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장ㅡ멋진 신세계로 향하는 체외발생>을 읽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3장의 제목... 역시 헉슬리의 작품이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를 출간했을 때는 아직 우생학이 등장하지 않았었지만 ‘체외발생‘을 말할 때 미국과 영국, 독일 등지에서 만행이라고 할만한 일들이 흑인, 유색인, 원주민, 장애인, 라틴계, LGBTQ,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 유대인... 들에게 일어났다.
요근래 읽었던 책들에서 ‘우생학‘이 너무 자주 보여 정말 읽다가 화가 치민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던 20대 이후 이 작품의 제목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나는 이후 유토피아, 신세계라고 하는 단어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 책의 제목에도 ‘유토피아‘가 ...
‘체외생산‘과 ‘인공자궁‘을 말하면서 현재와 앞으로의 세상이 결코 ‘유토피아‘일수는 없을 거란 걸 실감하게 되는 사례와 역사적 사실들 앞에서 우리는 깊은 고민을 해야만 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가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의 자궁을 도구화해서는 안된다.
˝임신 중 무책임한 행동 및 부모의 ‘적합성‘에 대한 이른바 국가의 염려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우생학의 인종차별주의 전통이다.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인공자궁 기술을 이용하여 임신을 인계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중립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132~133쪽)˝
그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무엇을 떠올리며 엄마의 행동 때문에 ‘위험‘에 처한 태아를 보호할 목적으로 인공자궁을 사용할, 수용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체외발생이 임신한 엄마의 몸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우생학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건강하지 않다면 태어날 아이의 이익을 위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부모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라거나 ‘자녀가 일부 부모에게서는 아예 태어나지 않는 편이 ‘최선의 이익‘임을 국가가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우생학이 주장했던, 무서운 생각들이 지금도 여전히, 암암리에 남아있다.
1990년대는 미국에 근거를 둔 흑인 페미니스트 단체가 임신 중지 합법화 회의에서 재생산을 정의하는 틀을 도출해 내면서, 백인 여성의 이익에만 오랫동안 초점을 두었던 재생산권 운동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풀뿌리 운동이 시작되었다. 재생산 정의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들, 활동가들, 의료인들, 법률가들, 교육자들이 이 틀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재생산 자유를 요구하는 운동이 진정 포용적인 운동이 되려면, 임신을 종결하거나 예방할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재생산 정의는 '아이를 가질 권리, 아이를 갖지 않을 권리, 자녀를 양육하고 출산 방식을 통제할 권리', 그리고 '이런 권리들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얻기 위해 싸우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135~136쪽)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게 국가가 기관이 막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 윤리적 방법은 없다. 나치가 주도하든 좌파 활동가가 주도하든, 이런 일은 인권 침해이자 재생산에 대한 사람들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이런 행위가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문제가 파시스트의 손에 있는 우생학만이 위험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헉슬리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을 분류하고 서열화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생각이다. 사람들을 더 또는 덜 가치 있는 생명으로 분류하는 그 어떤 시스템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136~137쪽)
... 베라 브리튼Vera Brittain은 <태평성대 또는 일부일처제의 미래Halcyon, or the Future of Monogamy>에서 박식한 미네르바 헉스터윈 교수가 2050년대까지 이어지는 과학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헉스터윈은 할데인의 이야기와는 다른 계보를 풀어낸다. 보편적인 체외발생이 가능해졌음에도 사회가 결국 이를 널리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즉 양 부모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엄마mothering'돌봄 유형이 국가와 기계가 제공할 수 있는 돌봄보다 크게 앞섰다. 헉스터윈은 과학적이고 특정 가능한 돌봄의 가치가 밝혀질 것이라고 상상한다. '체외발생주의자'는 인공자궁으로 가장 '적합한' 형질을 번식할 수 있게 해준 방식을 찬양하겠지만, 그들이 유전자 결정론에 치중한 것은 잘못으로 판명된다. 즉 사람들은 우생학이라는 '과학'을 완성할 목적으로 체외발생을 사용하려 하지만, 아이의 미래는 유전 형질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과 보살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헉스터윈은 시사한다. 그녀는 인공자궁으로 임신할 수 있는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인공자궁이 있어야 임신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이 기술을 사용한다. 헉스터윈의 미래가 베라 브리튼의 미래와 다른 이유는 주로 아기를 체외발생 방식으로 기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신과 자녀를 돌보고 스스로의 재생산과 관련된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원을 충분히 공급받기 때문이다.(137~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