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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만나는 새 작가다. (일본의 신도 준조라는)
작품 소개랄까..그런 안내서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님과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말씀이 있었고 일본의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 표지에 끌렸다.
제목 '보물섬'에서 뭔가 싱싱하고 다채로운 젊음의 청춘 소설, 또는 모험 이야기, 도전정신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를 예상했다. ....언제나 그런거처럼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이 소설은 장르를 논하자면 오히려 역사 대하소설에 가깝다. 싱싱하고 난폭한 청춘소설에 고급 엔터테인먼트라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이 소개한 글이 있지만.... 그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나 어릴적 보았던... '여명의 눈동자'(알면 진짜 옛날 사람)이나 '모래시계'(알면 만만치 않은 옛날 사람)같은 비장미가 철철 느껴지는 아픈 현대사의 이야기였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류큐(유구..지금의 오키나와) 왕국의 아픈 현대사를 알아야 이해되는 면이 많아 이 책은 일반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평소 소설을 술술 읽어가는 내가 며칠에 걸쳐 힘들게 읽었다. 작가의 필력은 좋다. 그렇지만 낯선 용어, 아픈 그들의 역사가 읽어 내고 소화해내는게 쉽지 않았다.
류큐는 일본 본토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곳에 전쟁이 끝나고 극동 최대 미군 기지가 존재하게 된다. 싫든 좋든 그 곳의 사람들은 미군과 관련을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전쟁 고아가 넘쳐나고 미군에게 이것 저것 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야말로 곤궁하다. 그리하여 그곳에 먹고 사는 방법 중에 하나가 '센타아기야'이다.(미군들 창고 등에 몰래 들어갈 그들의 물품(군수품)을 훔쳐오는 행위이다. 그로 인해 가지고 나오는 것을 '전과'라고 한다.) 물론, 도둑질이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던 이들에게 그리고 나쁜 일도 많이 하던 미군에 대한 반발심을 깔고 전쟁고아 출신이던 온짱 패밀리는 그걸로 먹고 산다. 그러나 이 센타아기야 중 이 온짱 패밀리(그 중에서도 '온짱')는 '영웅'으로 부상하는데 왜냐하면 '전과'가 아주 훌륭할 뿐 아니라, 그것을 혼자 하는게 아니라 너나없이 끼니 떼우기도 힘들던 섬 이곳 저곳 필요한 곳에 그 '전과'를 마구마구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 속 의적인 것이다.
이 온짱 패밀리를 보자면...(공통은 십대 후반이고 전쟁으로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고 거의 고아이고 미군기지를 접하는 '코자'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전설의 영웅이자 겁 없고 리더쉽 넘치는 불굴의 '온짱',
그의 친구이자 원래는 춤추고 늦잠 자며 느긋한 삶을 꿈꾸었던 '구스쿠'
영웅의 동생이자 어리고 겁도 없이 날뛰는 그렇지만 행운(카후)이 따라 다니는 소년 '레이'
유일한 여자이자 여웅의 여친이고 그 패밀리 모두의 사랑을 받던 키다리 미소녀 '야마코'
나름 잘 살고 있던 그들에게 '센타아기야'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어느날 큰 한탕을 노린다. 다른 팀들과 연합하여 미군의 본 기지 '캠프 가데나'를 털기로 한 것이다. (많은 무기, 어마어마한 '전과') 밖에서 기다리는 야마코를 제외하고 함께 들어간 일당들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게 되고 그 날 이후 영웅 온짱이 사라진다. 레이는 잡혀서 감옥에 가고, 구스쿠도 온짱을 찾을 단서를 찾기 위해 자수해 감옥에 가고 야마코는 기다리고... 아무래도 잡히지 않는 단서... 여러가지 감옥에서의 소란 등으로 레이와 구스쿠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온짱을 찾던 그들에게는 온짱이 기지를 잘 나왔다는 것과 그 때 가데나 아기야 당시 '예정에 없던 전과'를 들고 나왔다는 것만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세 친구는 온짱을 자신의 삶 속에 지우지 못 한 채 각자의 삶을 새롭게 살아간다.
경찰이 된 구스쿠, 건달에 바람둥이 가 된 레이, 근처 A사에서 여급을 하다가 교사가 된 야마코...
이렇게 각기 다른 성장을 하는 아름다운 청춘물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
이곳은 미군에 의존해 살아가는 곳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미군에 의한 음주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그리고 가장 힘든 여자들이 유린되는 사고... 그리고 가끔씩 비행기가 추락한다든지 하여 불바다가 되는 사고, 여러 난잡한 상황에 기생하는 군상들의 이권 다툼 등...
여러 이야기가 공존하는 이 작품...류큐의 비극적 이야기가 한 가득이다. 특히 어린 소녀들, 여자들이 짓밟히는 상황이 많다. 미군 캠프 옆(예전에 우리 나라에도 기지촌이라고 했다.) 미사토는 유음가다. 거기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여자들이 많다. 전쟁 고아들도 많고 ... 그 동네에서 건달들의 심부름꾼을 하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여러가지 반미, 반정부 성향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그래도 세상을 바꿔보려고 사회개혁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센타이가야로 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맞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영웅을 찾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기본 바탕이지만 그들 외에도 많이 인물이 등장한다.
불굴의 반정부 개혁가(다이라, 구니요시), 조폭 애들, 업소여인들, 정신적 지주 현명한 할머니들, 혼혈 고아 산양눈깔로 불렸다 뒤늦게 이름을 밝히 유타, 선생님들, 경찰들, 미군과 그 조력자들, 비밀 첩보원들.... 암튼 인물들이 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편이다.
시대는 1952~1972년까지..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에 반환되는 것까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끝까지 읽는게 그리 쉽지는 않았고 끝이 그냥...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