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작은 도서관이 휴관일이라 더 작은 옆 동네 더 작은 도서관에 다녀왔다. 근무자도 한 분이라 점심시간이면 한 시간동안 문을 닫는 곳...
30 분가량 기다렸다 정시에 입장해서 몇 권 빌려왔다.
평소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작가들의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라는 영화에서 노인으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말을 했다. 한참 전에 본 영화여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취지의 발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골동품급 오토바이 ‘인디언‘을 개조해 시속 300킬로미터를 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심히 펑키한 노인으로 그 말은 이웃집 남자아이에게 한 것이었다. 너무나 멋진 대사가 아닌가. - P12
그러나 얘기는 거기서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남자아이가 되묻는다.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에요?" 돌발질문을 받은 노인은 당황하여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거려나?" 하고 얼버무려 얘기는 그만 흐지부지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나는 대체로 이런 용두사미식의 대화를 좋아해서, 이 영화에 호감이 생겼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에서 깔끔하게 끝나면 확실히 멋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채소가 시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렇지 않은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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