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내 삶은 달라질까?

 꿈에서 깨어라.

 지금의 삶이 최선의 삶이고, 최고의 삶이며, 유일한 현실이다.

 

우리는 전망대의 망원경을 돌리듯 삶의 다른 시간을 살필 수 없다.

 혹은 액자 너머,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듯 음미할 수도 없다.

 

초 현실이 어떤지, 상상 속의 다른 삶이 어떤지 난 모른다.

 단지 지금 내 삶을, 이 곳에 있는 내 생을 그저 놓치지 않게 꼭 쥐고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적을 생각이었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런 것이 삶이다.

 이것이 내 삶이고 내 생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적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떻고 어머니가 어떻고 애인이 어떻고 질투가 어떻고 죽음이 어떻고 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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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슈퍼 영웅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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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누설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손끝이 근질근질하지만 참고 참고 또 참는다)

 

3등급 슈퍼영웅이라는 제목이 내게 주었던 호기심과 궁금증이 불러온 상상의 나래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게 될 이들의 몫을 조금도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대, 그들의 호기심, 그들의 기쁨.

 그것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어야만 하며 누구도 그 기쁨을 방해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

 

표지 이야기나 해야겠다.

 난 표지에서 세개의 'M'을 발견했다.

 숫자 3의 'M', 가슴 한복판의 'M', 그리고 입다만 옷이 그리고 있는 'M'.

 

  거기에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DENIED

 

흔히 슈퍼 영웅들의 이름에 붙는 Man, 그리고 남자 Man, 마지막으로 사람의 Man.

 

 그런 이유로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슈퍼 영웅의 이야기이자 남자의 이야기이고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해두고 싶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 사는 이야기.

 선과 악, 이상과 현실, 희망과 좌절, 바램과 망설임 그 미묘한 갈등의 간극을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담아내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듯 혹은 방치하듯 흐름에 내맡겨 버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오는 각성의 시간.

 그 시간은 분노로, 좌절로, 절망으로 점철되기 일쑤고 이따금 특이하게 '전환'의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 순간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타협할 수도 있고,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은 역시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라는 특권이다.

 예를 들면 슈퍼맨은 왜 반드시 악당과 맞서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가 능력이 있으니까?

 그럼 슈퍼맨이 악당이 되면 왜 안되는 것일까?

 그는 정의의 수호자로 정의되어 있으니까?

 

분명 그도 갈등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매일 악당과 싸우기가 얼마나 피곤하고 괴롭겠나?

 하루쯤 개점휴업하고 편안히 연인과 우주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이 예는 이 책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 또 어떨까?

 쓰는 내 자유인걸.

 

당신은 슈퍼영웅인가? 아니면 아직은 등급외 슈퍼영웅인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후훗.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부터 빛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여러 의미에서 읽는 재미, 기쁨, 교훈, 다짐까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한마디만 책 속의 내용을 적어놓고자 한다.

 어쩌면은 몇 %일까?

 그것은 정확히 <32.05864991%>이다.

 이 왠지 쓸데없이 느껴질만큼 구체적인 수치의 비밀을 밝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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