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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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몇 년 전, 이금이 작가 님 거기, 내가 가면 안 되요?’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거기 인물의 인생사가 반전의 반전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고, 우리 아픈 역사가 묻혀 있어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술술 넘어갔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얼마 전 정세랑 님의 시선으로부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거기에도 하와이 이민사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그 때 만났던 따뜻하고 열심히 살던 분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지만 궁금했었다.

 

이 작가 님을 좋게 기억하고 있고 신간 소식을 자주 훑어 보는데 이 책 소개해 놓은 곳에 보니 하와이 이민사... 사진신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아주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만난 책.... 오랜만에 책 보면서 눈물 콧물까지 흘려 가며 출근해서 자야하는데 조금만 더 읽어야지...하다 새벽까지 읽다보니 아침에 눈이 퉁퉁 부어 눈뜨기가 민망하고 뭐 안 좋은 일 있었던 사람같이 푸석해서 출근을 했었다. (이런 때의 마스크란...참 감사한 아이템이다.) ... 너무 재미있고 이상하게 가슴이 벅찬 느낌의 책이었다. 내가 읽었던 예전 전작보다 훨씬 비극성이 덜 하고 그래도 따뜻함이 많이 남는 글이었다.

 

이 책의 시기는... 1917년으로 시작한다. 김해 근처 어진말이라는 한 마을에서 3명의 사진신부가 고베를 거쳐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주인공 격에 해당하는 강버들은 가난한 강훈장 댁의 딸이다. 말이 양반이지 8년 전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더욱 가난하여 어머니 삯바느질을 함께 도와가며 살고 있는 그녀는 위로는 오빠, 아래로는 남동생 3명이 있다. 한 때 신식학교에도 다닌 적이 있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어려운 집안일만 돕고 있다. 가난한 집에 포와(여기서 하와이)로 시집 가면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모든 것을 덮어놓고 포와로 가길 마음 먹었다. 게다가 사진으로 본 자신의 신랑 서태완이 남자답고 비교적 젊고 지주라니 더욱 끌린다. 버들의 단짝이자 이웃 친구인 홍주는 소장사로 부자가 된 안부자집 터울지는 막내 고명딸이다. 보통학교도 다 졸업했던 그녀는 마산 양반 집안에 시집을 가지만 시집 간 지 두달만에 과부가 되어 돌아온다. 버들이 포와로 시집 간다는 얘기를 들은 홍주와 홍주 엄마가 막무가내로 조선에서 사는 것보다 새로운 기회가 있는 포와로 같이 가게 된 것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았기에 둘은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리고 한 명 더 송화... 송화는 그 동네 무당 할머니 금화의 손녀 딸이다. 금화에게는 이쁘고 실성한 옥화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가 아비도 모르고 낳은 딸이 송화이다. 항상 송화를 데리고 다녔던 옥화에게 돌팔매질을 안 한 어진말 아이가 없었단다. ‘사진신부’... 사실 포와에 대한 과대광고가 많았지만 제 살던 곳에서 살지 못 하고 다른 곳에 시집 가려고 마음 먹었던 그녀들의 사정이 없을 수 없었다. 의병의 딸 버들, 과부 홍주, 무당 손녀까지.. 그래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안고 일본에서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시절 그녀들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거기서 그녀들은 사진도 찍고( 사진신부 3명의 사진을 보고 작가 님이 이 이야기를 펼칠 생각을 하셨다닌 감회가 나름 새롭다.) 쇼핑도 한다. 그리고 도착한 포와.... 부풀었던 환상과 기대는 무참이 박살 나고,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 후회하고 절망하고 원망할 시간도 없이 바쁜 삶이. . 우선 기본적으로 버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른 신부들은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버들은 젊은 편에 속하는 태완을 만난다. 살갑지 않은 태완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절망에 빠지지만 그래도 좋아지는 삶... 다 같이 포와에 사진신부로 왔지만 사는 곳은 멀고 서로 사는 것도 바빠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가까이 살던 송화에게조차 연락하기 쉽지 않은 그녀가 우연히 송화 소식을 듣는데 늙은 할배에게 시집 가 맞고 살던 송화를 구출해 온다. 새롭게 근처에 살면서 송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던 그녀....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행복한 시절도 나라 잃은 민족, 심지어 해외에서 살고 있던 그들에겐 해준거 없는 조국이지만 나가면 애국자가 되는지 없는 살림에서 나라를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선다. 그러나 거기서도 노선이 나뉜다. 박용만파와 이승만파... 많은 사람들이 이승만파인데 버들의 남편 태완은 박용만파... 살던 농장을 옮기고 새롭게 점포를 내면서 남편 태완은 가정을 돌보기보다는 조국 독립에 목숨을 걸고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이는 버들이다. 먹고 사는 일도 힘든데 파도 나누어져 외롭게 살아야하고 친구들끼리도 반목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그럼에도 각자 가슴 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가운데... 홍주, 버들, 송화가 함께 세탁소를 해나가는 상황이 온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고...

 

처음 제목에서 예상한 것처럼 그녀들의 아이 이야기... (진주)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예상되는 부분이었지만...좋았다.)

 

정말 많이 울었다. 여자들의 삶이 팍팍해서 울었고, 나라 잃은 이들의 설움이 느껴져 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거 없는 조국을 위해 나서는 그들의 뜨거움에 울었고, 여자는 안 되는게 너무나 많던게 속상해서 울었고,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그녀들의 억척스러움에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해서 울었고, 어려운 와중에도 서로를 살게 하는 그녀들의 우정이 빛나고 아름다워서 감동해서도 울었다.

 

중간 중간 적어놓고 싶은 문구가 많았다.

   

버들보다 세 살 많은 오빠는 그해 김해로 나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에 대한 원한이 사무쳤던 오빠는 길에서 행인들을 괴롭히는 순사에게 대들었다 말발굽에 채어 세상을 떠났다. 버들은 어머니가 오빠를 묻고 온 날 밤 오열하며 홍주 어머니에게 하던 이야기를 기억했다.

"나라님도 몬 이기는 왜놈을 우찌 이긴단 말입니꺼. 애들 아부지 그레 죽고, 내 아들마저 죽인 놈들이지만도 내는 왜놈들 미워도, 원망도 안 할 깁니더. 남은 아들한테 원수 갚으라고도 안 할 기라예."

자식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게 윤 씨 목표였다. 그 뒤 윤 씨는 강 훈장이나 아들의 죽음을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다.
- P37

"내는 조선이 웬수다. 힘없는 나라 때민에 남편도 잃고 자식도 잃은 기라. 포와는 조선이 아이니까네 지킬 나라도 없을 거 아이가. 거 가서는 오로지 느그 생각만 하면서 신랑캉 얼라 놓고 알콩달콩 재미지게 살그라. 그기 오직 내 소원이다." - P38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무당편을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우리 불쌍한 송화도 포와 보내 주이소. 거 가서 여염집 색시 맨키로 남편 사랑 받고 자식 키워 가메 살게 해 주이소. 그레만 해 주면 내 죽어서도 은혜 잊지 않고 부산 아지매 아들네 식구 잘되게 해 달라꼬 빌겄습니더."
- P56

"조선 독립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일도 중요하다 아입니꺼. 농장 일을 이레 밀쳐 놓고 다니면 우짭니꺼? 곧 얼라도 나올 긴데예. 재성 아주버이 보기 미안타 아입니꺼."

"조국의 독립을 이루는 거이 자식을 위한 일 아니갔어. 내레 나 위해서 이러간? 자식한테 당당한 아바지 될라고 이러는 거이야.
- P202

"내사 마 조선에 돌아갈 맘 없다. 여서 내 딸들 맘껏 핵교 보내고 자유껏 살 기다. 조선한테 쥐뿔 받은 기 없지만서도내가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고향 떠난 우리한테는 조선이 친정인 기라. 친정이 든든해야 남이 깔보지 몬한다 아이가. 일본인 노동자들이 툭하면 파업하는 기 우째서겄노. 힘센 즈그 나라가 뒤에 떡 버티고 있어가 노동자들이 하올레하고 맞짱 뜰 수 있는 기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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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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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잘될거야

 

작년에 산 책인데.. 왜 이제야.

핑크핑크의 아주 예쁜 책이다. 제목도 얼마나 좋은지...

나왔을 때 바로 산 책인데.. 왜 서평을 안 썼지? (아마 작년에 일본책 읽고 쓰기가 그래서 였나? 암튼.. 지각 서평이다.

여기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세명의 마리코들의 이야기이다.

 

표지가 너무 이쁘고 무엇보다 차례라고 할까 그곳이 완전 내 취향이다. 예쁜 손글씨에 그림도 컬러, 손글씨도 다 달라..제각각.. 너무 취향이라 첫 장을 넘기면서.. .. 이렇게 컬러 책인가? 엄청 좋아하면서 넘겼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야기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이와 경력 차가 나는 세 직장인들의 마음을 적고 있다. 한명의 이야기가 나오면 같은 상황에서의 다른 이의 속마음이 나오고....

내가 40대이기 때문일까? 3명의 마음을 모두 알 것 같다.

20대의 사회초년생의 마음...잘 하고 싶고 의욕은 넘치는데 잘 안 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동네에 있는 사람처럼 멀게도 느껴지고 이해가 안 가고 어렵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아줌마, 아저씨가 왜 이리 많아? 눈치도 없고).. 나는 저렇게 이상하게 늙지는 않아야지, 저런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30대의 커리어 우먼... 아직 아주 젊다고 생각하지만 신입들이 들어오면서 예전같지 않은 위상에 어느 정도 일은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완벽하지는 않고 그래도 옆에 선배들은 보면 한심해 보이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더 많이 생각하고...

40대 경력 20년차... 후배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도움이 되고 싶지만 주책이란 소리 들을까 조심스럽고 구력에서 오는 노련함 때문인지 어디가서 침묵은 못 참고 상사나 후배들에게 두루두루 말 잘 걸고(주변 후배들은 그래서 아줌마같다고...하더만..)

 

암튼 다 살아왔고 지내 온 시간들이기 때문에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파릇파릇 20대가 있었는데(돌아봐도 참 행복했고 열정 넘치고 사회생활도 참 즐거웠다.).. 어느새 30대 직장인에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직장에서 일은 몰아치고 정말 울고 싶고 병도 나고 맨날 때려 치우고 싶던 그 시절(직장 선배가 말했었다. 고군분투하면서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던 그 때... 30대가 가장 힘들다고 좀 지나면 괜찮다고...).... 진짜 40대가 되고 나서 이제 정말 일이 몰아치지만 이제는 좀 할 만하다. 나름 일도 괜찮게 하고 인간관계가 수월하더라고.. (내 직장에서는 나는 아직도 젊은 축이라서 만화에서의 30대의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듯 섞이지 않는 것 같은 그들에게도 공통의 아픔은 있다.

회상에서 여자 직원에게만 있는 차별, 결혼하면 당연하게 퇴사, 창사 이래 여자 임원은 나오지 않는 상황, 그와 중에 처음으로 부장이 된 선배(구와타씨)에 대한 아줌마 부장이니 이런 소리나 듣고, ‘차 끓이기 당번은 여자들만 돌아가면서 하고(아니, 일본이 우리보다 더 답답하다.) 이런 답답함을 함께 헤쳐나가야하는 협력자이기도 하는 관계.....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바뀌어야할 게 천지구나...

 

암튼, 시작은 예뻐 좋아해는데 읽다보니 개운하지만은 않은 작품..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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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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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정세랑 작가님

 

직전 넘 읽기 난해한 작품을 읽고 난 뒤라 독서는 여기서 멈추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앞으로 바빠질 일이 뻔히 보이고 이래저래 책도 많이 마련해 놓은 상태라 지금 아니면 당분간 독서는 힘들 것 같아... 이 기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하다가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 내가 이런 날을 위해 아껴온 소설을 꺼내 들었다.

정세랑님 피프티 피플’... 한동안 계속 봐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미루어 두었던 그 작품.... 사실 줄서 있는 작가님 작품이 2개 더 있는데(아주 얇고 안 유명한 책이라... ) 그래도 뭔가 이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펼쳤다. 결론,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여기서 막힐 뻔한 독서 릴레이를 이어줄 뿐 아니라 속도를 더욱 내게 만들어준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50명 사람들 이야기다. (작가님이 사실은 51명이랬다. 나도 새어 봤다. 이래저래 등장하는 사람 치면 조금 더 많기도 하다.)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그녀의 의도가 그대로 들어간 정말 한 명 한 명의 꼭지를 만들어 읽다보면 퍼즐처럼 이어지는 정말 독창적이고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름을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제법 먼 중소도시(그래도 수도권인 것 같아) ... 공단이 옆에 있고 개발이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어떤 오래된 병원(아무리 봐도 이름도 없어)의 이렇게 저렇게 이어부치고 계획없는 건축과 낡은 시설들을 그나마 좋은 인력으로 때우고 있는 병원과 그 옆 가게(극장) 등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씩 이야기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한 명씩의 이야기인가 했다.(예전에 웨딩드레스 44’를 읽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이야기의 첫 이야기는 가장 다른 이야기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 째 이야기에 잔혹한게 나와서 이거 이대로 덮어야 하나 하고 겁을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야기 하나 하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작품 간의 연관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즐이 맞춰진다. 그러고 보면 거의 처음과 끝이 소현재가 나왔구나.... 작가 님의 여러 가지 큰 그림이란....이 소설은 정말 작품이다. 주인공이 따로 없으면서 한 명, 한 명이 다 주인공이고 모두가 입체적이고 납득이 되는 그야말로 모두 캐릭터가 살아 있었다. 많은 인물들이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가장 좋았을까 말하기 힘들만큼 멋진 사람들....천재소녀 유채린이 멋지고 김혁현 님과 잘 되길 바라며, 매력적인 진선미님 나도 뵙고 싶고, 슈크림 교수 님 이호 님같은 어르신을 뵙고 싶고, 이설아 님의 단단하고 견고함이 멋지고, 서연모와 남세훈 젊은이들을 응원하며, 조양선 님과 장유라 님의 옆에서 힘이 되어 주고 싶었으며, 오정빈과 정다운의 성장을 지켜보고 지원해주고 싶었고, 정리 못 하고 그나마 요리 잘 하는 나의 대척점에 있는 공은영님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고, 권혜정 님의 봉춤 나도 보고 싶다. 작가 님은 세상을 사랑하시는가 보다. 사람들의 장점을 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지만 부조리하고 답답한 세상에는 할 말을 하시고 이야기 속에서 사람보다 경제, 효율만 앞세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 재난, 차별, 인권, 환경에 대한 이야기 등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페미니즘이니 환경이니 인권이니 여러 가지 의미와 주제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내는게 작가 님의 특장점이다. 암튼, 바라는 것은 한 가지....작가 님 길게 오래도록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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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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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7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을 모은 페미니즘 소설..

 

얼마 전에 조남주 작가 님 작품을 몇 개 읽고 아직 감이 오지 않아 찾아 읽게 된 작품이다.

표제작인 현남오빠에게는 조남주 님의 작품이다.

제목만 보고 그리운 현남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일거라 내 맘대로 상상했는데... 그냥.. 완전 아니었다..(나는 예상하면 항상 어긋난다.) 전 남친에게 보내는 편지는 맞는데.... 처음에 애정어린 느낌으로 다정하게 시작되는 듯 하나, 끝은 그냥... 욕으로 끝맺으며 나 다시 찾으면 가만히 안둔다는 편지... 쉽게 읽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기 글쓴이가 나중에 벗어나서 다행이지만 그냥 자신이 벗어날 수 있었는데 너무 수동적으로만 살았던게 갑갑했다.

당신의 평화’(최은영 작가) ... 이 작품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답답한 시집살이에, 결혼생활 내내 갑갑하게 살아온 엄마는 항상 딸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시어머니가 되려고 하니 며느리를 잡으려고 하고.. 그런 모습을 보는 딸의 이야기.... 이해되고 있을 법하는 이야기이지.

경년(김이설)....갱년기를 맞이 한 사춘기 아들, 딸을 키우고 사는 그녀가 자랑하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들.. 중학생 그 아이의 성생활을 알게 되면서 여자로서 딸을 가진 엄마로서 가지는 죄책감, 아픔에 대한 이야기.... .... 나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를 할지..

모든 것을 제자리에(최정화), 이방인(손보미), 하르피아와 축제의 밤(구병모), 화성의 아이(김성중...... 사실 위의 3작품도 딱히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읽는 건 쉬웠다. 근데 이 뒤 4작품은 읽기 힘들었다. 사실 뭔소리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페미니즘 소설은 어렵게 써야하는 것인가... 정확하게 무얼 말하는지 알 수가 없고 숨겨져있는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나는 소설을 사실 재미로 읽는다.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해야하고 애도 키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행복을 위하여 텔레비전 볼 거 안 보고 뒹굴뒹굴 늘어지는 행복을 포기하고 시간을 내가며 읽는 책은... 난 정말 재미있었으면 좋겠다.(이번 주말은 코로나 시국으로 온전히 책만 읽었다. 몇 권을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은 시간이 넘 아깝다. 만화책이면 4권은 읽었고 다른 소설도 1권 이상은 읽었을 시간을 낭비했다. 특히, 난해했던 작품 작가님의 다음 작품 절대 읽지 않을거야!!!)

나는 몇 번의 실패를 통해 아는 작가 위주로 작품을 읽고 있는데 너무 편파적이라 다양한 작가를 지금 도전하고 있는데 조금 힘이 든다.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소설이나 이야기, 읽을 거리는 읽기 쉬운걸 써주시기 바란다. (읽기 쉬운 글을 쓰는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그치만 작가 님들은 프로아니신가. ... 쉽게 읽을 수 있어야 의미도 전달되는 거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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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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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새 작가다. (일본의 신도 준조라는)

작품 소개랄까..그런 안내서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님과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말씀이 있었고 일본의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 표지에 끌렸다.

제목 '보물섬'에서 뭔가 싱싱하고 다채로운 젊음의 청춘 소설, 또는 모험 이야기, 도전정신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를 예상했다. ....언제나 그런거처럼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이 소설은 장르를 논하자면 오히려 역사 대하소설에 가깝다. 싱싱하고 난폭한 청춘소설에 고급 엔터테인먼트라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이 소개한 글이 있지만.... 그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나 어릴적 보았던... '여명의 눈동자'(알면 진짜 옛날 사람)이나 '모래시계'(알면 만만치 않은 옛날 사람)같은 비장미가 철철 느껴지는 아픈 현대사의 이야기였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류큐(유구..지금의 오키나와) 왕국의 아픈 현대사를 알아야 이해되는 면이 많아 이 책은 일반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평소 소설을 술술 읽어가는 내가 며칠에 걸쳐 힘들게 읽었다. 작가의 필력은 좋다. 그렇지만 낯선 용어, 아픈 그들의 역사가 읽어 내고 소화해내는게 쉽지 않았다.

류큐는 일본 본토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곳에 전쟁이 끝나고 극동 최대 미군 기지가 존재하게 된다. 싫든 좋든 그 곳의 사람들은 미군과 관련을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전쟁 고아가 넘쳐나고 미군에게 이것 저것 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야말로 곤궁하다. 그리하여 그곳에 먹고 사는 방법 중에 하나가 '센타아기야'이다.(미군들 창고 등에 몰래 들어갈 그들의 물품(군수품)을 훔쳐오는 행위이다. 그로 인해 가지고 나오는 것을 '전과'라고 한다.) 물론, 도둑질이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던 이들에게 그리고 나쁜 일도 많이 하던 미군에 대한 반발심을 깔고 전쟁고아 출신이던 온짱 패밀리는 그걸로 먹고 산다. 그러나 이 센타아기야 중 이 온짱 패밀리(그 중에서도 '온짱')는 '영웅'으로 부상하는데 왜냐하면 '전과'가 아주 훌륭할 뿐 아니라, 그것을 혼자 하는게 아니라 너나없이 끼니 떼우기도 힘들던 섬 이곳 저곳 필요한 곳에 그 '전과'를 마구마구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 속 의적인 것이다.

이 온짱 패밀리를 보자면...(공통은 십대 후반이고 전쟁으로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고 거의 고아이고 미군기지를 접하는 '코자'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전설의 영웅이자 겁 없고 리더쉽 넘치는 불굴의 '온짱',

그의 친구이자 원래는 춤추고 늦잠 자며 느긋한 삶을 꿈꾸었던 '구스쿠'

영웅의 동생이자 어리고 겁도 없이 날뛰는 그렇지만 행운(카후)이 따라 다니는 소년 '레이'

유일한 여자이자 여웅의 여친이고 그 패밀리 모두의 사랑을 받던 키다리 미소녀 '야마코'

 

나름 잘 살고 있던 그들에게 '센타아기야'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어느날 큰 한탕을 노린다. 다른 팀들과 연합하여 미군의 본 기지 '캠프 가데나'를 털기로 한 것이다. (많은 무기, 어마어마한 '전과') 밖에서 기다리는 야마코를 제외하고 함께 들어간 일당들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게 되고 그 날 이후 영웅 온짱이 사라진다. 레이는 잡혀서 감옥에 가고, 구스쿠도 온짱을 찾을 단서를 찾기 위해 자수해 감옥에 가고 야마코는 기다리고... 아무래도 잡히지 않는 단서... 여러가지 감옥에서의 소란 등으로 레이와 구스쿠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온짱을 찾던 그들에게는 온짱이 기지를 잘 나왔다는 것과 그 때 가데나 아기야 당시 '예정에 없던 전과'를 들고 나왔다는 것만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세 친구는 온짱을 자신의 삶 속에 지우지 못 한 채 각자의 삶을 새롭게 살아간다.

경찰이 된 구스쿠, 건달에 바람둥이 가 된 레이, 근처 A사에서 여급을 하다가 교사가 된 야마코...

이렇게 각기 다른 성장을 하는 아름다운 청춘물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

이곳은 미군에 의존해 살아가는 곳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미군에 의한 음주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그리고 가장 힘든 여자들이 유린되는 사고... 그리고 가끔씩 비행기가 추락한다든지 하여 불바다가 되는  사고, 여러 난잡한 상황에 기생하는 군상들의 이권 다툼 등...

여러 이야기가 공존하는 이 작품...류큐의 비극적 이야기가 한 가득이다. 특히 어린 소녀들, 여자들이 짓밟히는 상황이 많다. 미군 캠프 옆(예전에 우리 나라에도 기지촌이라고 했다.) 미사토는 유음가다. 거기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여자들이 많다. 전쟁 고아들도 많고 ... 그 동네에서 건달들의 심부름꾼을 하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여러가지 반미, 반정부 성향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그래도 세상을 바꿔보려고 사회개혁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센타이가야로 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맞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영웅을 찾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기본 바탕이지만 그들 외에도 많이 인물이 등장한다.

불굴의 반정부 개혁가(다이라, 구니요시), 조폭 애들, 업소여인들, 정신적 지주 현명한 할머니들, 혼혈 고아 산양눈깔로 불렸다 뒤늦게 이름을 밝히 유타, 선생님들, 경찰들, 미군과 그 조력자들, 비밀 첩보원들.... 암튼 인물들이 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편이다.

시대는 1952~1972년까지..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에 반환되는 것까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끝까지 읽는게 그리 쉽지는 않았고 끝이 그냥...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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