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그녀를 헌책방에서 만났다. 

 별로 절망하고 있던 날도 아니었고 슬픔에 절어있던 시간도 아니었고 허무와 공허에 몸부림 치던 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말은 너무나 깊숙히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본문의 발췌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239쪽-240쪽

 

지금이 바로 출발점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우리 자신을 훈련하는 터전이다

실패도 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

살아 있음이 흥겨운 훈련장이다

지금 이 행복을 기뻐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행복해지랴

이 기쁨을 발판 삼아 온 힘으로 나아가자

 

나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

지금 여기서 노력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노력하랴

 

교토대선원(京都大仙院) 오제키소엔(尾關宗園)

 

인생과 삶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같아 온 마음으로 공감하고 만다.

 거기에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고 여겨져 발췌했다.

 

최근들어 어쩐지 갑작스럽게 학원폭력이니 청소년 자살문제니하는 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어버렸다.

 일진이 있었고 심지어 전설의 칠공주파까지 실존했던 중학교를 다닌 내겐 "세상에!"란 놀람은 없고 "뭘 이제서야 놀란척 호들갑?"하는 냉소만 흘릴 밖에 다른 수가 없는 실태다.

 

소위 "삥" 한번 안뜯기고 보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다.

 가장 위험하고 경계해야 하는 대상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과 '골목'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좀 노는' '언니'들과 언제 봤다고 무척 친근히 어깨동무를 걸쳐오는 '형'들.

그들에의 반항이 아닌 타협은 그 날들엔 '숙명'이었지 '선택'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지만 말이다.

 

쉬쉬하며 모른척하고 외면하면서 덮어두기를 반복하다보니 이제 더는 숨길 수 없을만큼 곪아터진 상처가 세상에 드러난 것 뿐이다.

 알고 있었다. 그런 현실이 어딘가 계속 존재함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확실히 알고 있다해도 단지 알고 있는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안다.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괴롭힘'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경우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아니 아니다. 결국 모든 경우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져버렸다.

 

이 책의 저자인 오히라 미쓰요씨는 그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절망적이고 극단적 선택인 '자살'을 시도했던 이력과 한 때 야쿠자 보스의 부인이라는 뭔가 일관된 다채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력을 지닌 현직 변호사다.

 

자살과 야쿠자 보스 부인과 변호사. 왠지 전혀 연결될 수 없는 아니 연결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연결이 실존하고 있었다.

 그녀의 절망의 시작과 그 나락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나락에 내려진 구원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담겨 있다.

 

결국 그녀를 구원한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을 씻어낼 계기가 된 '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믿고 그녀를 응원하는 '한 사람'의 존재가 그녀의 삶 전부를 바꿔버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아이의 의사를 외면하고 무시한 부모, 그녀의 비행에도 그녀를 꾸짖지 않던 부모, 자신의 성과와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

 그녀의 인간 불신은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서 시작되었지만 그녀와 가장 가깝던 사람들로 인해 증폭되어갔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믿고 자신을 전적으로 응원해주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있다.

 모두가 이해받기를 원한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괴로움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책이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어하는 사람, 혹은 나쁜 길에 빠져들려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세상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모든 괴로움이 돌아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에서 난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죽으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까? 아니 세상에대한 분노와 불만을 나쁜 짓을 함으로써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겠어?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역시 '사람'뿐이라고 믿는다.

 

저자의 바램이 이루어져 극단에 이르기 전에 이 이야기를 만나고 감화되는 이들이 생기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대도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많이도 말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라도 '믿음'을 전해주었으면 싶다.

 

 세상의 시선과 타인의 눈길을 의식해 가까운 사람을 상처주는 일은 제발 그만 두어주길.

 자신의 괴로움을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해소하려하는 것도 부디 다시 생각해주길.

 무엇보다 혹 내게 인연이 닿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일이 생기길.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린 탓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적지 못해 안타까움만 남는 밤.

 

지금이 바로 출발점.

 살아있음이 가장 흥겹고 기쁘다.

 

나의 미래는 이 순간 여기에. 

 내 삶도 여기에.

 

타인으로 인해 꺽이거나, 타인의 인생을 꺽지도 않으리라.

 먼저 나를 믿으리.

 그리고 내게 손내미는 이의 그 마음을 믿으리.

 

아직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나는 살아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