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모 일은 너무 안됐어. 하지만 진모가 한 일은 정말 옳지 못한 거야.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잖아. 나는 정말 모르겠더라. 진모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어."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P173

진모 때문에 나는 울지 않았지만, 김장우는 자신의 형 때문에내 앞에서 눈물을 비쳤다. 진모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은 그것인가, 자, 여기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내 것이 당신 것보다 더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내 불행에 비하면 당신은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 P188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나 역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 이러이러한 일로 지금 죄수복을 입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줄 수 있었다면 김장우의 아픔은 훨씬 가벼워졌을 것인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몇번이나 망설였지만 결국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왜 그랬는지, 왜 김장우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지 여행을 떠날 때까지 나는 정녕 알지 못하였다. - P188

그러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마침내 나를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더 의심해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모든 일들의 앞뒤를 꼼꼼이 더 살펴봐야 한다고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 - P189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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